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07 07:17  |  여행·도시

[인터뷰] "청년이 지역에 정착하려면 청년기본조례 제정이 먼저", 임재현 부천청년네트워크 대표

서울로, 대도시로!…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 왜?

[웹데일리=김아영 기자] ‘청년’이 화두다. 각 지자체, 도시재생과 마을만들기 사업 대다수가 ‘청년’을 외치고 있다. 청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년은 지역의 특색을 만들고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은 중장년층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고, 이를 실현할 열정도 지녔다. 또, 청년이 있어야 지역은 늙지 않고 건강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청년은 지역을 찾지 않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대도시로 떠난다. 대학교 또는 일자리를 위해 서울로 향한다. 대학교를 졸업해도 서울에 남는 청년이 대다수. 그들은 지역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청년들의 지역이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왜일까. 지역은 대도시에 비해 청년이 정착할 여건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도시에 비해 일할 곳, 놀 곳이 부족하다.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문화 인프라’도 열악하다. 또한, 청년들의 안전판인 복지도 허술하다. 지역의 청년 인구 비중이 작다는 이유로, 지역 정치에서 청년이 배제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여기 지역의 청년 문제를 해결하고자 발 벗고 나선 단체가 있다. 그것도 청년들이 직접 말이다. 부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부천청년네트워크다.

부천청년네트워크는 부천에 거주하는 20~30대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2015년에 조직된 단체이다. 부천 청년이 부천에 자리매김할 수 있게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첫번째가 부천 청년기본조례 제정을 위한 활동이다. 청년들의 일자리, 주거, 생활 안정 문제 해소와 문화 활동 기회 확대 등을 위해 지자체의 기본 법규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또 팟캐스트 등 여러 미디어를 통해 지역의 이슈와 청년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 지역의 청년예술가, 활동가, 주민 등 다양한 구성원을 소개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도시재생대학’을 시작했다.

부천 청년들은 어쩌다 부천청년네트워크를 만들게 됐을까. 부천청년네트워크 임재현 대표와 만나 청년이 지역에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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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현 부천청년네트워크 대표(사진=웹데일리)


다음은 임재현 부천청년네트워크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어쩌다 청년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나.

서울에서 작곡가로 활동하다 5년 전 부천으로 돌아왔다. 내가 중·고등학교를 나온 지역에서 사회적 기업을 하고 싶어서였다. 서울에서 어느 정도 경험과 능력을 쌓았기에, 부천으로 돌아가면 지역에서 반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텃새도 있었고, 다시 서울로 돌아갈 거란 시선도 있었다. 부천에서 내가 설 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때 생각했다. 나도 지역에 정착하기 힘든데, 사회에 이제 막 발 디딘 친구들은 오죽하겠나. 그래서 지역에서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지역과 청년이 상생하는 기반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Q. 그래서 비슷한 생각을 하는 청년들을 모아 부천청년네트워크를 만들었나.

아니다. 내가 모은 건 아니고, 청년 문제를 공유하는 친구들이 자연스레 모였다.

Q. 어떻게 자연스레 모였나.

서울시의 ‘청년허브’가 2013년 개관했다. 서울시의 청년을 위한 정책 수립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청년허브가 생긴 이후 이곳에 참여했던 청년 중 비슷한 고민을 하는 청년끼리 모임을 만들었다. 그중 하나가 ‘무중력지대’였다. 서울에서 다양한 청년 모임이 생기는 모습을 보면서, 부천에도 청년 문제를 고민하는 모임이 생기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진 친구들이 몇 있었다. 그 친구들이 모인 것이다.

Q.활동 초기에 청년기본조례 제정 활동에 주력했다. 그 이유가 있나.

청년기본조례가 있어야 청년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행정에 청년을 위한 공간을 요구했다. 그때는 행정 시스템을 잘 몰랐기에 기초단체장을 직접 만나 우리의 요구를 전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너희가 원하는 걸 얘기한다고 모두 들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행정은 관련 법안이 없으면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럼 우리의 요구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알아봤다. 조례 제정이 필요했다. 서울 청년허브도 청년기본조례 제정을 먼저 했다. 조례가 있어야 사업을 할 수 있는 거였다. 그래서 청년기본조례 제정이 가장 우선이고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Q. 그런데 3년 동안 조례 제정을 준비했는데, 아직 통과가 안 됐다.

