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14 05:00  |  웹툰·만화

“저작권 대응의 주체는 바로 ‘작가'”...웹툰 작가들, 불법 도용 문제 직접 해결 나섰다

1월 10일 ‘불법웹툰도용사이트 피해작가집담회'

[웹데일리=이선기 기자] “웹툰 불법 도용에 대한 저작권 대응의 주체는 ‘작가’여야 합니다.”

웹툰 불법 도용 피해작가모임 박성철 대표의 말이다. 작품의 저작권이 작가에게 귀속돼 있어 작가가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 제대로 된 처벌과 피해보상을 바라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에 피해 작가들이 직접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서울소방재난본부 1층 SBA웹툰파트너스에서 웹툰 불법 도용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불법도용웹툰사이트 피해작가집담회'가 열렸다. 창작자연대 대표이자 불법웹툰도용사이트 피해자모임 박성철 대표의 진행 하에 불법 도용 대응 방안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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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웹툰 불법 도용 근절을 위한 '불법웹툰도용사이트 피해작가집담회'가 열렸다. (사진=이선기 기자)


창작자연대의 자체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불법 도용 사이트는 39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상반기 실시한 조사에서는 22개 규모로 파악됐지만, 몇 개월 만에 10개 이상의 사이트가 새로 추가됐다. 개설된 사이트의 트래픽 규모는 더욱 심각하다. 특히 규모가 가장 큰 B사이트의 경우 트래픽 규모가 국내 전체 트래픽 순위에서 14위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이로 인한 작가들의 피해액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웹툰 커뮤니티 웹툰인사이트가 조사한 피해액 규모에 따르면, 작년 한해 불법 도용으로 발생한 피해 추산액은 무려 1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한 피해작가는 “1년 전에 비해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며, “인기 작품의 경우는 작품 노출 빈도가 더 높아 3분의 1수준까지 매출이 줄어들었다"고 심각성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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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규모가 큰 불법 도용 B사이트로 인한 피해 추산 규모 (사진=웹툰인사이트)


하지만 속수무책이다. 관련 기관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불법사이트 운영자들은 이를 비웃듯 여전히 활개를 치며 막대한 수익을 가로채고 있다.

박 대표는 “플랫폼·정부기관 등 기존 유관기관을 통한 대응은 불법 도용 사이트 운영자를 처벌해도 100만원 내외의 벌금형에 그쳐 실효성이 없다"며, “벌금을 내고 새로운 사이트를 다시 개설하면 그만"이라며 현재의 제도적 문제점을 꼬집었다. 새 사이트 개설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부과할 수 있는 벌금의 액수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사이트 운영자들이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불법 도용 사이트 운영자들은 사이트가 적발되면 벌금을 내고 새로운 사이트를 다시 개설해 운영하는 방법으로 자생하고 있다.

더구나 저작권 관련 분쟁은 경찰에서 사건 수사에 직접 개입할 수도 없어 문제 해결에 힘이 실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관련 기관의 도움을 받아 사이트를 폐쇄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대응이다. 어렵게 사이트 폐쇄를 이끌어낸다 하더라도, 새 사이트가 개설되면 처음부터 다시 대응해야 하는 도돌이표 상황도 문제다. 결국 막연한 사이트 폐쇄 조치로는 근본적인 해결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바로 작가들이 모여 피해자모임을 결성한 이유다. 저작권의 주체인 작가들이 직접 움직여 저작권에 대한 권리를 되찾아오자는 것이다.

피해자모임 측은 실질적인 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먼저, 불법사이트에 직접 민사소송을 진행해 피해보상을 이끌어낼 예정이다. 작가들은 자체 조사된 39개의 사이트에 대해 직접 증거를 수집하고 민사소송을 준비 중이다.

기관을 통한 형사처벌보다 훨씬 강력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피해자모임 측의 설명이다. 벌금이 아닌, 작가들의 피해액 규모에 해당하는 막대한 보상금을 안기는 것이다. 성사된다면 불법사이트에 막대한 피해를 가할 수 있다. 동시에 강력한 본보기 사례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다른 불법사이트들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국내 불법 광고주를 상대로 민사소송도 준비 중이다. 불법사이트의 주요 수입원은 광고 수익이다. 불법으로 도용한 작품 페이지에 성인광고, 도박광고 등을 게재해 불법적인 광고 수익을 취하고 있다. 이에 광고주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할 경우, 불법사이트의 주요 자금원을 끊을 수 있다. 불법 광고주들은 불법사이트와 달리 국내에 기반을 두고 있어 직접적인 처벌이 훨씬 용이하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피해자모임 측은 관련 협의체를 구성해 불법사이트를 호스팅하는 해외 클라우드 서버 업체와 접촉해 사이트의 폐쇄를 요청할 계획이다. 저작권자가 협의체를 구성해 직접 폐쇄를 요청할 경우 불법사이트의 생존 자체를 차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불법사이트 운영자는 사이트 폐쇄를 넘어 사이트를 다른 클라우드 서버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비용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

피해자모임 측은 이같은 대응이 단순히 피해에 대한 보상만을 위한 행동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민사소송이 100% 승리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소송 과정을 통해 문제를 공론화하고 사태의 심각성을 더 많은 작가들과 공유하기 위한 이슈화의 성격도 있다"고 밝혔다. 소송 과정에서 더 많은 작가들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함과 더불어 정부 대처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관련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집담회에 참여한 한 작가는 “문제가 단기적인 이슈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작가들이 움직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더 많은 작가들이 직접 힘을 모을 수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확률은 높아진다”고 말했다.

피해자모임 측은 불법 도용 대응을 위한 상임위원회를 구성해 지속적인 대응을 위한 체계를 갖추고 보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더불어 올 상반기 국회토론회를 진행해 관련 법안과 규제에 대한 논의를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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