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04 09:39  |  여행

[여행] 추억 속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는 곳 '순천 드라마 세트장'

[웹데일리=손시현 기자] 영화나 TV 드라마를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덧 극에 몰입할 때가 있다. 주인공의 슬픈 가족사에 눈물을 훔치고 악역 연기자에 분노하며 드라마의 연출자 인양 훈수를 두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인생 드라마 한편쯤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너무나 짧고, 여운은 길다.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드라마 속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을까?

따뜻해진 날씨 덕에 어디로든 떠나고픈 계절, 순천 드라마 세트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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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를 배경으로 상반된 두 형제의 갈등을 그린 김수현 작가의 <사랑과 야망>은 1987년 76%라는 엄청난 시청률을 경신하며 2006년에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장안의 화제였던 드라마의 촬영지가 바로 전라남도 순천에 위치해 있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를 배경으로 하여, 한 집안의 가족사를 통해 우리 현대사를 조명하던 그 드라마의 배경들. 주인공인 태준, 태수, 미자가 어렸을 때 살던 동네, 훗날 그 가족이 서울로 올라가 살게 되는 달동네, 옛날 종로거리 등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최근에는 한류 열풍으로 중국의 예비부부들까지 이 드라마 세트장을 찾아와 웨딩화보를 찍는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어떤 드라마 속 명장면들을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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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를 기억하십니까

좁은 골목길, 슬레이트 지붕 사이로 나무 전봇대가 눈에 들어온다. 담장 대신 둘려 있는 녹슨 철조망, 일본식 목재 건물의 파출소와 낡은 우체통, 시간을 거슬러 쿵작쿵작 소리를 따라가면 추억의 음악실과 직접 표를 끊고 줄을 서서 기다리던 80년대 서울 변두리 극장가도 만날 수 있다. 과거가 살아 숨 쉬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자신의 어릴 적 추억들도 나누게 된다.

내가 살던 동네 풍경, 더운 여름날 구멍가게에서 맛본 아이스께끼 등,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을 누군가마저도 그 시절로 돌아가게 만드는 묘한 마력이 이곳에 있다.

골목을 들어서면 코 흘리는 아이들이 검정 고무신을 신고 뛰쳐나올 것만 같다. 추억의 향수를 즐기며 골목길을 누비다 다정한 모녀 관람객의 재미난 대화도 엿듣게 된다. “엄마가 이런 곳에서 자랐어?” 20대 딸은 엄마 팔짱을 끼고 신기한 듯 묻는다. “되게 못 살았네” 엄마 대답 이전에 이미 답을 하는 젊은 딸, 그저 엄마는 미소로 답한다.

그러고 보면 그리 긴 세월도 아닌데 세대 간 자라온 공간이 낯설게 느껴질 만큼 우리는 참 많이 발전된 나라에 살고 있다. 가난이 부끄럽지 않은 그때 그 시절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음이 자랑스러운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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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세트장에서 놀아보자

평면 TV가 대중화된 요즘 드라마세트장 입구에는 그 시대를 반영이라도 하듯 브라운관 TV를 형상화한 조형물을 통과하도록 입구를 꾸며놓았다. 드라마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라는 의미일까?

입장료 3,000원을 내고 입구에 들어서면 이곳에서 촬영한 영화며 드라마 포스터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드라마 <빛과 그림자>도 눈에 들어온다. 세 갈래로 나눠진 골목길 중 바로 정면으로 나 있는 길에는 1980년대 서울 변두리를 재현한 거리가 보인다.

골목길로 보이는 큰 건물엔 빛바랜 페인트칠로 당시 상영작을 알리는 영화 간판이 걸려 있는 순양극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 역시 배우 안재욱 주연의 <빛과 그림자>의 배경이자 극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중요한 장소이기도 하다. 극장 앞에는 마치 1980년대 러브스토리를 재현이라도 하듯 검은색 치마의 교복과 교련복을 입은 데이트족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이곳에서는 그 시절 복장을 하고 사진도 찍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체험장이 운영되고 있었다.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고고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크리스마스트리에서나 봄 직한 꼬마전구들이 천장에 달려있고 벽에는 그 시절 영화 포스터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한쪽에서는 추억놀이라도 하는 듯 50대 계 모임에서 온 것 같은 아주머니들이 아직은 녹슬지 않은 춤 스텝을 밟으며 소녀의 웃음으로 깔깔거리며 넘어간다.

