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한윤형 “북한 제재, 대화 테이블 유도 수단...전쟁 카드 함부로 쥐지 않아야 타당”

[창사5주년 특별인터뷰] 데이터앤리서치 부소장 “‘미디어 시민의 탄생’도 새롭게 출판”

기사입력 : 2017-11-17 14:39
[웹데일리= 손정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 정부는 북한을 압박하는 제재 수단도 평화를 위한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간혹 전쟁 가능성 카드가 있어야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전쟁 카드는 너무 위험해서 함부로 쥐지 않는 게 종합적으로 타당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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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형 데이터앤리서치 부소장 (사진=손정호 기자)
최근 지방선거 실무지침서인 ‘지방선거 가이드북’의 공저자로 새로운 이력을 시작한 한윤형 데이터앤리서치 부소장은 지난 15일 <웹데일리> 5주년 특별 인터뷰를 통해 최근 대북 정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조선일보와 서울대에서 주최하는 논술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거절하는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젊은 진보적 지식으로 불렸던 한 부소장은 여론조사기관 일을 하면서 새로운 삶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2010년 출판했던 ‘안티조선 운동사’를 개작해 ‘미디어 시민의 탄생’이라는 책을 새롭게 출간하기도 했다. 20여 년 정도 언론운동에 일정 부분 참여하고, 미디어 비평 전문지 미디어스 기자로 일하면서 느꼈던 부분들을 새롭게 담아낸 것.

올해 그가 출판한 두 권의 책, ‘지방선거 가이드북’과 ‘미디어 시민의 탄생’은 꽤 논쟁적인 제목을 선택했던 이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그는 안티조선 운동이나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의 트위터 논쟁, 데이트 폭력 논란 등 그간 그의 삶에 포함됐던 이슈들을 담담하게 되돌아보고 있어 보였다.

한 부소장은 “사람이 진중하게 일해서 유명해지면 좋을 텐데 일종의 사건을 만들고 유명세를 타서 계속 부담이 됐다”며 “너무 처음부터 진보 등 한쪽 편으로 분류돼 일을 시작하다 보니까 어려운 면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또 그는 “이전에는 글쟁이의 삶을 만들어가는 게 가장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예기치 못하게 흔들린 부분도 있다”며 “내 경험이 지나치게 좁은 범위 내에서 움직인 한계도 있었고, 돌이켜보면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부분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다음은 한윤형 부소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으로 북한 문제가 사회적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북한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푸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나.

▲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이때쯤 당선됐다. 한국과 미국 언론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고, 당선된 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이해가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대외 정책 패턴이 대통령 한 명의 의지로 극적으로 전환되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하지만 대통령제 하에서의 대통령이 워낙 영향력이 크고, 트럼프 대통령이 예외적 개인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에 많이들 걱정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들로 보면 그렇게 쉽게 무력 충돌이나 전쟁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안도감을 한국 사람들이 갖기 시작한 것 같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대북 전략은 전략적 인내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북한이 어떻게 나오는지 기다린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정부도 압박이 군사적 수단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대화하기 위한 전제로 평화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북핵을 용인하기 어렵고, 여러 방면으로 제재를 하면서 군사적 충돌을 되도록 피하도록 한다는 입장이 거의 어쩔 수 없는 선택지라고 보인다. 그런 입장에 입각해서 일이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라는 체제는 합리적 예측을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순간순간 다른 대응이 나올 수도 있다. 북한 체제는 역설적으로 정부 통제 경제가 아니라 장마당 경제, 시장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 체제가 장기적으로 불안정할 거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남한 입장에서는 다른 방법과 옵션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거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체제가 위기에 몰릴 수 있는 상황에서 전쟁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쟁이라는 카드를 쥐고 있다고 해야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온다고 역설적으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생각할 여지도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너무 위험한 카드이기 때문에 함부로 쥐어서는 안 된다고 보는 쪽의 입장이 조금 더 타당하지 않을까 종합적으로 판단해 본다. 한 바퀴 돌아서도 그런 입장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지방선거 가이드북’ 외에도 ‘미디어 시민의 탄생’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 ‘안티조선 운동사’ ‘뉴라이트 사용후기’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 등 많은 책을 썼다. 이렇게 많은 책을 쓰게 된 동기가 있나. 간략하게 책들을 소개한다면.

▲ ‘지방선거 가이드북’은 지금까지 내가 써왔던 책들과는 결이 조금 다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여론조사기관에 와서 종사하다보니까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전에는 전업 글쟁이로 살고 싶은 욕망이 계속 있었고, 그것을 위해 계속 노력했다.

올해 나왔던 ‘미디어 시민의 탄생’은 ‘안티조선 운동사’를 개작한 책이다. 다른 키워드를 갖고 다시 서술한 부분이 많다. 별도의 책으로 분류해서 설명하기는 어렵다. 나는 언론운동에 일정 부분 참여하고 관심을 가지면서 정치 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게 20여 년 정도 지켜본 입장에서 다른 담론적 저술과 논의의 힘을 빌려서 미디어 환경 변화를 설명해보려고 한 게 ‘미디어 시민의 탄생’이라고 볼 수 있다.

