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12 22:45  |  피플포커스

[인터뷰] 내가 전하고 싶은 모든 것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황인모'

[웹데일리=손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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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사진은 너무나 쉽고 당연하고 일상적인 것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 ‘필카 감성’이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다시금 필름 카메라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필카 플리케이션이 생겨날 만큼 그야말로 아날로그 열풍이다.

사실 필름카메라는 꽤 번거롭다. 찍은 즉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와 달리, 필름을 한 통 다 써야 하고 또 인화까지 해야 한다. 하지만, 그 점까지 꼭 빼닮은 필카 어플이 요즘 최고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봤을 때, 필름 카메라 특유의 색감만이 그 인기의 비결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하고 까지 사람들은 왜 다시 필름카메라를 찾는 것일까? 디지털카메라와 달리, 컷 수가 한정적인 필름 카메라는 셔터를 한번 누를 때마다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찍게된다. 그렇게 찍은 사진은 평범한 오늘 이 순간을 더 특별하고 소중하게 만든다. 정성을 담은 만큼 더 가치 있게 느껴지는 법이다.

일상을 담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황인모. 그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평범한 공간과 흐르는 시간을 사진 속에 영원히 담아낸다. 본질을 꿰뚫는 그의 사진을 들여다보자. 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것들을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20년 후, 이 사진이 다시 보고 싶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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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언제부터 매력에 빠지셨나요?

어릴 때였어요. 하루는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그 친구의 가족 앨범을 봤죠. 그런데 우리 집에는 고작 상자에 사진 몇 장 모아둔 게 전부였죠. 그때부터 제가 크면 사진을 많이 찍어야겠다는 생각하게 됐는데, 마침 아버지가 해외 출장을 다녀오시는 길에 컬러티비와 수동 카메라를 한 대씩 사서 들어오셨어요. 그 카메라를 혼자 가지고 놀기 시작한 게 사진을 처음 접하게 되었죠.

저는 원래는 화학 전공을 했었어요. 그런데 맨날 책상 앞에 앉아서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만 들여다보다가, 어느 순간 고개를 들고 주변을 한번 둘러보니 너무 신기한 게 많더라고요. 사진을 찍는 목적 중 하나가 신기한 것들을 남기는 것이잖아요. 그 신기한 것들을 사진 속에 담아가다 보니, 제 눈은 항상 사진기를 보고 있고, 머리는 사진 찍을 생각밖에 안 하고 있었죠.

본격적으로 사진작가의 길에 들어선 계기는 어떻게 되시나요?


그렇게 틈틈이 사진을 계속 찍어오다가, 다시 사진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작가의 길에 들어섰어요. 그런데 사실 제가 사진작가가 된 가장 큰 계기는 따로 있어요. ‘그림’이라는 뜻을 다르게 생각하면서부터예요. ‘그림이 뭐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종이 위에 무엇을 그리는 것만 생각해요. 하지만 그림의 동사형인 ‘그리다’의 뜻을 살펴보면, ‘그리워한다’가 먼저예요. 즉, 그리워하는 감정이 먼저 생겨야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죠. 그림의 준말인 글도 마찬가지예요. 글과 그림, 그리고 그리움은 다 똑같이 그리움에서 출발합니다.

그렇다면 그림, 글에 이어 사진은 그리움과 어떤 관계가 있나요?

사진도 그리움에서 시작해요. 먼저 포토그라피(photography)는 그리스어의 빛(phos)과 그리다(graphos)의 합성어로, 빛으로 그리는 그림을 뜻하죠. 내가 그리워하는 것을 먼저 머릿속에 띄워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거예요. 이 생각이 든 후, 본격적으로 사진의 길에 들어서게 됐고, 항상 사진기를 들고 제가 그리워하는 것들을 찾아다니고 있어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다큐멘터리(Documentary)란 소위 못사는 사람들이나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혹은 부당한 일을 고발하는 것들이에요. 굉장히 국한되어있죠. 하지만 원래 다큐멘터리의 의미는 라틴어로 도세르(Docére)에서 출발한 것으로, ‘가르친다’라는 뜻이에요. 이 도세르와 ‘이야기’라는 뜻의 ‘스토리(Story)'가 결합해 다큐멘터리(Documentary)라는 용어가 생겨난거죠.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내가 알리고 싶은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모든 것이 다큐멘터리라고 볼 수 있어요. 저는 주로 그런 작업을 하고 있죠.

그렇다면 주로 어떤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고 계시는지?

90대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찍어왔어요. 90대 정도 되신 분들은 역사상 가장 격동의 시대를 살아오신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분들은 일제를 겪었고, 6.25를 겪었죠. 그리고 생활문화가 굉장히 많이 변했어요. 우리가 언제부터 걸어 다니면서 인터넷을 한다는 상상을 할 수 있었겠어요? ‘우리 시대의 90대가 겪은 환경의 변화는 마치 조선 시대나 고려 시대에서 몇천 년이 흐른 정도의 문화적 충격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만큼 그분들은 격동의 세월을 겪으면서 살아왔다는 것이죠. 그분들과 함께한 작업은 ‘권력자들이 아닌, 일반의 민중으로부터의 기록’을 사진으로 남기자는 생각이 담긴 시리즈들이었어요.

