집단창작으로 진화하는 '하이퍼텍스트 문학'

기사입력 : 2017-06-12 16:25
“커뮤니케이션 매체는 문화의 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디지털시대 문학하기, 저자 : 김요한

보는 것은 믿는 것이다. 또 믿는 것은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가 보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변화시킨다. 우리는 좋든 싫든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살아간다. 결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 매체로서 무엇을 보는가에 따라 우리의 생각도 달라지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흔히 구텐베르크 은하계라고 불리는 아날로그적 커뮤니케이션 매체에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매체로 이어지고 있다. “구텐베르크 은하계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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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의 변화 속에서 문학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변하며 문학을 대하는 문화에 변화가 일어났다. “필기도구를 사용하는 수공업적인 ‘쓰기’에서 기계를 이용하는 ‘치기’로의 변화”인 것이다. 이것을 달라진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문화 형성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현재 웹소설의 특징에서 볼 수 있듯이 “부분적이고 즉흥적, 감각적인 의식”이 드러나게 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변화한 결과 멀티미디어와 네트워크라는 개념이 생겨나게 됐다. 이 두 새로운 개념 속에서 문학의 변화가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저자는 대표적인 예로서 요하네스 아우어의 “Kill the poem”이라는 시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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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Kill the Poem 초기화면)


권총을 누르면 권총에 쓰여진 단어가 총 소리와 함께 시에서 사라진다. Next bullet 버튼을 누르면 권총에 쓰여진 단어가 바뀌고, 이를 반복하면 결국 시를 죽일 수 있게 된다. 또한 시를 죽였다면, next bullet이 쓰여진 자리에 i like it and start again 이라는 문구가 생기며 이를 클릭하면 시가 다시 살아나게 된다.

요하네스 아우어의 “Kill the poem”이라는 시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매체 시대의 문학의 특성을 고민하게 해준다. 새로운 특성인 쌍방향성이 결국 독자에게 어마어마한 권위를 부여했음을 독자가 시를 죽이고, 살릴 수 있음을 통해 드러낸 것이다. 또한 이러한 변화가 결국 “문학의 분석 대상”인 텍스트에 대한 개념을 변화시켰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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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Kill the poem의 마지막 화면)


기술적 조건은 “텍스트에서 하이퍼텍스트로 텍스트 개념을 확대”시켰다. 하이퍼텍스트란 링크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된 텍스트의 덩어리이다. 텍스트의 개념은 이처럼 확대되었지만, 하이퍼텍스트를 문학과 연관시키는 것은 “하나의 실험”으로 여겨진다. '디지털시대에 문학하기' 저자 김요한 박사는 "하이퍼텍스트 문학이 대중성을 확보하고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어 내기까지는 앞으로 얼마간의 과도기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현재 하이퍼텍스트 문학에 대한 명확한, 일반적인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스토리스페이스는 1984년 개발된 하이퍼텍스트 문학을 작성하는 대표적인 툴이다. 현재 2017년까지 변화를 거듭하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김요한 박사는 하이퍼텍스트 문학의 예로서 마이클 조이스가 쓴 최초의 하이퍼텍스트 소설 “afternoon, a story”를 소개했다. 독자는 이야기의 서술자가 하는 질문에 대해 응답하며 다양한 하나의 글을 읽어 나가도록 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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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noon, a story의 초기화면 (출처=ttps://elmcip.net/creative-work/afternoon-story)


하이퍼텍스트 문학이야말로 디지털 시대의 문학이 나아갈 방향 중 하나다. 공동작업을 통한 만들어진 방대한 하이퍼텍스트 문학은 독자를 깊은 소설의 세계로 깊게 인도할 것이다. 웹소설과 같은 문학이 위키피디아 처럼 독자의 적극적 참여로 진화할 것이다. 웹콘텐츠의 차원에서 링크마다 연결된 이어쓰기가 꼭 텍스트 구조일 필요는 없다. 웹툰이 될 수도 있고, 웹드라마가 될 수도 있고, 웹다큐멘터리가 될 수도 있다. 창작의 시작은 작가로부터 시작되었으나 결말은 누구에 의해 끝날지 모르는 '집단 창작'의 세계가 열리고 있다.

◎ 참고자료
- 『디지털시대 문학하기』, 김요한, 한국학술정보

박이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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