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문화놀이터] 석유 대신 문화를 채우다… 마포 ‘문화비축기지’

기사입력 : 2017-09-07 00:09
[웹데일리=김아영 기자] ‘욜로’와 ‘워라밸’이 화두입니다.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욜로’. Work-life Balance를 줄여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 두 단어의 글자와 뜻은 다르지만, 현재의 삶이 행복했으면 하는 현대인들의 바램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문화생활은 현대인의 삶의 만족도를 높여줄 수 있는 좋은 방안입니다.

[도심 속 문화놀이터]는 도시 속 삶에 잠시나마 행복감을 높여 줄 수 있는 우리 주변의 문화공간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center
문화비축기지 전경 (사진=서울시)

서울월드컵경기장 옆, 도심 속 거대 문화놀이터가 생겼다. 면적만 무려 14만22㎡이다. 축구장 22개와 맞먹는 규모다.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은 지난 1일 개장한 마포 ‘문화비축기지’이다. ‘2017 서울건축문화제’ 행사와 맞물려 개장해 전시·공연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 석유 대신 문화를 비축하다.

왜 ‘문화비축기지’라는 이름을 갖게 됐을까?

원래 이곳은 ‘석유비축기지’였다. 1974년 1차 석유파동으로 인해 국제 유가가 폭등하자 당시 서울 도심 외곽이었던 마포에 석유비축기지를 마련한 것이다. 유류 저장 탱크 5개가 건설됐고, 비축유만 7천만 리터에 달했다. 당시 서울시가 한달 동안 쓸 수 있는 분량이었다.

석유비축기지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았다. 2000년 12월, 석유비축기지가 폐쇄됐다. 2002 한일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월드컵경기장 바로 옆에 있는 위험시설물인 이곳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 그렇게 비축유들은 다른 곳으로 이송됐고, 폐쇄 이후 석유비축기지 일대는 임시주차장으로만 사용됐다.

그동안 석유비축기지는 시민들의 이용이 전혀 없는 장소였다.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 장소였기 때문이다. 1급 보안시설로 일반 시민들의 접근이 철저히 통제됐다. 지금도 인터넷 위성지도에는 이 일대가 나오지 않는다.

이제는 통제된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이 됐다.

이름도 석유비축기지에서 ‘문화비축기지’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됐다. 석유 대신 문화를 채워서 말이다. 현재 석유가 자리했던 공간에는 전시장·공연장·카페 등이 들어섰다. 시민들을 위한 강연·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열린다.

◇ 옛것을 유지해 독특함을 창조하다

월드컵경기장 서문 쪽에서 증산로 횡단보도를 건너면 ‘문화비축기지’ 팻말이 보인다. 문화비축기지 입구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운동장처럼 드넓은 마당이 나온다. 일명 ‘문화마당’이다. 시민들이 휴식하거나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center
T6는 주변에 있는 탱크들을 해체하면서 나온 벽과 철판 등 내·외장재를 버리지 않고 그대로 가져와 새롭게 만들어졌다. (사진=웹데일리)

문화마당 위쪽으로는 여섯개의 거대한 탱크들이 서 있다. 전체 탱크들은 원형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돌, 철판 그리고 옹벽에 자란 이끼까지 그대로다. 탱크들은 리모델링 됐지만, 지난 40여년의 시간을 품고 있는 것이다.

문화마당 왼편에 있는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면 제일 먼저 반기는 탱크가 있다. 여섯번째 탱크인 T6 건물이다. 원래 석유비축기지에는 5개의 탱크만 존재했는데, T6는 과거에 없던 탱크다. 주변에 있는 탱크들을 해체하면서 나온 벽과 철판 등 내·외장재를 버리지 않고 그대로 가져와 T6를 새롭게 만들었다. 이곳은 커뮤니티 센터로 카페, 회의실, 강의실, 전시장 등으로 조성돼 있다.

center
유리 파빌리온이 있는 T1 (사진=웹데일리)

T6 건물 옆에는 T1이 자리한다. 전체 탱크 중에 가장 작은 규모지만, 내부에는 유리 파빌리온이 있다. 유리 너머로 푸른 나무들과 암반이 그대로 보이는 게 인상적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2017 서울건축문화제’를 맞이해 △‘주제전[경계를 지우다]’, △’올해의 건축가(2017:이성관)’, △‘한강 건축상상전_한강극장’ 전시가 진행중 이다.

언뜻 파르테논 신전처럼 보이는 T2 건물은 공연장이다. 1층에 내부 공연장이 있고, 옥상에 올라가면 야외무대가 있다. 특히 야외무대 뒤편으로 보이는 이끼와 색바랜 콘크리트는 이곳에 켜켜이 쌓였던 시간의 층위를 보여주는 듯하다.

center
과거 모습 그대로 유지한 원형탱크 T3. (사진=웹데일리)

돌계단을 밟고 언덕을 올라야만 볼 수 있는 T3는 원형 탱크다. 과거 모습 그대로를 유지한 탱크다. T3에 올라가는 길바닥에 있는 돌계단도 그냥 돌이 아니다. 탱크 밑바닥에 있던 돌덩이들을 옮겨다가 재활용한 것이다. 시간의 층위를 담고 있는 돌계단을 하나하나 밟고 올라 T3 내부로 들어가면, 석유 탱크가 땅속으로 얼마나 깊이 묻혀있는지 직접 눈으로 체험할 수 있다. 미래의 쓰임새를 위해 보존됐다는 T3는 과거의 모습을 보존해 후세에 남기려 했던 문화비축기지의 노력을 보인다.

T4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과거 탱크 내부의 모습을 그대로 살렸다. 내부에 세워져 있는 21개의 철근 기둥은 석유를 보관하던 시기에도 있던 구조물이다. T5는 ‘이야기관’으로 석유비축기지의 역사를 360도로 관람할 수 있다.

◇ 관람 Point : ‘땅으로부터 읽어 낸 시간’

문화비축기지는 석유 탱크를 리모델링 하면서 태어났다. 이는 건축 비용을 아끼려 재활용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리모델링 비용이 건물을 새로 짓는 것보다 더 크다. 그런데도 석유 탱크를 철거하지 않고 보존한 이유는 그 속에 담긴 시간의 추억 때문일 것이다. 비록 시민들에겐 통제된 장소였지만, 석유비축기지도 서울이라는 도시를 구성했던 파편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문화비축기지 국제현상공모에서 수상한 작품명이 ‘땅으로부터 읽어 낸 시간’이었다. 땅 속에 묻혀있던 석유 탱크들을 땅 위로 올리면서, 갇혀있던 오래된 시간과 추억도 함께 빛을 본 것이다.

문화비축기지에 방문하면 ‘땅으로부터 읽어 낸 시간’을 기억하자. 문화비축기지를 더 운치 있게 감상할 수 있을 테니까.

center
T2의 야외무대 (사진=웹데일리)

◇ 문화비축기지

- 위치 : 서울특별시 마포구 증산로 87(월드컵경기장 서문 맞은편 위치)
- 운영시간 : 24시간 연중 무휴 (전시관은 월요일 휴관)



김아영 기자 news@webdaily.co.kr
<저작권자 © 웹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webdaily PICK

산업 ∙ 뉴미디어 ∙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