20대 시절부터 글을 쓰다보니까 2000년대 후반에 생긴 청년세대 담론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됐다. 그런 것들을 정리한 책이 2013년 나온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다. 그 책에는 청년세대 담론만 아니라 에세이도 있다. 그런 에세이들은 아직 책으로 묶지 않은 다른 글들과 함께 에세이집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외에 계속 썼던 글들은 아까 설명했듯이 언론운동으로부터 관심을 시작했지만 정치 평론으로 관심이 이동했기 때문에, 정치적 견해나 해석, 전망 등을 담은 것들이다. 그 결과가 공저인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한 러브레터나 안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책으로 본다. 실제로 읽어보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공저자 중 한 명인 이재훈 기자는 굉장히 비판적으로 썼다. 나는 그 책의 1부를 다뤘다. 1부는 꼭 안철수라는 키워드를 통하지 않고도 당시 야권의 정치세력이 어떻게 리뉴얼될 수 있는지의 문제들을 짚었다.

널리 언급된 책 중에 공저인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청년세대 담론과 사회과학 담론의 중간쯤에 있었던 책인 것 같다. 나는 공부를 많이 하고 글을 쓴다기보다는, 어떤 문제에 대해 흥미를 갖고 그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서 공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글을 쓰기 위해서 공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러 가지 잡다한 관심사들을 조금씩 확장하고 글쓰기 자체에 재미를 느끼면서 저술하면서 살아왔다. 책 목록만 보면 전공이 무엇이냐, 무슨 일을 해온 사람이냐고 헷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 20대 내내 그런 식으로 살았던 것 같다.

- 조선일보와 서울대에서 주최한 논술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조선일보의 인터뷰를 거절하는 등 꽤 유명한 진보논객으로 불렸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 사람이 진중하게 일해서 유명해지면 좋을 텐데 일종의 사건을 만들고 유명세를 탔다. 나한테 계속 부담이 됐다.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고 계속 글을 쓰면서 살아가려고 노력하기는 했다. 너무 처음부터 진보 등 한쪽 편으로 분류돼서 일을 시작하다 보니까 어려운 면도 있었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는 아쉬운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다. 지금에 와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다.

-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의 트위터 논쟁, 데이트 폭력 논란도 있었다. 지금 그때를 되돌아보면 어떤 느낌인가.

▲ 두 사건의 결은 많이 다르다. 데이트 폭력 논란 때문에 진보언론에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내가 그 문제를 길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여러 가지로 인생의 다른 방향을 찾아보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데이터앤리서치에 취직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예전과 글쓰기 패턴이 조금 달라진 부분도 있지만 상황에 맞춰서 내 생각을 왜곡하지는 않았다. 성숙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면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하나.

▲ 이전에는 글쟁이로서의 삶을 만들어가는 게 내게 가장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다. 그런 삶이 예기치 못하게 흔들린 부분도 있지만, 다른 방식의 삶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보게 된다. 아주 사소한 것으로 자동차 드라이브 등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에 대해서 생각해본 것 같다. 어려서부터 한 가지 업종에 길들여져서 살다보니까 너무 좁게 산 것 같다. 글쓰기를 하면서는 다양한 정치적 생각들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했지만, 나의 경험이 지나치게 좁은 범위 내에서 움직인 한계도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부분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살아야 내가 행복한가’는 연령대별로 다른 질문을 던지면서 다른 색깔의 삶을 구성해가면서 사는 문제인 것 같다. 어떤 답을 정했기보다는 여러 방면으로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 한국의 젊은이들,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지금의 말은 무엇인가.

▲ 내 나이대가 애매하다. 내가 10대 시절에 35살을 바라보면 상당히 어른으로 분류됐다. 당시에는 35살 정도이면 꼭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직장 커리어도 있고 상당히 사회적 역할을 하고 책임과 의무를 인정받는 이미지였다. 지금 내 또래들이 도달한 30대 중반은 이전의 30대 중반 만큼인 부분도 있지만, 상당수가 애 취급을 받을 때도 있다. 딱히 어른으로 분류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얼마 전에 한국 사회의 중위 연령이 41살 정도라고 하는 조사 결과를 봤다. 내가 41살이 됐을 때는 우리 사회의 중위 연령이 또 41살보다 조금 더 위일 것 같다. 그렇게 달아나고 있는 느낌이다. 내 또래에 대해 생각해보면 나이를 먹어도 계속 투정을 부리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35살인데도 자신을 계속 20대와 같이 묶어서 청년세대라고 생각하고, 기성세대에게 계속 항의하거나 화를 내는 모습을 보이는 부분이 있다.

어떤 사람들이든 사회적으로 책임을 지고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 것인지를 계속 고민하고. 그것에 맞춰서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과거 청년세대 담론에 대한 글을 많이 썼던 입장에서 지금의 20대 초중반과는 조금 다른 경험과 감수성을 갖고 있다. 기성세대와 지금 20대 초중반과의 차이만큼은 아닐지라도, 그 중간적 입장에 있는 사람이라는 걸 인지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과 적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 자신을 구성해가며 사는 게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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