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31 17:20  |  웹툰·만화

레진코믹스의 작가 고소, 과연 1위 플랫폼에 걸맞는 품격일까

[웹데일리=이선기 기자] 레진코믹스가 지난 30일 연재 작가 두 명을 고소했다고 밝혔다. 고소 사유는 '허위사실 유포'다. 만화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작가들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유관기관은 발 빠르게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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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레진코믹스


지난 30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공정한 웹툰 생태계 조성을 위한 토론회’가 한창이었다. 그동안 작가들이 겪은 부당한 피해 사례와 더불어 표준계약서 작성 문제, 대응 방법 등의 방안이 오고 갔다. 참여한 인원은 발제자를 포함해 100여 명에 육박했다. 3시간이 넘도록 진행된 토론회는 시종일관 열기로 가득했다.

같은 시각, 레진코믹스는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보내고 있었다. “일부 작가 등에 의한 근거 없는 레진 비방사태와 관련해 법적 대응을 시작했음을 알린다”는 짧은 내용이 전부였다. 내용을 읽는 순간 뒤편에서는 한 작가가 힘겹게 질의를 이어가던 중이었다. 마이크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그는 소송이 두려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고소당한 작가는 블랙리스트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왔던 은송, 미치 작가다. 레진코믹스는 “본사와 관련된 다량의 내용을 왜곡시켜 지속적으로 유포해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고소 사유를 밝혔다.

과연 진실일까. 지난 11일 SBS가 단독보도를 통해 공개한 레진코믹스 내부 문건에는 ‘블랙리스트(?) 작가’라는 문구가 버젓이 있었다. 레진코믹스에서는 “실무자가 감정적으로 격앙돼 적절하지 못한 단어를 사용했다”는 근거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물론 그것이 진실일 수도 있으나, 확인할 수 없는 단 한 줄의 문장으로 무마하기에는 부족한 답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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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보도화면 캡처


그것은 논란의 불씨로 번졌다. 작가들은 "제대로 된 진실 규명과 대표이사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원한다"며 들고 일어났다. SBS 단독보도에 앞서 진행된 1차 시위는 16일 2차 시위로 이어졌다. 현장에는 수십 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작가들은 ‘레진 불공정행위 규탄연대’를 형성해 힘을 모았다.

이번 작가 고소는 작가들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본보기 차원일 수 있다. 소송이 두려워 전전긍긍했던 작가들에게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다. 그런데 상황은 정 반대다. 작가들은 두려워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견고히 뭉치기 시작했다.

레진 불공정행위 규탄연대는 “불공정한 갑질에 맞서 부당하게 공격받는 작가들을 보호하고 연대 지지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힌다”며, “대응 방안에 대해 추후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다. SNS에서는“허위사실이라면 나도 고소해라”라는 내용의 해시태그가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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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화가협회와 한국웹툰작가협회가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서 (사진=한국만화가협회)

한국만화가협회와 한국웹툰작가협회는 소식을 접한 직후 성명서를 발표했다. 협회는 “해당 작가와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지금까지 협회가 공개한 ‘정산 누락’, ‘불공정계약’, ‘블랙리스트’까지 모든 내용에 허위 사실이 없다”고 강력하게 반박했다. 이어 “그동안 사태와 관련해 제보를 수집하고 성명서까지 발표한 협회도 고소하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회에서 한국만화가협회 윤태호 회장은 이런 말을 했다. 한국 만화산업이 1조원을 바라보고 있는데, 우리는 과연 그에 걸맞는 품격을 가지고 있는가. 레진코믹스는 유료 플랫폼 국내 1위에 빛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작가주의 경영을 표방해 최고의 플랫폼으로 거듭났다.그런 그들이 지금 작가들을 대하는 방식은 과연 그에 걸맞는 품격일까. 그들이 말하는 작가주의는 작가주의가 아니라, '작가 주의'였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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