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08 23:03  |  영화

[클래식 큐레이션] 클래식이 동계 올림픽과 만났을 때

[웹데일리=조내규 인턴기자] 수년간의 피를 깎는 연습을 거친 스키점프 선수가 점프대에 올라선다. 이윽고 출발선을 떠나 공중으로 힘차게 도약한다. 수많은 관객 머리 위로 활공하기 시작할 때 음악이 울려 퍼진다. 동계 올림픽 종목인 스키점프를 다룬 영화 <국가대표> 중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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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국가대표)


선수들의 열정이 녹아 든 올림픽과 음악이 만나면 우리는 환희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감동적인 음악으로 올림픽이 주는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스포츠의 역동성과 음악의 리듬이 잘 어울리기도 한다.

사실 올림픽과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세계인이 함께 모여 화합과 축제를 즐기는 지구촌 행사에서 음악은 국가를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 음악도 스포츠처럼 언어 없이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곧 평창 동계 올림픽이 시작된다. 이번 기사에서는 평창 올림픽을 맞아 올림픽에서 화제가 됐던 클래식 음악을 조명한다. 클래식과 만난 동계 올림픽 속의 장면을 다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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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올림픽 개막식의 예술 프로그램 (사진= IOC 유튜브 공식 페이지 영상 캡쳐)


◇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개막식 :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 불새

개막식 행사는 올림픽 최대의 축제다.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되는 공식 행사이다. 이 때문에 개막식은 개최국의 문화 역량을 자랑하는 홍보의 장이 된다. 개최국의 예술과 문화를 상징하는 요소를 활용해 대규모 종합 예술 공연이 펼쳐진다.

개막식 예술 프로그램의 배경음악은 퍼포먼스를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힌트를 준다. 대사 없이 음악에 맞추어 퍼포먼스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퍼포먼스와 어울리는 음악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정된 음악이 퍼포먼스의 의미를 잘 드러내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2014 소치 동계 올림픽은 가장 화려한 동계 올림픽 개막식으로 손꼽힌다. 역대 최고로 화려하고 대규모로 진행된 퍼포먼스와 함께 세계적인 러시아 작곡가들의 작품이 소개됐기 때문이다.

개막식에 사용된 수많은 러시아 작곡가의 음악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의 발레 음악인 <불새(L'oiseau de feu)>와 <봄의 제전(Le Sacre du Printemps)>이다. 러시아의 역사적 배경과 민족 문화를 표현한 대규모 퍼포먼스와 함께 울려 퍼진 음악은 퍼포먼스에 스토리를 부여했다.

괴기한 분위기의 작품인 <봄의 제전>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봄을 맞이하는 러시아의 민속 축제인 마슬레니차(Maslenitsa)를 표현한 대규모 행렬이 등장했다. 음악이 경쾌하게 바뀌며 화려한 군무가 펼쳐졌고 모스크바 성 바실리 성당을 형상화한 거대한 풍선들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난해하고 난폭한 분위기의 작품으로 유명한 <봄의 제전>은 봄이 오기 직전 겨울의 시련을 상징하는 음악으로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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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올림픽 개막식 성화봉송 (사진= IOC 유튜브 공식 페이지 영상 캡쳐)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는 러시아의 부활을 상징하는 음악으로 사용됐다. 소치 동계 올림픽 측은 러시아 전래 동화에 나오는 불새의 날개를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성화봉을 제작했다. 성화 봉송 과정은 불새가 부활하기까지의 여정으로 표현했다.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는 최종 성화봉송자가 성화대에 불을 올릴 때 울려 퍼졌다. 장대하고 웅장한 음악과 함께 성화가 피어오르면서 러시아를 상징하는 불새의 부활을 표현했다.

◇ 2010 벤쿠버 동계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F 장조


피겨 스케이팅은 동계 올림픽의 꽃이라 불린다. 동계 올림픽 스포츠 종목 중 유일하게 음악이 접목된 종목이다.