너무 아쉬운 부분이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청년기본조례 제정을 준비했던 시흥시는 2015년에 조례가 통과됐다. 지자체 중 처음으로 주민 발의 방식으로 조례가 제정된 경우다. 3개월 이내에 시흥시민 6125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 고난도의 미션이었지만, 성공했다.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Q. 왜 부천은 청년기본조례 제정이 안 됐다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기초단체장과 지자체의 관심이 중요한 것 같다. 경기도 내에 청년기본조례가 제정된 곳이 몇 없다. 고양, 시흥, 수원, 안산시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이 지역들은 기초단체장의 관심과 지자체의 지원이 있었기에 조례가 통과될 수 있었다.

부천시는 청년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듯싶다. 부천에서 활동한 지 3년이 됐지만, 아직 부천시장을 만나지 못했다. 염태영 수원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 청년에 관심 있는 기초단체장과는 이미 만났다.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며 청년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부천 청년이 다른 지역 기초단체장과 만나면 뭐하겠나.

Q. 청년기본조례 제정에 지자체의 지원이 무척 중요하겠다.

물론이다. 너무 안타까운 게 부천에서 문화·예술하는 청년들이 외부로 많이 빠져나갔다. 지역에 실망해서다. 이들을 위한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청년도 지역의 중요한 자원 아니겠나. 각 지자체에서 청년들이 지역에서 성장하고 정착할 수 있게 여러 장치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Q. 청년이 지역에 정착하려면 청년기본조례제정 외에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흔히 ‘청년은 정주의식이 없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주거 비용·일자리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공동체 의식’을 가져보지 못한 이유도 한몫했다고 본다. 자신이 살던 지역을 ‘우리 동네’, ‘내 고향’이라고 느낄 기회가 없었던 거다. 만약 청년이 ‘내 고향’의 감정을 지역에서 느낄 수 있다면, 지역에 정착하고 싶은 청년이 늘어날 거라고 본다.

Q. 어떻게 청년이 ‘내 고향’의 감정을 느낄 수 있나.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내 경험에 비춰보면, 참여와 경험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우선, 청년이 지역 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 청년과 주민이 함께하는 자리와 시간을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 청년은 지역 행사에 참여하려, 주민은 청년을 이해하고 그들의 생각을 받아들이려 노력해야 한다.

또, 함께하는 기쁨을 경험을 해봐야 한다. 나도 부천에서 활동하면서 주민과 같이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얼마 전, 부천시 체육대회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주민들께 인사드리니 서로서로 저를 소개해주셨다. 어떤 분은 자신이 운영하는 횟집에 저를 초대해주셨다. 예상치 않게 주민들과 친해져 이야기를 나눈다는 게 무척 재밌었다.

Q. 청년들과 주민들의 만남이 우선인 것 같다. 이를 위해 부천청년네트워크에서 하는 활동이 있나.

여럿 있다. 우리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주민과 청년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거다. 청년도시재생학교, 청년대학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청년대학은 청년 강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인데, 이를 통해 배출된 청년 강사들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게 된다.

이 외에도 부천청년네트워크 내부적으로 지역행사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라도 참여해야, 주민들에게 ‘지역에 관심 갖는 청년들이 있다’고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역 주민이 청년에 대해 갖는 선입견도 바꿀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Q. 어떤 선입견인가.

‘청년들은 지역에 관심도 없고 참여할 생각도 없다’는 인식이다. 주민들은 청년들이 지역의 구성원이 되길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당연히 청년들은 지역 일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단정 짓는다. 청년들을 만나보기도 전에 말이다.

Q. 부천청년네트워크의 활동이 주민들의 선입견을 바꾼 사례가 있나.

우리의 활동으로 부천에 있는 모든 주민의 인식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성과는 있었다. 얼마 전, 부천의 한 동네에서 마을 축제가 열렸다. 작년까지만 해도 마을 축제는 어르신들, 주민들을 위한 축제였지만, 올해부터 바뀌었다. ‘청년’이 주제가 됐다. 주민들이 ‘청년과 함께 일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인식을 갖게 된 거다.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청년과 주민이 함께 지역 행사를 만들 기회가 많아질 거라 기대한다.

Q. 지역 행사에 참여해보지 못한 청년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그동안 도시의 구성원들이 단절돼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내가 참여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주민들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러니, 한 번이라도 청년들이 지역 행사에 참여해 주민과 함께하는 기쁨을 경험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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