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12 14:14  |  라이프

[축제현장] 전통시장 특유의 정겨움과 흥이 넘친 '건맥축제'

제3회 '건어물맥주축제' 지난 7일 중부건어물시장에서 성황리 마쳐

center
(사진=웹데일리)
[웹데일리=김수인 기자]
“건어물 씹고, 스트레스 날리고!”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건어물맥주축제가 시작됐다. 지난 7일, ‘건어물 메카’ 중부건어물시장에서 열린 ‘제3회 건어물맥주축제’ 현장에 방문했다.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와는 다르게, 행사 당일에는 햇빛이 쨍쨍했다. 날이 도왔는지 덥지도 않았다.

중부건어물시장 구석구석부터 축제 현장까지 온종일 흥경운 전통시장의 모습을 전한다.

center
(사진=웹데일리)

시장 초입부터 달콤한 냄새가 발목을 잡았다. 찹쌀도너츠, 어묵, 호떡 등 간단한 요깃거리가 손짓을 한다. 호떡을 뒤집는 상인의 손이 분주했다.

축제가 시작한 시간은 3시. 아직 ‘건맥(건어물+맥주)’을 즐기기에는 이른 시간이었다. 마실 나온 어르신들은 시간을 때우기라도 하듯 시장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냉큼 호떡을 먹을 요량으로 줄지어 섰다. 그 뒤로 관광 온 외국인, 일반 시민들까지 차례대로 줄을 서서 주문한 간식을 기다렸다. 그 모양새가 전통시장의 오일장을 다시 보는 듯해 정겹게 느껴졌다.

center
(사진=웹데일리)
중부시장은 ‘현대식 재래시장’의 표본이라고 할 정도로 깔끔한 외양새를 갖췄다. 올해 초 아케이드를 증설하며 새 단장을 마쳤기 때문이다. 그덕에 많은 인파에도 불구하고 쾌적하게 시장을 둘러볼 수 있었다.

◇ 진정한 재미는 ‘골목’에 있다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되기 전, 시장을 한 번 둘러볼 심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중부건어물시장을 가로지르는 원조골목부터 이어진 굴비골목, 멸치골목 등 가볼 수 있는 곳은 다 가봤다.

center
(사진=웹데일리)
먼저 중부건어물시장 중앙에 위치한 메인무대와 이어진 ‘옛골목’으로 갔다. 옛골목은 ‘시장 속 재래시장’이다. 건어물 특화 시장인 중부건어물시장에서 보기 힘든 떡, 야채, 참기름, 과자 등을 판매하는 곳이 옛골목에 다 모였다. 어패류도 판매하는 등 작은 수산시장도 형성돼 있다. 독특한 매력이 있는 골목이다.

center
(사진=웹데일리)

옛골목을 나와 1문과 3문이 있는 방향으로 발길을 돌리면 굴비골목과 멸치골목이 잇달아 나온다. 감나무에 감 열리듯, 가게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굴비들과 크고 작은 은빛 멸치들이 손님을 맞이한다.

굴비골목에 들어서자마자 진풍경이 벌어졌다. 북새통을 이루던 중앙통로와는 반대로, 굴비골목은 조용하고 한적한 듯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날카로운 신경전이 상인과 손님 사이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center
(사진=웹데일리)
‘진짜 굴비’를 찾으러 온 손님은 매의 눈으로 좋은 굴비를 탐색한다. 굴비 상인은 제값에 굴비를 팔기 위해 쉼 없이 손님에게 설명한다. 손님이 탐색전을 끝내면 곧 흥정에 들어간다. 그리고 ‘값을 조금 더 깎으려는 자’와 ‘제값을 받으려는 자’의 심리전이 펼쳐진다. 보이지 않는 전쟁 끝에 굴비 상인은 두 손을 내저으며 저렴한 가격에 굴비를 포장해준다. 제값을 다 받지 못했지만, 상인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다. 돈보다 ‘정’이 더 큰 것이다. 그렇게 굴비 상인은 단골손님 리스트에 한 명의 이름을 추가했다.

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가격 정찰제로 ‘에누리’라는 개념이 희미해진 요즘. 낯설지만 정다운 모습을 보면서 중부건어물시장의 ‘진짜 매력’을 느꼈다. 중부건어물시장의 진정한 재미는 ‘골목’에 있다.

◇ 건어물 천국에서 즐기는 101가지 건어물 안주

건어물맥주축제는 ‘101가지 건어물안주’라는 타이틀로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했다. 실제로 온갖 종류의 건어물 안주가있었다.

center
(사진=웹데일리)
축제를 준비한 주최 측은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건어물 안주와 치킨을 준비했다. 노가리, 북어포, 견과류 등이 진공 포장돼 부스 한 켠을 차지하고 있었다.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은 앞 다투어 건어물 안주를 구매하기 위해 줄지어 섰다.

center
(사진=웹데일리)

건어물맥주축제 부스에서 줄 서지 않고 건어물 안주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시장을 거닐다가 구매한 건어물이 바로 안주가 되기 때문이다. 이 점이 건어물맥주축제의 가장 큰 묘미다.

중부건어물시장에서는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건어물을 판매한다. 게다가 행사날에는 평소보다도 더 저렴했다. 1kg 짜리 진미채를 통째로 들고 안주 삼아 씹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건어물맥주축제에서는 제대로 ‘건어물 천국’을 즐길 수 있다.

center
(사진=웹데일리)
‘시장표’ 안주도 큰 인기를 끌었다. 사거리에 위치한 건과점 사장님은 센스있는 ‘건과 종합세트 안주’를 내놓았다. 말린 키위, 말린 크랜베리, 말린 연근, 견과류 등 다양한 종류로 구성돼 있다. 말린 오징어는 덤이었다.

