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시티]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에서 들은 ‘도시재생’ 이야기

"도시재생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왜?'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기사입력 : 2017-09-28 10:00
[웹데일리=김아영 기자] ‘도시재생’은 도시를 어떻게 매력적이게 만들까?

지난 6일 청담동에 위치한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에서 영국 도시재생 프로젝트 설명회가 열렸다. ‘여행’을 주제로 만들어진 트래블 라이브러리에서 도시재생이라니.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영국의 도시재생 이야기를 듣고 나면, 여행과 도시재생의 관계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것이다.

center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 (사진=현대카드)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는 회원들을 위한 'Talk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여행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고 영감을 얻는 기회가 된다. 그래서 현대카드 'Talk 프로그램'은 늘 만원이다.

현대카드 페이스북 페이지로 진행된 ‘UK Special : 영국 도시재생 프로젝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관련 페이지에 500여 개가 넘는 참가 신청 댓글이 달렸다. 그러나, 당첨 인원은 단 20명. 기자도 예외없이 댓글을 달고 조신하게 기다렸다. 운 좋게 당첨됐다.

◇ UK Special : 영국 도시재생 프로젝트, Talk 프로그램 현장에 가다

직원의 안내를 받고 도착한 1층 강연장에는 강연 시간 전부터 많은 참가자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행운의 티켓을 거머쥔 사람들이었다.

약속한 시각이 다 되자 강연자가 앞으로 나왔다. 영국문화원 예술감독 최석규이다.

최석규 예술감독은 현재 영국의 혁신적인 예술과 창조산업을 소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과 영국의 예술기관과 예술가 간의 장기교류를 위한 ‘2017-18 한영 상호교류의 해’ 예술 감독직을 맡고 있다. 최 감독은 “예술감독으로서 도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또 도시의 변화에 따라 예술이 어떻게 바뀌고 적용돼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center
영국의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는 최석규 예술감독 (사진=웹데일리)

이번 Talk 프로그램 강연자로 나선 최석규 감독은 문화와 예술로 도시 변화를 이뤄낸 영국의 3개 도시를 소개했다. 예술 축제의 도시 ‘에든버러’, 문화의 도시 ‘리버풀’, 예술과 기술이 결합한 도시 ‘브리스톨’이다. 그는 영국의 문화와 예술이 어떻게 도시변화를 이끌어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었는지 각각의 사례를 설명했다. 덧붙여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이 배울 점도 빼놓지 않았다.

◇ 예술 축제의 도시 ‘에든버러’

영국 스코틀랜드의 수도인 에든버러에서는 매년 다양한 축제가 개최된다. 특히, 8월에는 국제적으로도 잘 알려진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과 프린지 페스티벌부터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린다. 밀리터리 타투, 북 페스티벌, 필름 페스티벌, 재즈 블루스 페스티벌, 어린이 축제 등이 함께 진행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시작한 에든버러의 페스티벌이 이제는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찾아올 정도로 유명해졌다. 50만 인구 도시 에든버러에 8월에만 45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고, 2만5천여 명의 아티스트가 참가한다. 하루에 1000개의 공연이 각기 다른 장소에서 일어난다. 에든버러 시내 전체가 축제의 장이 되는 셈이다.

center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The Edinburgh Fringe Festival) (사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페이스북)

최 감독은 “에든버러가 축제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다양하다”며 “우리가 에든버러를 바라볼 때 ‘축제형 모델’로만 접근하면 안 되는 이유”라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민관 거버넌스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정부·지자체가 축제를 만들지만, 에든버러는 민간이 주도한다”며 “관은 자금지원과 정보 시스템 등 민간에서 시작한 축제를 어떻게 도와줄지 고민한다”고 최 감독은 설명했다. 그 결과, 에든버러 축제의 주민 참여도가 높다. 티켓 구매자의 40% 이상이 지역 주민들이다.

국제 행사로 우뚝 선 에든버러 축제에는 다른 성공 요인도 있다. 최석규 감독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변하는 축제 프로그램, 다양하지만 특색 있는 공연과 축제, 역사적인 건축물과 천혜의 자연이 잘 보존된 도시 경관 등을 꼽았다.

사실 에든버러는 축제 외에 도시 경관으로도 유명하다. 중세와 근대 건축물이 가득하고 광활한 숲과 호수가 있어 에든버러만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낸다. 특히 6세기에 지어진 에든버러 성은 <해리포터> 작가 조앤 K 롤링과의 스토리로 유명하다. 에든버러 성이 보이는 카페에서 영감을 받으며 <해리포터>를 써 내려갔기 때문. 에든버러 도시만의 풍경이 축제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최 감독은 “해외 성공 모델을 볼 때는 해당 도시만이 가진 특성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 비틀즈의 도시 ‘리버풀’

리버풀은 축구와 비틀즈로 유명하다. 반면, 도시재생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문화’로 도시재생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과거 리버풀은 해상무역으로 런던보다 부유했던 도시였다. 하지만 19세기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리버풀의 해상무역은 급속도로 위축됐다. 도시의 쇠퇴도 따라왔다.

1980년대에 들어오면서 리버풀을 문화로 재생하자는 결정이 났다. 그동안 쓸모가 없어 방치된 항만 창고 알버트 독(Albert Dock)에 테이트 리버풀, 비틀즈 박물관, 머지사이드 해양 박물관, 국제 노예 박물관이 들어왔다.

최 감독은 리버풀 사례를 설명하며 “도시재생은 무조건 옛것을 활용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경우에 따라 철거하는 게 맞을 수도 있다”며 “용도 변경에 따라 공간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center
리버풀 알버트 독(Liverpool Albert Dock) (사진 = 리버풀 알버트 독 페이스북 페이지)

◇ 예술과 기술이 하나 된 도시 ‘브리스톨’

리버풀보다 작은 도시 브리스톨은 예술과 기술이 어떻게 도시를 변화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과거 브리스톨은 배에 물건을 띄워 보내던 무역도시였다. 리버풀과 마찬가지로 항구 옆에 창고가 있다. 다른 점은 창고가 디지털미디어아트센터인 ‘워터셰드(Watershed)’로 탈바꿈해 영국의 창조산업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center
스마트폰으로 도시의 공공시설물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Hello Lamp post’ (사진= 플레이어블 시티 홈페이지)

워터셰드에서 나온 프로젝트 중 하나가 ‘플레이어블 시티(Palyable City)’다. 예술과 기술을 결합해 도시 내 공공 공간을 재미있게 변화시키는 프로젝트다. 스마트폰으로 도시의 공공시설물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Hello Lamp post’, 골목 가로등에 설치된 카메라가 지나간 사람들의 그림자를 저장해 다음 사람에게 보여주는 ‘Shadowing’ 등이 있다. 최 감독은 “시민들은 그들의 일상공간 속에서 예술과 접목한 기술을 만날 수 있다”며 “기술이 하나의 수단이 아닌 시민들의 삶에 녹아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석규 예술감독은 강연을 마치며 “도시재생을 할 때 ‘왜’라는 질문을 해봤으면 한다. 도시재생을 왜 해야 하는지, 누구를 위해서 해야 하는지 고민하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news@webdaily.co.kr
<저작권자 © 웹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webdaily PICK

산업 ∙ 뉴미디어 ∙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