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10 15:18  |  MCN·웹영상

[콘텐츠 메이커] 재밌는 콘텐츠로 잘 먹고 잘 사는 '칠십이초 TV'

[웹데일리=고경희 기자] '노잼'은 용납할 수 없는 자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칠십이초(72초)'.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칠십이초', 그들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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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이초 공식 페이스북에서

· 제작사 이름 : 칠십이초 (72초)

· 대표 : 성지환

· 구독자 수 : 50명

· 작품: <72초>, <오구실>, <태구 드라마> 등 10개의 시즌물

칠십이초는 유명 배우·제작진 없이 자수성가한 제작사다. 주로 만들어 왔던 콘텐츠는 웹드라마다. 기존의 웹드라마들이 20분 분량일 때, 칠십이초는 그보다 더 짧은 1~2분짜리 영상을 내세웠다. ‘72초 안에 모든 것을 담아낸’ 영상들은 트렌디하고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은 웹드라마 외에도 시트콤, 다큐, 뉴스 등 다양한 장르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칠십이초일까?

이름이 정해진 이유는 간단하다. 1~2분을 표현하는 숫자 가운데 가장 입에 잘 붙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덕분에 사람들이 기억하기도 쉬웠다. 하지만, 이름처럼 콘텐츠 분량을 72초에 절대적으로 맞추거나 고수하는 건 아니다. 초반에는 72초 내외 분량을 지켰지만, 지금은 10분이 넘는 영상들도 많다.

◇ 칠십이초 - 인더비 : 새롭고 재밌는 콘텐츠로 잘 먹고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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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비 작품들(사진 = 인더비 공식 블로그)

계보를 따라 올라가면, 칠십이초의 시조는 따로 있다. ‘인더비(IN THE B)’라는 공연기획팀이다. 칠십이초 대표 성지환이 인더비의 대표이기도 했다. 칠십이초는 인더비 출신 원년 멤버 5명으로 시작했다. ‘새롭고 재밌는 콘텐츠로 잘 먹고 잘 살자’며 의기투합한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었다. 이는 현재 칠십이초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인더비는 무대감독, 뮤지션, 배우 등 다양한 전공 분야들의 창작자들이 소속돼 있었다. 성지환은 IT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출신이다. 이들이 처음부터 영상을 전문으로 하던 팀은 아니었다는 것.

당시 인더비의 작품들을 훑어보면, 각기 다른 전공자들이 모여 만들어서 인지 소재나 형식들이 다채롭다. 다양한 장르의 창작가들이 모여 만든 아트파티 공연 ‘톰과 제리의 밤’과 같은 실험적인 프로젝트도 많이 진행했다. 또 리쌍 ‘겸손은 힘들어’ 등 뮤직비디오도 다수 제작했다.

'칠십이초'의 팀 구성과 행보들을 살펴보면, '72초 콘텐츠'가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은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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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CREATE FUN (사진 = 칠십이초 홈페이지)

◇ WE CREATE FUN, 재미를 창조한다.

칠십이초의 콘텐츠 철칙은 ‘Fun’이다.

첫째도 재미, 둘째도 재미있어야 한다. 그들이 정의하는 재미란, 단순한 흥미뿐만 아니라 놀라운 반전, 익숙하던 것의 낯섦, 살 떨리는 공포 등을 포함한다. 칠십이초는 사람의 마음속 모든 감동을 끄집어내기 위해 늘 재미에 대해 치밀하게 연구한다.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이야기만을 목표로 두지 않는다. 일상을 다루되 제작자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기반으로 스토리를 짠다. 그들이 상상하는 것, 또 그들이 즐겁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작품의 소재가 된다. 사람들은 거기에서 자신과 닮은 모습을 찾아내고, 공감을 형성한다.

그렇다면 맛깔나는 드라마 대본은 누가 쓰고 있을까.

대개 드라마는 캐릭터와 상황을 가정한 후에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그러나 칠십이초 드라마는 뛰어난 전문 작법보다는 실제 경험담 위주로 생생하게 풀어낼 수 있는 작가를 원한다. 그들은 주로 누구나 겪을 법한 평범한 사연을 다루기 때문이다. 실제로 30대 평범한 남자의 일상을 다뤘던 <72초>의 '시즌 1'은 라디오 작가가 썼다. '시즌 3' 같은 경우는 '시즌 1'의 영어 번역을 맡았던 ‘초짜’ 작가가 대본을 맡았다.

◇ 칠십이초 필모그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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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담은 웹드라마 (사진 = 칠십이초)

첫 번째 키워드는 역시나 ‘일상’이다.

칠십이초의 첫 작품인 <72초>는 30대 지극히 평범한 남자의 발랄한 일상을 다룬다. 랩같은 나레이션과 뮤직비디오 보듯 경쾌한 리듬으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편집은 보는 이의 집중도를 높인다. 인더비때부터 함께 해온 원년 멤버 ‘도루묵’, 진경환 감독의 경험을 담은 연출이 빛이 났다. 그는 주연 배우로서 연기도 함께 해 주목을 받았다.