골목의 젓갈 가게 사장님은 매콤한 돼지껍데기를 판매했다. 짭짤한 건어물만 씹다 질린 손님들이 매콤한 냄새에 이끌려 왔다. 군침이 도는 비주얼에 문전성시를 이룬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center
(사진=웹데일리)

시장 상인들의 손맛과 정성이 곁들여진 안주도 함께 했다. 신흥골목의 끝자락에는 ‘먹자골목’이 형성돼 있었는데, 그 이름이 아깝지 않게 온갖 먹거리들이 즐비했다.

버터를 바른 통감자구이와 닭똥집, 매콤 닭발, 소시지 꼬치, 떡볶이, 젓갈류 등 건어물과는 살짝 거리가 있지만 안주로서는 전혀 손색없는 메뉴다.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은 메인무대가 진행되기 전까지 삼삼오오 모여 안주를 하나씩 들고 맥주를 마셨다.

center
(사진=웹데일리)
중부건어물시장의 공식상품 브랜드 ‘아라장’ 상품들도 큰 인기다. 물을 뜻하는 ‘아라’와 시장의 줄임말인 ‘장’이 합쳐진 말이다. ‘자연이 전해준 선물’이라는 콘셉트로 개발됐다.

아라장 물품에는 꼬리포, 김국, 동전포, 건어물스낵 등 다양한 상품이 있다. 바로 안주로 먹기 위해 구매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주로 선물용으로 구매하는 사람이 많았다. 축제의 시작과 함께 아라장 판매가 진행됐다. 초반에는 큰 반응이 없는듯하더니, 두 시간 후에 동이 났다.

◇ 건어물맥주축제의 주인공, ‘천원의 행복맥주’

center
(사진=웹데일리)
건어물맥주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단연 ‘맥주’다. 건어물맥주축제는 ‘천원의 행복맥주’를 판매한다. 단돈 1,000원에 시원한 생맥주를 즐길 수 있는 철호의 찬스다.

center
(사진=웹데일리)
맥주 부스가 설치되자마자 사람들이 줄지어 섰다. 생맥주 원액이 들어있는 맥주 케그를 바꾼 지 20분도 채 되지 않아 새 케그로 바꿔야 했다. 생맥주의 인기는 대단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한 손에는 건어물 안주, 나머지 한 손에는 생맥주 한 잔을 들고 다녔다. 생맥주잔을 들고 인증사진을 찍는 사람도 보였다. 맥주 잔을 가득 채운 맥주 거품을 한 입 마시기만 해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center
(사진=웹데일리)
생맥주가 인기가 많다고 해서 캔맥주가 외면받은 것은 아니었다. 캔맥주도 생맥주 못지않게 인기가 많았다. 커다란 아이스박스에 들어있던 맥주도 다 판매돼, 운영국 사람들은 새 캔맥주를 가져오느라 정신이 없었다.

맥주 부스는 총 5곳이 있었다. 지난해에 비해 한 곳이 늘었다. 작년에는 맥주부스가 축제 방문객 수에 비해 적어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올해는 오래 걸려도 3분 정도만 기다리면 바로 생맥주를 받을 수 있었다. 축제를 즐기는 방문객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건어물맥주축제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 흥이 넘치는 건어물맥주축제

center
(사진=웹데일리)
제3회 건어물맥주축제는 볼 거리, 즐길거리, 체험거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먼저 눈을 사로잡은 것은 그라피티 아티스트 ‘범민’ 작가의 ‘라이브 그라피티 퍼포먼스’였다.

범민 작가는 팝스타 두아리파, 박재범과 그레이의 뮤직비디오, 불가리와 나이키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와 작업을 함께한 그라피티 아티스트다. 범민 작가의 라이브 그라피티 퍼포먼스는 시장 초입에 위치한 포토존에서 진행됐다. 하나둘, 색을 더해가며 그라피티가 완성됐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그라피티 작품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center
(사진=웹데일리)
범민 작가가 그라피티를 하는 사이, 건어물맥주축제의 핵심 행사인 ‘건어물 가장행렬’이 진행됐다. 중부건어물시장 풍물단의 뒤로 건어물 복장을 한 시민들이 따라갔다.이어 걸그룹 ‘지비비’와 가수 ‘양수경’의 개막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신나는 음악에 분위기가 점점 뜨거워졌다. 몇몇 어르신은 흥에 취해 춤을 추기도 했다. 그 모습에 축제를 찾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더해졌다.

중부건어물시장의 ‘타우린 장기자랑’도 큰 재미를 선사했다. ‘타우린 장기자랑’에는 중부건어물시장의 상인, 일반인 등이 참여했다. 일반 대중 가요, 판소리, 묘기 등 다재다능한 사람들이 무대를 꾸렸다. 온 시장, 온 동네가 함께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건어물맥주축제 2018’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중부건어물시장의 정체성인 ‘건어물’과 ‘전통시장’이라는 요소를 살리면서, 시장의 변화 방향을 제시한 축제였다.

중부건어물시장의 한 상인은 "올해로 세 번째로 건어물맥주축제가 진행됐다. 매해 더 볼거리, 놀거리, 즐길거리가 많아진다"며 "축제 덕분에 시장에 활기가 돋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news@webdaily.co.kr

<저작권자 © 웹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