피겨 무대의 음악은 연기와 스케이팅 기술만큼 중요하다. 피겨 스케이팅 평가는 기술 점수뿐만 아니라 예술 점수도 합산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예술 점수에 음악 해석 능력이 포함된다. 그래서 피겨 무대의 음악과 연기가 잘 어울리는지 살펴보는 게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피겨 스케이팅 무대가 주목을 받으면 무대에 사용된 음악도 이슈가 된다. 김연아가 10’ 벤쿠버 동계 올림픽의 프리 스케이팅 배경음악으로 선택한 조지 거쉰(George Gershwin) <피아노 협주곡 F 장조>가 대표적이다.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작품인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F 장조>를 선택한 건 다소 의외라는 평이 있었다. 하지만 김연아는 서정적인 멜로디와 강렬한 리듬이 적절하게 조화된 이 작품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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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벤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김연아는 금메달과 함께 세계 기록을 경신한 점수를 획득했다. (사진=올림픽 유튜브 공식 페이지 영상 캡처)


김연아의 무대는 예술적으로도 완벽했다. 김연아는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F 장조>의 대비되는 분위기가 번갈아 등장하도록 편집해 사용했다. 서정적인 분위기에서는 우아한 동작을 선보였고 다소 난해하면서 독특한 재즈 리듬이 등장하는 부분은 자유로운 안무로 꾸며낸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음악의 분위기가 전환되는 적재적소에 큰 점프와 같은 스케이팅 기술을 배치했다. 음악과 연기의 극적인 효과는 배가 됐다.

김연아의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 무대는 뛰어난 기술 이상의 아름다운 무대와 음악적 표현력으로 완벽에 가깝게 평가된다. 그 무대에서 김연아는 금메달과 함께 9.1점(10점 만점)의 높은 음악 해석 점수를 획득한다. 전설적인 피겨 스케이팅 선수였던 미셸 콴(Michelle Kwan)은 김연아의 무대에 대해 '안무도 원숙하고 음악성도 뛰어나다. 그녀의 연기는 아쉬운 점이 없다'라고 언급했다.

◇ 1968 그르노블 동계 올림픽 시그널 음악 : 레오 아르노의 나팔수의 꿈

사람들이 가장 많이 기억하는 올림픽 음악은 단연 올림픽 주제가다. 올림픽을 통해 전 세계에 소개되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올림픽 주제가는 특별한 의미를 얻기도 한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주제가인 <손에 손잡고>가 인류애의 주제가로 지금까지 회자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외에도 올림픽 주제가는 축제 분위기를 달구거나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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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서울 올림픽의 주제가 〈손에 손잡고〉 (사진=88' 서울 올림픽 개막식 실황 영상 캡쳐)

때로는 선수들의 자긍심을 고양하기 위해 가사가 없는 클래식 음악을 주제가로 사용하기도 한다. 흔히 '올림픽 팡파르'라고 불리는 곡들이다. 그 중 대표적인 작품이 오늘날 가장 유명한 올림픽 주제곡인 '나팔수의 꿈(Bugler's Dream)'이다.

경쾌하고 당당한 느낌의 트럼펫 전주로 시작하는 이 곡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 곡은 사실 미국의 방송사들이 68' 프랑스 그르노블(Grenoble) 동계 올림픽을 중계할 때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이후 유명 영화음악 작곡가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가 84년 LA 올림픽을 위해 리메이크하면서 올림픽 음악의 대명사로 자리 잡게 된다.

'나팔수의 꿈'은 1958년에 작곡된 <The Charge Suite>라는 작품에서 발췌한 곡이다. 작곡가는 20세기에 미국에서 활동한 클래식 음악 겸 영화음악 작곡가 레오 아르노(Leo Arnaud)다. 미국 방송사 ABC가 68' 그르노블 동계올림픽에서 처음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버전은 존 윌리엄스가 84' LA 올림픽을 위해 작곡한 작품인 <Olympic Fanfare & Theme>에 포함된 버전이다.


이번 평창 동계 올림픽에도 많은 음악가가 찾아 올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클래식 음악가들도 '평창 음악제' 등 여러 공연을 통해 평창 올림픽의 관객을 만나게 된다.

이번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는 어떤 명곡이 선수들의 환희와 함께 역사에 남을 지 귀를 기울여 본다.

news@web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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