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21 17:41  |  웹툰·만화

[웹툰이 좋다] ‘타인은 지옥이다’가 무서운 이유

상상으로 '오싹함'을, 메세지로 '공포'를 만든 김용키 작가

[웹데일리=김찬영 기자] '웹툰이 좋다'는 웹툰 한 작품을 선정해 소개하는 기사입니다. 작품 내용이 일부 노출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별로 안 무서워요.”

공포 영화 후기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말이다. 갑자기 등장하는 귀신도, 쾅 하고 터지는 효과음도 이제는 진부하다. 영화에서도 무서움을 느끼지 못하는데, 정지한 그림인 웹툰은 어떻겠는가. 연출 요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탓에, 웹툰에서 ‘공포’는 비주류 장르였다. 얼마 전까지는.

한 공포 웹툰이 연재 초반부터 작품 순위 상위권을 섭렵했다. 국내 최대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웹툰’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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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타인은 지옥이다'(사진=네이버웹툰)


▶제목: 타인은 지옥이다
▶글·그림: 김용키
▶플랫폼: 네이버웹툰

◇ 옆 방에 이상한 사람들이 산다.

“우리 회사에서 한 번 일해볼래?”
주인공 윤종우는 회사를 차린 대학 선배의 입사 권유로 상경한다.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간신히 찾은 작은 고시원. 좁은 방과 지저분한 침대, 방음도 안 되는 낡은 집이지만 윤종우는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감으로 행복하기만 하다.

기대감은 이내 두려움으로 변한다. 입주한 다음 날, 윤종우는 어질러진 204호의 악취를 맡고 짜증을 낸다. 그 말을 들은 것일까. 언젠가부터 204호 남자는 윤종우를 주시한다.

늦은 저녁, 출출함에 라면을 끓이던 윤종우에게 205호 남자가 다가온다. 대뜸 자기가 먹을 라면도 끓이라는 205호 남자. 그의 건장한 체구에 겁을 먹은 윤종우는 조용히 그의 말을 따른다. 짜증을 삼키며 라면 봉지를 뜯던 윤종우에게 그가 섬뜩한 한마디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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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우와 독자를 얼어붙게 만든 한 마디(사진=네이버웹툰)
205호 남자는 고시원 사람들이 모두 미쳤다고 말한다. 자신은 한 달 후에 이곳을 나간다며, 윤종우에게도 이사하라고 충고한다.

다음 날, 205호 남자는 206호 남자와 시비가 붙는다. 대낮의 소란에 고시원 사람들이 하나둘 복도로 나오고, 그들의 등장에 당황한 205호 남자는 허겁지겁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리고 그는 고시원에서 모습을 감춘다.

질 나쁜 사람이 나갔다며 좋아하는 주인아줌마. 어쩐지 냉담해진 고시원 사람들. 205호 남자의 충고가 떠오른다. 이미 수상한 기운은 윤종우를 향하고 있다.

◇ ‘타인’, 알 수 없어 무섭다

타인은 속을 알 수 없는 존재다. 우리는 그들의 행동, 표정, 말투 등 여러 가지 단서를 조합해 그들의 속내를 유추한다. 그런데도 타인을 완전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확실함이 주는 불안감, <타인은 지옥이다> 공포는 거기서 시작한다.

작품으로 돌아가 보자.

갑자기 사라져버린 205호 남자. 다음 날 밤, 그와 다퉜던 206호 남자는 묵직한 쓰레기봉투를 가지고 나간다. 검붉은 얼룩이 묻은 봉투를, 낑낑거리면서. 잔인한 사건이 떠오른다. 봉투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도 모르는 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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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고시원 사람들은 정체가 뭘까. 독자도 의심을 멈출 수 없다(사진=네이버웹툰)
다른 거주자들도 마찬가지다. 203호 남자는 시종일관 윤종우를 지켜보고, 204호 남자는 윤종우의 방 앞을 반복해서 서성인다. 하지만 그들이 윤종우에게 위해를 가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다만, 그들의 수상한 행동이 윤종우에게 의심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의심은 끔찍한 상상이 되고, 윤종우를 공포로 몰아넣는다. 물론, 독자도 함께.

◇ 나도 지옥이다, 공포는 결국 '메시지'
윤종우는 고시원에서 받는 불안감 때문에 돌변한다. 자제력을 잃은 채 마음에 안 드는 상사의 물건을 집어 던지고, 길을 가로막는 학생을 가차 없이 폭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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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우도 어엿한 '고시원 사람'이다(사진=네이버웹툰)
헷갈리기 시작한다. 고시원 사람들과 윤종우, 누가 진짜 지옥인지. 김용키 작가는 윤종우의 이중성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던 사실을 꼬집는다.

우리는 타인만 본다. 그래서 종종 잊어버린다. 다른 사람에게 있어선 나 또한 '타인'이라는 것을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내가 곧 지옥이다.

자신을 돌이켜보자. 정말 남을 괴롭게 한 적이 없었는가? 윤종우처럼 주먹을 휘두른 적이 있냐고 묻는 게 아니다. 마음이 안 드는 사람의 험담을 하거나 무시하는 것. 지옥이 되는 것은 생각보다 쉽다.

자신의 행동은 잊은 채 고시원 사람들에게만 집착하는 윤종우는 김용키 작가가 그린 '독자'다. 나 자신이 그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은 무서움을 넘어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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