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07 10:24  |  영화

[무비포인트] '동주' 부끄러운 시인과 괴로운 혁명가 이야기

[웹데일리=박소현 인턴기자]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윤동주 ㅡ 서시 中


윤동주는 한국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우리는 학창시절 그가 쓴 시를 교과서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윤동주의 시는 따뜻하고 부드럽다. 별, 바람, 하늘같이 맑고 고운 시어로 세상을 표현한다. 한편으로는 시대적 고민을 담아내며 시인이 가진 어두운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다. 누군가는 그의 시에 ‘순결한 영혼의 시대적 고뇌’가 담겨있다고 말한다. 이런 심오함 때문일까. 윤동주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영화 소재로 사용되지 않았다.

<동주>는 윤동주를 다룬 첫 영화다. 개봉 전까지 많은 사람이 우려를 표했다. 잘못했다간 시인에게 누가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영화는 ‘인간 윤동주’를 담아냈다는 평을 들으며 흥행에 성공한다.

◇ 첫 번째 포인트: 윤동주와 송몽규, 두 명의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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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2016)


<동주>는 역사에 가려진 두 인물의 삶을 조명한다. 영화에서는 시인이 아닌 ‘인간 윤동주’와 역사에 남지 못한 ‘혁명가 송몽규’를 만날 수 있다. 두 사람은 평생을 함께한 절친이다. 하지만 윤동주는 기억되고 송몽규는 잊혀졌다. 시는 글로 남았고, 혁명은 그렇지 못했다.

영화에서는 ‘인간 윤동주’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윤동주를 고결한 시인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대했다. 환상 뒤에 가려진 그의 인간적인 모습은 알지 못했다. <동주>는 전기 영화인만큼 인물 생애에서 중요한 순간들을 다룬다. 그 속에서 윤동주가 느낀 감정에 집중한다. 역사적 시인도 희로애락을 느끼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 속 윤동주는 자신을 시인이라 부르지 않는다. 부족한 재능과 독립운동을 하지 않고 시를 쓰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자신을 앞서가는 친구 송몽규에게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 본인은 한 번도 들지 못한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본인은 떨어진 동경제국 대학에 합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송몽규라는 인물은 누구인가. 송몽규는 젊은 나이에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다. 신춘문예에 당선될 정도로 좋은 글솜씨를 가졌지만 재능을 발휘하지는 않았다. 임시정부 밑에서 군사훈련을 받고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문학 잡지를 발간하며 민족의식 고취를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비록 역사에 남을 만큼 큰 발자취를 남기진 못했지만, 독립을 위해 젊음을 희생한 인물이다.

이준익 감독은 송몽규를 ‘과정이 아름다운 사람’이라 말한다. 과정이 좋았지만 결과가 없어 잊혀졌다는 것이다. 감독은 사람들이 송몽규를 기억하길 바라며 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송몽규를 기억하는 것은, 알려지지 않은 다른 숭고한 희생들을 기리는 것이기도 했다.

영화 마지막, 윤동주와 송몽규가 일본 경찰 앞에서 울부짖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이런 시대에 시를 쓴 게 부끄럽다는 윤동주, 독립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한이 된다는 송몽규. 두 사람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울분을 토해낸다. 그들이 뱉어내는 울음은 어려운 시대를 살다간 청춘에 안타까움을 더한다.

◇ 두 번째 포인트: 강하늘과 박정민, 앞으로가 기대되는 두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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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2016)
강하늘과 박정민이 보여준 연기는 인물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두 배우는 2015년 캐스팅 당시 지금처럼 알려진 배우가 아니었다. 이준익 감독은 윤동주와 송몽규가 스타 배우에 가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한다. 유아인이 윤동주 역을 탐냈으나 감독이 거절한 일화는 유명하다. 덜 유명하지만 연기 잘하는 배우가 필요했다.

두 사람은 연기하는 모든 순간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쏟아지는 관심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어깨가 무거웠다. 자신이 누가 되지는 않을까, 한 마디 한 마디를 고민해야 했다.

고민은 연기에서도 묻어난다. 강하늘이 보여준 연기는 섬세하다. 영화 속 윤동주는 감정의 진폭이 작은 인물이다. 배우는 세밀한 감정 변화를 각기 다르게 표현해야 한다. 강하늘은 미세하게 떨리는 표정, 꾹 눌러 담은 듯한 차분한 목소리로 윤동주를 그려냈다.

반대로 박정민은 좀 더 동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윤동주 보러 갔다가 송몽규에 감동하는 영화’라는 평에는 연기가 한몫을 했다. 박정민은 다양한 면모를 가진 송몽규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안경 쓴 모습은 실제 송몽규와 닮아 ‘송몽규 그 자체’라는 평을 듣는다.

◇ 세 번째 포인트: 윤동주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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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2016)
<동주>에서는 다양한 윤동주의 시를 만날 수 있다. <별 헤는 밤>, <자화상>, <쉽게 쓰여진 시> 등 총 15편이 등장한다. 영화는 문자로 된 시를 배우가 가진 음성을 빌려 녹여낸다. 강하늘은 또렷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시를 읊어간다.

시를 적재적소에 활용한 연출은 윤동주라는 인물을 더욱 효과적으로 담아낸다. 특히, 송몽규를 보내며 읊조리는 <자화상>에서 오랜 벗을 향한 열등감과 애틋함을 느낄 수 있다.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윤동주 ㅡ <자화상>中


영화를 본 많은 관객은 “시험문제로만 윤동주를 접한 것이 부끄럽다”고 말한다. 여기서 우리는 윤동주와 공통점을 가진다. <동주>는 영화 내내 ‘부끄러움’을 얘기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자신을 한없이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정지용 선생은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고 말한다. 부끄러움을 통해 삶을 변화하는 것, <동주>가 전하는 또 다른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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