반대로 30대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오구실>도 큰 인기를 누려 '시즌 3'까지 제작됐다. 주인공 '오구실'은 특히 비슷한 나잇대의 여성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그 비결은 구남친과의 재회, 여자끼리의 기싸움과 같은 익숙한 생활 에피소드 덕분이다. 달갑지 않은 순간들이지만 오구실의 센스있는 상황 대처가 돋보인다. 또 차분하게 읽어내려가는 가수 ‘커피 소년’의 나레이션과 매회 등장하는 일러스트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요소다.

<태구 드라마>는 학교에서 '화석'이 돼버린 12학번 ‘태구’가 복학한 뒤 일어나는 캠퍼스 생활기를 다룬다. 말 한번 걸었다고 수작으로 오해받는 등 복학생 태구의 웃픈 순간들이 드라마의 소재가 된다. 주인공이 깨달을 때마다 등장하는 장렬한 배경음악이 매력 포인트다. 태구 드라마 또한 감독 오승우가 주인공 '오태구'로 출연해 열연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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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의 연속 (사진=칠십이초)

두 번째 키워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움'이다.

<까마귀 상가>는 칠십이초가 처음 시도한 시트콤이다. '까마귀 상가'라는 수상한 이름의 건물에 입주한 두 회사 간의 좌충우돌 버라이어티를 그려낸다. 주목할 점은 두 입주사가 실제로 존재하는 회사라는 것. 제작사 본인인 칠십이초와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 민족'이다. 배달의 민족과 콜라보로 만들어 낸 이야기로 색다른 즐거움을 맛 볼 수 있다.

다음은 다큐다. <이너뷰#폴초>는 캐나다 벤쿠버에서 온 교포 청년의 한국 라이프를 재미있게 그려낸 코미디 다큐 프로그램이다. 정답고, '핫 걸' 많은 한국에 무한 애정을 보이는 폴초의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 난다. 토종 한국인 배우 '임투철'의 능청스러운 교포 연기는 매회마다 폭소를 자아낸다.

웹드라마 <바나나 액츄얼리>는 칠십이초 영상 중에서도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멜로 드라마다. 20대 청춘 커플들의 설레면서도 발칙한 스토리를 담아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섹슈얼한 코드들이 다수 등장해 솔직한 매력을 뽐낸다. 여기에 칠십이초 특유의 짧은 시간 내에 긴장감을 높이고 감정을 고조시키는 연출을 멜로에 결합해 호평을 받았다.

◇ 광고도 특별하게,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칠십이초의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주목받자, 광고 제작의뢰가 하루 열 건 이상 들어왔다. 초반에 콘텐츠를 만드는 데도 바쁘다며 ‘광고를 할 생각이 없다’고 거절했다.

하지만 모바일 콘텐츠 시장은 뷰당 1원이란 야박한 수익 덕에 콘텐츠만으로 밥 벌어먹기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칠십이초 티비는 브랜드 광고 의뢰를 수락하게 된다. 단, 광고도 그들의 철칙인 ‘재미’를 놓칠 수 없었다.

그래서 내세운 것이 ‘브랜드 콜라보레이션’이다. 광고주가 요구하는 대로가 아닌 브랜드와 콘텐츠를 함께 만든다는 의미다. 대략적인 제작 과정은 이렇다. 먼저, 브랜드 측에서 대중에게 알리고 싶은 키워드를 받는다. 그럼 그것을 녹여내 칠십이초 스타일대로 독특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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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구 드라마 X 워너 브라더스] 2편에서

콜라보 콘텐츠는 칠십이초의 드라마와 연계해 시즌 이야기와 연결되는 특별편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태구 드라마 '시즌 3'은 주인공 ‘태구’가 솔로 인생을 마감하고, 여자친구가 생기면서 끝이 난다. 그 뒤 내용은 더 다루지 않았는데, 대신 <태구 드라마 X 워너 브라더스> 특별편에서 등장한다. 여자친구와 영화를 보러간 태구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려내면서 영화사 워너브라더스의 PPL도 놓치지 않는다.

72초는 ‘쏘카’, ‘삼성 페이’, ‘중고나라’ 등 여러 브랜드와 콜라보를 맺어 왔다. 초반 높은 퀄리티의 72초 콜라보 콘텐츠는 포털 플랫폼의 제재를 받았다. 포털의 콘텐츠 채널에 처음 올린 콜라보콘텐츠가 개재됐다가 두 시간만에 바로 내려졌다. 광고는 콘텐츠 채널에 올릴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광고 같지 않은 광고'가 사람들의 반응을 꾸준히 끌어내면서 포털 플랫폼의 태도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PPL이 포함됐음을 알리는 문구가 나가야 하긴 했지만, 하나의 콘텐츠로 인정받아 콘텐츠 채널에 올리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72초는 '브랜드 콘텐츠'로 영상콘텐츠 제작자들의 새로운 수익 창구를 열어주는 하나의 사례가 됐다.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칠십이초'.

'다음은 뭘까?' 기대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메이커들이다

news@web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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