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20 13:30  |  영화

[인터뷰]카타부치 감독 "'이 세상의 한 구석에', 전쟁 중 일상적인 보통의 날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창간 5주년 특별인터뷰]카타부치 스나오 감독

[웹데일리= 채혜린 기자] 지난 16일 국내 극장에서 개봉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카타부치 스나오 감독의 신작 ‘이 세상의 한구석에’는 지난 10월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장편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일본에서는 ‘너의 이름은’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으며 일본아카데미상의 작품상을 받았다. 프랑스 등지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는 ‘이 세상의 한구석에’는 2차세계대전을 겪는 일본 어촌 마을의 한 가족과 주변인 특히 주인공인 여자 ‘스즈’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애니메이션 영화다.

<웹데일리>는 이번에 '이 세상의 한구석에'가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국제경쟁작에 오르면서 두 번째 한국을 찾은 카타부치 스나오 감독과 만나 창간 5주년 특별인터뷰를 진행했다.

(본 인터뷰는 BIAF 장편 부문 대상이 발표되기 전인 10월 23일 부천 고려호텔 1층 커피숍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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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부치 스나오 감독.(사진=웹데일리).
<다음은 카타부치 스나오 감독과의 일문일답.>

-한국 관객의 반응을 어떤 채널을 통해 듣는지 궁금하다.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지금까지 개봉된 영화에 대해서는 한국 관객의 반응을 자세히 들은 적은 많지 않다. (그런데) 이번 영화의 경우에는 일본에서 공개가 됐을 때 (일본에서) 보고 좋아서 이번에 부천에서도 또 보러 왔다는 한국 관객의 말을 전해 들었다.

최근에는 SNS가 굉장히 발달됐기 때문에 관객의 반응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여러 장소에서 (영화를) 상영하면서 직접 관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도 굉장히 기쁘다.

-1116일 공식 개봉예정인데 관객들의 반응을 예상한다면.

영화 자체가 2차세계대전과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에 복잡한 사정들이 얽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고 솔직한 감상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해 11월 12일 개봉했는데 올해 12월까지는 계속 극장에 걸릴 예정이다. 프랑스에서도 올해 여름정도에 개봉했었는데 내년 좀 넘어갈 때까지 상영하고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개봉 후 일 년 가까이 상영되는 경우가 흔한 일은 아니다. 일본에서 일 년 좀 더 넘게 상영됐는데 그 배경이 궁금하다.

2차세계대전, 즉 전쟁에 대한 마음이 진하게 남아 있어서 (오래 상영되는 것은) 아닌 거 같고 전쟁 중에도 보통의 생활을 하고 있는 그런 모습에 대해서 일본인들도 새로운 발견을 했기 때문에 오래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 어떤 사람은 반전영화라고 하기도 하고 또 다른 이는 이것은 우리의 생활을 바로잡는 영화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여성의 인생에 대한 영화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한국하고 다르게 일본에서는 여성이 결혼을 하면 남편의 성을 따르게 된다. 그래서 결혼을 하게 되면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 영화에서 주인공 ‘스즈’는 결혼을 하면서 남편의 성을 따르고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남편의 가족 일원으로 편입되는 모습이 그려진다(기자 주) - 그런 상황 속에서 자기 자신을 한번 끄집어내는 그런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다양한 관객의 평이 있다.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을 젊은 층이 보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70, 80대도 보러가고 때로는 90대도 보러 와줬다. 다리가 아파서 극장에 가지 못하는 친척들한테 DVD가 나오면 보내주겠다고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분들에게 이런 영화를 보여주고 과거를 그리워해라 향수를 불러일으켜라하는 그런 이야기는 또 아니다.

그 시대를 실제 살아왔던 사람들에게 그 시대가 어땠는지, 실제 그러했는지 (영화를 통해) 물어보고 싶었다.

-감독님은 1960년에 태어나서 전쟁을 겪은 세대가 아니다. 그런데 전쟁을 소재로 다룬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게 된 이유는.

전작이었던 ‘마이마이신코(영문명 마이마이미라클)’의 배경이 1950년대다. 나의 시각으로 보면 그런 건 알고 있고 또 다 눈에 익숙한 내용들이다.

주인공 신코 어머니의 연령을 생각하면 그 어머니는 30,40년대에 10대였다. 주인공인 신코를 임신했던 건 50년대 배경이 된다. 신코 어머니 캐릭터가 굉장히 조용하고 차분한데 생각해 보면 이 사람(어머니)도 전쟁을 겪었던 사람이다. 나는 이 온화한 사람도 전쟁을 겪었던 사람이구나라고 깨닫게 된 거다.

