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06 14:10  |  웹툰·만화

[인터뷰] 독고탁컴퍼니 박슬기 대표 "독고탁, 아버지 이상무 화백 인생 담아낸 캐릭터"

① '독고탁의 아버지' 이상무 화백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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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독고탁컴퍼니)
[웹데일리=이선기 기자/김찬영 기자] 빡빡 밀은 머리에 주근깨 가득한 얼굴, 왜소한 체구에 강렬하게 각인되는 이름까지. 1970-80년대 한국만화를 주름잡던 만화 캐릭터 ‘독고탁’을 대변하는 수식어들이다.

독고탁은 당시 대세였던 멋진 주인공들과 달리 불만과 질투심을 한껏 머금은 반항아였다. 모자란 외모에 별 볼 일 없는 그에게는 항상 역경이 따라다녔다. 하지만 독고탁은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환경과 당당히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며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전달했다. 그리고 그 진실함은 당시 한국 만화계에 뜨거운 돌풍을 일으켰다.

독고탁이 작품에서 보여줬던 순수한 열정은 아직까지도 당시 만화 팬들의 가슴 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그의 순수한 열정 속에는 ‘영원한 소년’이고자 했던 만화가 이상무 화백이 있었다. 그는 <비둘기 합창>을 비롯해 <달려라 꼴찌>, <다시 찾은 마운드>, <울지 않는 소년> 등에 빠짐없이 독고탁을 등장시키며 한국만화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해 왔다. 최근까지도 식지 않은 열정을 과시하며 활발히 활동하다 2016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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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던 만화가 故 이상무 화백의 모습 (사진=독고탁컴퍼니)


이상무 화백의 만화에는 그의 열정과 만화인생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상무 화백의 ‘독고탁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그의 자녀 박슬기 씨는 ‘독고탁 컴퍼니’를 설립하고 제 2의 인생을 시작했다. 작품 복간을 비롯해 캐릭터 비즈니스와 전자책 사업을 통해 독고탁 알리기에 한창이다. 아버지의 만화에 대한 신념과 독고탁을 영원히 기억되도록 하고자 하는 그녀의 노력, 그리고 독고탁컴퍼니의 비즈니스 계획에 대해 들어보자.

1부 ''독고탁의 아버지' 이상무 화백을 말하다'에서는 이상무 화백의 만화인생과 그의 캐릭터 '독고탁'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아버지께서는 ‘이상무’라는 필명을 사용하셨다. 본명 대신 이상무라는 이름을 사용하신 이유가 있나.

아버지가 박기준 화백 문하생으로 계실 당시에 화백께서 직접 지어주신 이름으로 알고 있다. 박기준 선생님께서는 당시 여러 만화를 그리셨다. 때문에 문하생도 많았고, 작품마다 다른 필명으로 활동하셨다. 이상무라는 필명은 당시 작품 중 <노미호와 주리혜>라는 작품에서 사용하던 필명이었다. 그리고 문하생들에게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보라고 하시는데, 아버지 아이디어가 가장 마음에 드셨던 거다. 결국 아버지가 그 작품을 맡게 돼 자연스럽게 그 이름으로 데뷔하시게 됐다.

Q. 이상무 화백이 만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아버지가 생전 말씀하시기를, 어렸을 적 공부를 잘 못했다고 하셨다. 당시 6.25전쟁 덕분에 2년 동안 학교를 다니지 못하셨다고 한다. 체구도 작고 부끄럼도 많아 잘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다고 하시더라.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그림을 그렸는데 담임선생님이 엄청 잘 그렸다며 칭찬을 해 주시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때 ‘아, 나는 그림에 소질이 있구나’라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그 이후 그림에 빠져 매일 그림을 그렸고, 책도 좋아하셔서 많이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화가의 길을 걷게 됐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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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공덕역 부근에 위치한 故 이상무 화백의 작업실. 아직까지도 그가 사용했던 작업 기기들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사진=웹데일리)


Q. 이상무 화백이 만화를 그리면서 특별히 중요하게 여겼던 점이 있다면.

스토리와 연출력이다. 만화는 글과 그림으로 나뉘는데, 주로 글, 그러니까 스토리 쪽에 많이 중점을 두셨다. 사실 아버지는 항상 자신이 그림을 잘 못 그린다는 콤플렉스를 가지고 계셨다. 그래서 평소에 그림 연습을 더 많이 하시기는 했다. 하지만 자신의 그림이 만족스럽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성공했다는 이유 덕분인지 “만화에는 스토리와 연출이 더 중요하다”고 항상 말씀하셨다.

