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23 09:56  |  아트·컬처

[인터뷰] 집을 사랑하는 그대를 위한 전시, 박노을 작가

박노을 개인전 “안과 밖을 구분하는”

[웹데일리=이소리 인턴기자] '집은 육체이며 영혼이자 인간 존재의 최초의 세계이며, 또한 그것은 정녕 하나의 우주이다.'

프랑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의 말처럼 집은 인간에게 외부와 구분되는 자신만의 공간을 부여한다. 집은 물리적인 장벽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울타리로서 기능한다. 나만의 보금자리, 나만의 은신처, 나만의 집.

작가 박노을은 집을 특유의 색감과 형태로 캔버스에 담아낸다. 집에서의 휴식이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에게 박노을 작가의 개인전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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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o I, acrylic on canvas, 60x60x6cm, 2018, 박노을 (사진=최정아 갤러리)
Q. 전시 제목이 “안과 밖을 구분하는”이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전시 제목 “안과 밖을 구분하는”은 집을 표현하는 어구다. 집이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경계라는 발상에서 짓게 됐다.

Q. ‘집’을 소재로 여러 번 전시를 연 것으로 안다. 이번 전시에서 특별히 신경 쓴 점이 있는가.

이번 전시가 이전의 전시와 다른 점은 비행기가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집은 사람이 머무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행하면서 봤던 집의 형태를 작품 속에 넣었다. 다양한 식물들과 상상 속 공간을 결집해서 새로운 공간으로 만드는 작업을 했다. 그 과정에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과 여행 후 느꼈던 감상들이 함께 담았다. 작품 속 비행기는 떠남의 의미도 돌아옴의 의미도 갖는다. ‘돌아올 곳이 있기에 떠나게 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집을 그런 공간으로 그리고 싶었다.

Q. 특유의 파스텔 톤이 인상적이다. 색감은 어떤 식으로 잡나.

색은 직접 만든다. 미리 조색해 만들고 통에 담아 놓는다. 작품을 보면 대체로 산뜻한 파스텔 톤이 아니라 칙칙한 파스텔 톤이다. 베이지색을 모두 섞었기 때문이다. 저채도의 파스텔 톤을 만들기 위해 하나의 색깔을 모든 색에 베이스로 넣는 방식이다.

Q. 모든 작품을 만든 색으로 작업하는 건가.

원색으로 작업하는 작품도 있다. 흰 여백이 많은 작품의 경우 잭슨 폴록처럼 물감을 뿌리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 다음 나이프로 흰색 오일 물감을 위에 바르고 조각도로 스크래치 한다. 이런 작품의 경우 원색 물감을 사용해도 흰색 물감과 섞이며 파스텔 톤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직접 만든 물감은 사용하지 않는다.

Q. 이전 작품들보다 여백도 더 많아졌다. 건물들 사이에 공간도 생기고, 다리도 그려 넣기 시작했다. 작품에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인가?

맞다. 어렸을 때 봤었던 도식화된 집의 형태들을 채워 넣으며 여행할 때 봤던 도시들의 모습도 같이 그린다. 건물 사이에 있는 다리들은 유럽 특히 이탈리아에서 영감을 받았다. 어느 작품에는 곤돌라도 그려 넣었다. 여러 형태가 섞이니 사람들이 자신의 기억에 남았던 여행지와 연결해서 본다. 독일에 다녀온 분들은 독일에 이런 집들이 많다고 하고, 어떤 분들은 그리스의 풍경이라고 보기도 한다.

위쪽 여백도 마찬가지다. 하늘로 보는 사람도 있고, 바다로 보는 사람도 있고, 비어 있는 공간, 눈의 공간, 밤 풍경 등 제각각 다르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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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ctional World 1850, acrylic, oil on canvas, 116.8x72.7cm(50호)와 디테일 컷, 2018, 박노을(사진=최정아 갤러리)
집은 사람이 사는 공간이다. 그러나 박노을 작가의 작품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이 모여 살 듯 집들이 모여 있다. 사람들이 소통하는 것처럼 집들도 그들 사이에 길을 내고 스스로 창문을 낸다.

그렇지만 활짝 열려 있는 문이나 끝없이 이어지는 통로는 없다. 그 대신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노출할 수 있는 창문과 드문드문 끊어지는 길이 있다. 집들은 선택적으로 소통하는 개별체로서 한 공간에 존재한다. 때로는 소통하고 때로는 차단하는 것이 그들의 존재 방식이다.

박노을 작가의 작품은 편안하다.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삐뚤어진 선도, ‘색종이를 오려 붙인 듯’ 원근감 없이 겹쳐진 형태도, 고정되지 않은 다시점도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과감한 여백과 저채도의 파스텔 색감과 함께 어우러진다. 작가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기분 좋은 통일성은 나만의 따뜻한 공간을 연상케 한다.

“안 좋은 기억이나 상처에 관해서 그리지 않아요. 오히려 내가 이러한 공간과 이러한 소재로 인해서 치유의 과정을 지냈다는 의미로 그리죠. 그래서 많은 분이 따뜻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 같아요.”

작가에게 있어 작품을 그리는 것은 자기 치유의 과정이다. 안식의 공간이라고 여기는 집들을 차곡차곡 그려 넣는 반복행위를 통해 작가는 스스로 치유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거쳐 탄생한 작품들은 그 자체로 편안함을 갖는다.

나만의 보금자리, 나만의 은신처, 나만의 집. 박노을 작가의 작품엔 당신의 집도 하나 그려져 있을지도 모른다.

박노을 개인전은 7월 26일까지 최정아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박노을 작가 인스타그램 (@artist_noel_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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