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6 08:00  |  

[여행] 근대의 대구를 고스란히 녹여낸 곳, 대구 향촌 문화관

[웹데일리=손시현 기자] 현재 대구의 번화가이자 중심지는 누가 뭐래도 동성로이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지금의 중부 경찰서, 경상감영공원이 있는 향촌동 일대가 대구의 중심이었다. 이름난 다방과 술집, 음악 감상실, 맞춤구두가 유행하던 구두거리 등 명소들이 자리 잡고 있던 곳. 그때 그 시절의 일상과 풍경은 어땠을까. 다가올 여름, 나들이 장소를 정하지 못했다면 가족과 함께 대구 향촌 문화관에 가보자. 드라마 세트장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그 시절의 생생한 재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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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향촌문화관

◇ 향촌동과 마주하다

1, 2층에서는 그때 그 시절의 대구 일대를 그대로 재현했다. 1층에서는 ‘향촌을 걷다’라는 주제로 일제강점기~구한말부터 6.25전쟁 전후까지 대구역을 중심으로 중앙로와 공구골목, 교동시장, 향촌동 등 대구의 중심가를 재현하고 있다. 이는 대구가 상업, 금융, 문화, 예술의 중심지역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나타낸다.

입구에 들어서면 중앙로 최대 상권을 자랑하던 맞춤식 명통구리 양복점과 최초버스 부영버스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그 시절의 교복과 가방, 일제 강점기 경찰제복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며, 스크린에는 일제 강점기 그 시절 거리 영상이 나온다.

또한 1970년대부터 본격적인 공구거리로 변모하여 산업의 기반이 된 북성로 공구골목의 모습과 피난민들의 삶터이자 대구의 상권의 중심이었던 교동시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멀티테마 영상실에서는 시민 기증 자료로 구성된 장롱 속 이야기를 통해 대구의 옛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2층에 들어서면 ‘향촌을 기억하다’라는 주제로 6.25전쟁 전후 대구 문인들이 집결했던 향촌동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1층이 관람 위주라면 2층은 체험 위주이다. 천재화가 이중섭처럼 담배 은박지를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는 체험을 할 수 있고, 음반가게를 모티브로 한 곳에는 오래된 LP판과 그 시절 레코드 기기를 접할 수 있다. 극장 세트장 안으로 들어가면 변사 체험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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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향촌문화관

대구의 근대문학·예술 세계에 심취하다

3층으로 올라가면 대구의 근대문학·예술 세계를 담아낸 대구 문학관이 있다. 이곳에서는 일제강점기, 해방과 분단과 같은 역사적 혼돈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발전해온 근대 문학과 문인들을 만나볼 수 있다.

3층에 들어서면 거대한 조형물에 새겨진 대구 문인들의 이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조형물은 해방직후 대구에서 발행된 동인지 이름인 ‘죽순’을 형성화한 것이다. 근처에는 이상화와 이장희, 현진건 등 지역 작가를 기리는 명예의 전당과 대구 문학 기록보관소가 있다. 우리나라 근대문학이 본격적으로 꽃피우기 시작한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의 대구와 경북지역 문인들이 소개되어 있어 지역 문단사를 일목요연하게 살필 수 있을 것이다.

대구 문학관은 1, 2층에 비해 조용한 편이다. 문인들의 시를 들을 수 있는 체험관, 작가와의 동행, 명작 갤러리 방송체험, 영상관, 동화 구연방, 동화 감상방, 문학서재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시설들이 갖추어져 있으니 여유를 갖고 천천히 문학을 즐겨보자.

마지막으로 지하 1층에는 그 옛날 대구 명성을 이어오던 음악 감상실 '녹향'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 클래식 음악 감상실인 녹향은 1946년 故 이창수 선생이 SP레코드판 500여 장과 축음기 1대를 가지고 향촌동 자택 지하에서 문을 열면서 시작되었다. 이곳은 6·25전쟁 당시에는 대구 예술인들의 사랑방이었으며, 양명문 시인의 ‘명태’가 여기에서 탄생됐을 만큼 대구 근대를 대표하는 명소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점차 고전음악을 찾는 발길이 줄어들면서 극심한 경영난을 겪게 되었고, 이후 대구 원로음악가회의 노력으로 모습을 유지하게 되었다. 현재는 3남 이정춘 씨가 선친의 뜻을 이어 녹향을 지키고 있으며, 2014년 10월부터는 향촌 문화관으로 이전되었다. 이곳에서는 시간대별로 영화음악, 팝송, 성악 합창, 오페라 등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

WD매거진팀 story212@web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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