Q. 스토리를 통해서는 어떤 점을 표현하고자 했나.

아버지는 당시 사회문제에도 관심이 있으셨지만 개인에게 보다 초점을 맞추셨다. 개인이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인정하고 스스로 덤덤하게 노력해나가는 식이다. 아버지의 작품 대부분에서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무언가를 초월하는 극적인 반전보다는 개인이 묵묵히 노력하다 보면 결국 원하는 바가 이뤄지는 흐름을 좋아하셨다.

그리고 내 생각엔, 아버지께서 만화가로서 본인이 가지고 있었던 콤플렉스나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점들을 만화로 풀어냈던 것도 같다. 그래서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그리셨고, 그 점들이 많은 개인들에게 공감을 얻은 것이 아닌가 싶다.

Q. 만화가로서 그림에 대한 콤플렉스 덕에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콤플렉스가 있으시긴 했지만, 사실 그 점이 아버지를 힘들게 하지는 않았다. 아버지도 처음에는 문하생으로 시작하셨듯이, 아버지 역시 여러 문하생들을 가르치셨다. 본래 만화가라는 직업이 그림을 전부 혼자 그리지는 않기에 아버지는 스토리에 더 중점을 두고 수월하게 작업하셨다.

그런데 정작 제일 어려웠던 점은 작품 검열이었다. 당시 만화에 대한 검열이 매우 심했다. 형제간의 사소한 말다툼이나, 순수하게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장면처럼 일반적인 장면들도 전부 허용되지 않았다. 그런데 아버지는 당시 만화가 중에서 제일 검열에 안 걸리기로 유명한 분이셨다. 다른 만화가 선생님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가장 모범적인 만화가였다고들 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검열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힘들어하셨다. 그 정도로 검열이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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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의 만화가 故 이상무 화백 (사진=독고탁컴퍼니)


Q. 이상무 화백 이야기를 하자면, ‘독고탁’ 시리즈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독고탁이라는 캐릭터가 탄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독고탁이라는 이름 속에 특별히 숨은 뜻이 있다거나 하지는 않다. 눈에 띄는 강렬한 캐릭터를 만들어 이목을 끌고자 하셨던 것이 이유였다. 이름부터 ‘독고’라는 특별한 성에 ‘탁’이라는 강렬한 발음을 조합해 사람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작품 제목에도 <독고탁의 OOO>와 같은 식으로 이름을 함께 넣었다. 외모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개성 있는 스타일로 그리셨다.

Q. 독고탁이라는 캐릭터가 인기를 얻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름대로 분석하자면)독고탁은 허점이 많은 캐릭터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초월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항상 조력자들이 등장한다. 조력자들의 응원에 힘입어 자신의 부족함을 메워가는 식이다. 거기에서부터 다른 캐릭터와는 확실히 구별되는 차이점이 있다.

중요한 점은 다른 이야기와는 다르게 자신의 콤플렉스를 안고 간다는 것이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한 약점은 수련을 통해 이겨내지만, 본인이 원래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는 그대로 가져간다. 독고탁은 굉장히 가난하고, 왜소하고, 힘도 없다. 상처도 많다.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다. 그 점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어낸 것이 아닐까 싶다.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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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故 이상무 화백의 작품 '울지 않는 소년' (사진=독고탁컴퍼니)


Q. 공감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보면, 독고탁이라는 캐릭터는 그 시절 사람들에게 하나의 위로로 작용했을 수도 있겠다.

일부러 의도하시지는 않은 것 같다. 왜냐면 당시 사회는 워낙 어두운 시기였으니까. 힘든 부분을 “노력해서 극복하자”는 생각도 하셨지만, 그보다 더 큰 기조는 “부족해도 괜찮아”였다. 완벽하지 않아도,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면 된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항상 말씀하시던 것이 있다. “부족한 것을 연마해서 완벽해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부족한 점을 받아들이고 평안을 찾으면 어떨까”라는 것이다. 아버지는 그런 점들을 말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 좋아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Q. 이상무 화백이 만화를 통해 본인의 콤플렉스를 풀었던 것이라면, 독고탁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아버지를 알고 계시는 다른 사람들은 아버지가 독고탁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고들 말씀하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는 그 때마다 매번 부정하셨다. 그런 말을 들으시면 “독고탁이랑 내가 닮았냐?”라고 되물으셨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똑같다.(웃음) 성격은 독고탁이 더 활발하기는 하지만 매우 비슷한 구석이 많다. 본인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점을 독고탁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해소하셨던 것은 사실이니까. 원래 본인의 성격을 본인은 잘 모르지 않나. 콤플렉스를 그대로 안고 갔다는 점도 비슷하고 말이다.

*2부 '디지털 옷 입은 독고탁, 추억을 넘어 현대로' 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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