순천시가 조성하고 운영하는 이곳 오픈 드라마세트장은 2006년 2월 개장했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순천 읍내(1950년대 후반~1970년대), 서울 봉천동 달동네 (1960년대), 서울 변두리(1980년대)를 3개 마을로 재현해 둔 곳인데 다른 드라마세트장보다 꾀나 디테일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듯하다. 세트장 내에서 맨 아래 위치한 순천시 읍내를 재현한 곳과 그 위 서울 변두리를 재현한 곳, 바로 언덕 위에 달동네를 둘러 볼 수 있다.

“드라마 <에덴의 동쪽>, <제빵왕 김탁구>, 영화 <허삼관 매혈기>의 촬영지로 주목받으며 관광객들이 연일 줄을 서는 순천영화세트장이 있는 이곳 순천은 근대도시의 추억과 자연의 운치 그리고 전라도 진미 밥상의 삼박자를 고루 갖춘 여행지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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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기 힘들던 그 시절, 그러나 아날로그가 가져다준 따뜻함

1950~1970년대 순천 읍내로 들어 가 보자. 이 시대는 지금의 40대 후반 이상 세대들에게 아날로그가 주는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에덴의 동쪽>, <허삼관 매혈기> 등 우리나라 근대화 시기를 배경으로 다룬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지로 주로 쓰이는 공간들이다. 낯설지 않은 ‘기름 짜줍니다’라는 정겨운 방앗간 안내 글씨. 어린이날 최고 선물이었던 과자 종합선물세트 상자가 구멍가게 안에 놓여있다. 성동 광업소와 신동양 극장, 고시촌 등 엄마 어렸을 적에를 연상케 하는 풍경들이 즐비하다. 평일이라 사람 발길은 별로 없어 쓸쓸할 법도 한데 이런 텅 빈 거리가 오히려 추억을 떠올리기엔 안성맞춤인 듯하다.

낡은 구두들이 널빤지에 늘어서 있고 구두닦이가 금방이라도 시내 골목을 누비며 “따꺼~”를 외칠 것만 같다. 반공방첩이라는 글귀와 함께 파출소가 보인다. 어린이들이 어릴 때 먹던 유일한 국민 영양소 원기소 광고가 약국 유리창에 붙여져 있고 우리나라 최초 조미료인 미원 광고 포스터도 보인다.

드라마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터 풍경과 철물을 취급한 한일상회, 검은 뿔테 안경의 언니, 오빠들이 참고서를 사러 자주 드나들었을 제일서점, 신문보급소를 지나 불고기와 냉면 맛이 끝내줬을 것 같은 대성식당, 가게 앞에 자리한 커다란 가마솥 앞에 쓰인 그 시절 철자법대로 설농탕과 곰탕이라 쓰인 명조체 안내판, 지금은 사라진 떡 방앗간 등 걷다 보면 그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 속에 드라마 장면들이 오버랩 된다.

친절하게도 방영된 드라마 촬영지에 대한 안내판이 있어 편리했는데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촬영지라는 안내문이 서 있는 곳에는 추억의 빵들이 진열돼 있고 빵집 오른편엔 실물 크기의 김탁구와 양미순이 포토존에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걷다 보면 낡은 칠판, 책걸상이 있는 학교 교실 풍경은 칠판 위 애국을 상징하던 태극기와 교훈·반훈을 중요시하던 그 시절 학교 풍경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봉화고 3학년 2반 건물에 들어서면 앞서 언급한 7080 복고의상 체험장이 있다. 단돈 2,000원으로 의상까지 갖추고 나면 마치 내가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WD매거진팀 story212@web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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