그 시대 전쟁 중에는 정말 여러 사람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 전쟁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거 같은 사람도 (전쟁하던 시기에 존재했다면) 전쟁 시기를 살았을 거다. 그런 사람이 전쟁 중에 어떤 생활을 해왔는지 그 사람 눈에 비친 전쟁의 모습을 표현해 보는 것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어쩌면 그 주인공은 전쟁 중에는 굉장히 힘들었을 수도 있지만 뭔가 동떨어진 세계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쟁 중에는 정말 여러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었으니까...그런 (온화한) 사람도 있었을 거고...전쟁과는 정말 인연이 없을 거 같은 사람도 전쟁 시기를 살았을 수 있고...하지만 전쟁 중에 폭탄은 사람을 고르지 않고 떨어지지 않나. 만약 폭탄 맞지 않고 잘 피해 간 사람은 그 뒤에도 생활을 이어갔을 거다.

여하튼 보통 사람들도 마음속에 작고 소소한 희망 같은걸 가지고 있었을 텐데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원작 만화를 보게 된 거다. 원작 만화에는 원폭이 떨어진 히로시마에서 약 20Km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는 젊은 주부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원폭 투하 당시) 히로시마 자체는 지옥 같았겠지만 거기서 겨우 20Km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날 점심도 먹고 저녁밥도 먹었을 거다.

우린 이때까지 전쟁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 자랐는데 부모로부터라든지 어른들에게서 (당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그런 위주로 전해 들었던 거 같다. 하지만 전쟁이 굉장히 길지 않았나. 분명 전쟁 중에는 괴로웠던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었을 거다.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그런 일들이 그냥 보통의 일상이었을 거다. 그래서 (괴롭지 않았던 날들에 관한)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한테 전할 생각이 없었던 거 같다.

나의 어머니도 영화 배경인 당시 전쟁 중에 10살 정도였다고 하는데 이 영화를 보시고 처음으로 (내게) 그때 당시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이야기해주셨다.

이 영화를 보러 70세 이상의 분들도 많이 보러 와주셨다고 앞서 말했는데 그때 당시의 경험이 어땠는지 그 이야기를 (영화를 보고 난 뒤) 그 아래 젊은 세대들, 자신의 가족들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전쟁 중에는 사실은 일상적인 ​보통의 날들이 많다. 그런데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은 전쟁이 빼앗아 가는 것이 그런 일상의 날들이라는 거다. 그리고 그 전쟁 중에 있었던 일상의 나날들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날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평소 무언가를 오래 잊고 있었다가 어떤 계기로 관련된 것을 보고 기억해 내는 것이 흥미롭다.

그렇다. 프랑스에서 상영됐을 때, 이 영화를 본 젊은 프랑스 여성 관객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캄보디아계 프랑스인이었는데 폴포트 시대에 부모가 프랑스로 간 사례였다.

그의 아버지가 갖고 있던 기억은 또 자신의 아버지와 과자를 사러간 일상의 기억이었다라는 이야길 (내게) 했었다. 그의 아버지는 (자신이 어렸을 때 자신의 아버지와 같이) 사서 먹었던 그 과자 맛이 전쟁으로 인해서 잃어버린 추억(이라는 것인데 그런) 상실을 생각하면 이 과자 맛이 사실은 정말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겠나하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스즈가 폭탄에 오른손을 잃게 되고 나서도 다행이야하는 부분이 있다. 이런 대사를 넣은 까닭을 말한다면.

주인공은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폭탄으로 그 그림을 그리는 오른손을 잃게 된다. 동시에 주인공은 일손이 부족한 집으로 시집을 왔기 때문에 일을 하기 위한 오른손을 잃은 것이기도 하다.

그런 부분을 우리가 어느 정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지(와 더불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죽고 싶다 또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생활을 어쨌든 이어나가면 (그렇게 시간이 가는 사이에) 좋은 일도 있을 거다하는 그런 의미(를 담은 대사)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 영화를 보고 어떤 관객이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돌아간 거 같다고 이야기해 준적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타임머신을 타고 (특정) 시대로 가게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면 다른 시대로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은 공상의 세계이기 때문에 상상력을 이용해서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지만 (특히) 옛날 생활을 간접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애니메이션의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작품을 만들면서 내가 전혀 모르는 시대의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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