또 저는 공간에 대한 증명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대구의 시공간을 담은 시리즈예요. 이제 대구에서 산 지도 10여 년이 넘었고, 이곳에서 작품 활동을 하면서 ‘대구가 이렇게 변화해왔구나’도 느끼고 또 앞으로 ‘대구가 어떻게 변하겠구나’라는 것도 느끼죠. 그런 것들을 토대로 중요한 장소들을 하나하나씩 남겨놓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저한테는 다큐멘터리 그 자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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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등장하는 사진이 많던데, 어떻게 작가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진을 찍게 되셨나요?

저는 대학을 진학하면서 대구에 올라왔어요. 포항 출신이었던 제 눈에 대구는 엄청나게 크고 다양한 시내가 많았는데, 친구들은 그냥 ‘시내'에서 보자고 하더라고요. 친구들은 시내 속의 구체적인 장소를 눈빛만으로 서로 알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대구 사람이 아니라서 그 뉘앙스를 간파해내지 못했죠. 이처럼 약속 공간에 대한 대구사람들만의 인식 같은 것들이 있었어요. 대구사람들만이 가진 아이덴티티 같은 것이죠. 저는 그런 공동체적 정서를 담아내고 싶었어요. 제가 찍은 사진 시리즈는 대구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사진이에요. 시내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약속장소들과 같은 곳이죠. 그리고 이왕이면 대구 토박이가 아닌 제가 찍는 것보다는 약속 공간이라는 인식을 뚜렷하게 가진 대구 시민들에게 셔터를 넘겼어요.

셔터를 넘기는 사진 작가님이라는 점이 굉장히 특이하네요.

네. 저는 시민들에게 셔터를 넘기고 제 생각을 사진 속에 담아요. 사진 속의 내 모습에는 내 생각이 들어가 있는 것이고, 실제로 찍는 것은 그 공간을 활용하는 불특정한 누군가의 시간인 것이죠. 또한,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려고 했어요. 그래서 2분의 1초의 속도를 사진에 담았어요. 그런데 보통 2분의 1초 정도의 시간이면 움직이는 사람들은 다 흔들리고, 움직임이 없는 사람들은 사진 속에 담겨요. 그러면 그 사진 속에서는 나와 그 사진을 직접 찍는 사람은 사진 속에 남아있는데, 그 나머지 사람들은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걷고 있어서 흐릿하게 나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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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기록하는 것은 사진보다 영상이 유리하지 않나요?

대부분 사람은 영상이 시간을 기록하기에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더 깊숙이 들어가 보면 영상에서 1초에 30장이라는 시간이 넘어갔으면, 30장 중간중간의 시간은 남아 있지 않은 것이죠. 실질적으로 단절되어있는 시간이지만 우리는 착시로 인해서 시간을 본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영상은 비어있는 시간이 실질적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한 시간 동안 사진을 찍는다면, 그 속에 모든 시간이 온전히 존재합니다. 단절되어있는 시간이 아닌, 아날로그적인 온전한 시간이 담겨있는 것이죠. 그걸 한 장에 보는 것이에요. 시간을 기록하는 매체를 시각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당연히 영상이 더 뛰어나다고 볼 수 있겠지만, 관념적인 부분에서 본다면 저는 사진이 훨씬 더 그 본질에 가깝다고 봅니다. 한마디로 영상은 소비, 사진은 소장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찍는 사진 중, 긴 시간의 셔터를 열고 찍는 사진들은 이런 생각으로 찍고 있어요.

그렇다면 사진이 예상한 그대로 인화되어 나왔을 , 작가로서 가장 기쁜 순간인가요?

저는 인화한 순간보다는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 더 큰 기쁨을 느껴요. 사진을 많이 찍다 보니 이미 모든 메커니즘이 제 머릿속에 있어요. 그래서 ‘어떤 것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모든 과정을 거쳐 이미 셔터를 누르기 전, 제 눈앞에는 인화된 사진이 그려져요. 그래서 저는 제가 찍고 싶은 것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부터 기쁨을 느낍니다.

작품활동을 비롯한 앞으로의 계획은?

전업 사진작가로서 꼭 일 년에 한 번씩 개인전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당장 유명한 작가가 되기보다는 10년, 20년 후에 더 많이 찾는 사진을 남기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지금 당장 유명해질 만한 소재들을 찾아다니기보다, 항상 내 마음속에 담아있던 것 중에서 ‘나중에 이것은 꼭 필요하겠다' 하는 것들을 쫓고 있어요. 세월이 흐르고, ‘아 황인모라는 작가가 이런 사진들을 꾸준히 남겨와서 지금 우리가 볼 수 있구나’ 하는 꿈을 꿉니다. 오래될수록 가치가 높아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 자신에게만큼은 분명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활동할 계획입니다.

story.21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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