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1 14:55  |  푸드

[푸드 헤리티지] 천덕꾸러기 '아보카도', 힙스터의 상징 되다

식탁을 가득 채운 낯선 과일 '아보카도'는 어떻게 '슈퍼푸드'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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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데일리=김수인 기자] 샐러드부터 토스트, 초밥, 카레, 라면까지. 최근 한국 사람들의 식탁 위에 낯선 이국의 과일이 함께 올라오기 시작했다. 바로 아보카도다. 독특한 외형과 풍부한 영양소로 무장한 아보카도는 세계적인 ‘푸드 슈퍼스타’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그러나, 아보카도에게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천대받던 아보카도가 어떻게 인기 과일이 될 수 있었을까? 아보카도의 이야기를 파헤쳐보자.

◇ 아보카도는 원래 '최음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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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카도는 하나의 가지에서 두 개의 열매를 맺는다.
멕시코가 원산지인 아보카도의 명칭은 아즈텍어 '아후아카틀(achuacatl)'에서 유래됐다.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고환'이라는 뜻이다.

아보카도는 하나의 가지에서 두 개의 열매가 열리는데, 이 모양새가 고환을 연상시켜 해당 명칭이 붙여졌다. 이 영향 때문인지 고대 아즈텍 문명은 아보카도를 '다산의 상징'으로 여겼다.

영양성분이 풍부한 아보카도는 '최음제'로 사용됐다. 실제로 아보카도에는 남성호르몬 생성을 돕는 비타민 B6과 엽산이 들어있어 최음 효과가 뛰어나다. 그 사례로 중세 유럽의 연애담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and Isolde)"에서 등장하는 '사랑의 묘약'이 아보카도에서 추출한 즙으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게 아보카도는 고향에서 다산과 최음제을 상징하는 '축복의 과일'로 통했다. 그러나 바다 건너 유럽과 미국에서의 반응은 달랐다. 아보카도가 '최음제'로 사용됐기 때문이었다.

◇ 위기의 농부들, 아보카도를 마케팅하다

아보카도가 서구권 문화로 전파된 건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이후였다. 유럽인들은 코코아, 토마토, 열대 과일 등 아메리카 대륙에서 들여온 갖가지 과일에 열광했다. 그러나 아보카도에 대한 반응은 냉담했다. 울퉁불퉁한 껍질과 밍밍한 맛은 과일이라고 보기 힘들었고, 아보카도를 활용한 레시피도 적었기 때문이었다.

미국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아보카도는 인기가 없었고, 과일 취급조차 받지 못했다. 하물며 미국은 청교도 문화를 기반으로 세워진 나라였으니, 보수적인 청교도 문화 속에서 최음제로 사용됐던 아보카도를 달가워할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아보카도가 미국에서 잘 판매되기는 어려웠다. 낮은 판매율은 아보카도 농부들의 생계에 위협이 됐다. 위기에 처한 아보카도 농부들. 이들은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

농부들이 내린 답은 '협력'이었다. 아보카도 농부들은 힘을 합쳐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아보카도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 손을 잡는 것쯤이야 그들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보카도 협동조합은 곧 마케팅 작업에 착수했다. 아보카도가 몸에 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를 '보기 좋게' 포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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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 과일의 귀족(The Aristocrat Of Salad Fruit)' 지면 광고사진=COSMEO

아보카도 협동조합이 아보카도 광고를 내걸기 위해 선택한 매체는 보그(Vogue)와 뉴요커(The New Yorker)였다. 아보카도에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트렌디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매체를 선정했다.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그리고 아보카도에 '샐러드 과일계의 귀족(The Aristocrat Of Salad Fruit)'이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귀족과 샐러드'. 두 단어의 조합은 아보카도에 '고급스러움'과 '건강함'이라는 요소를 더하기에 충분했다.

부유층을 타깃으로 한 아보카도의 광고 전략은 꽤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상류층'이라는 틈새시장만을 노린 탓에 매출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았다. 아보카도 농부들은 더 큰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시장의 크기를 훨씬 더 키워야만 했다.

◇ 아보카도와 슈퍼볼, 미국식 '치맥과 야구'가 된 사연

농부들은 다시 새로운 마케팅을 구상했다. 바로 미국 프로미식축구계의 월드컵 '슈퍼볼(Super Bowl)'을 이용한 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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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BC

1990년대, 사람들은 미식축구 경기를 보는 것보다는 경기를 보면서 함께 먹는 과자나 음료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아보카도 농부들은 이를 기회로 보았다.

농부들은 아보카도를 슈퍼볼 스낵으로 만들기 위해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바로 '과카몰레 볼(Guacamole Bowl)'이었다. 과카몰레는 아보카도를 으깨 소금, 양파, 고추, 토마토 등과 함께 섞은 요리다. 타코나 나초와 궁합이 좋다.

이들은 슈퍼볼 시즌에 ‘미식축구=나초+과카몰레’라는 공식을 대입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과카몰레에 나초나 닭 날개를 함께 먹으며 TV로 미식축구를 시청하는 미국인'이라는 페르소나를 설정했다. 이들이 원하는 최종적인 목표였다.

협동조합은 미식축구 선수들과 그들의 가족들에게 그들만의 과카몰레 레시피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선수들이 만든 과카몰레를 리포터들과 팬들에게 나눠줬다. 선수들과 리포터들이 슈퍼볼 기간에 아보카도로 만든 과카몰레를 먹는 모습은 전파를 타고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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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아보카도 슈퍼볼 광고. 사진=AVOCADOS FROM MEXICO

이뿐만이 아니었다. 슈퍼볼 광고의 단골 소재인 '유머코드'를 전면에 내걸었다. B급 감성을 표방한 광고, 비밀 종교 단체의 은밀한 분위기에서 아보카도를 이야기하는 내용의 광고 등은 사람들에게 반전 웃음을 선사했다.

아보카도 슈퍼볼 마케팅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과카몰레와 나초는 곧 미국의 '치맥'으로 자리 잡았다. 아보카도의 인기는 끝을 모르고 치솟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슈퍼볼 경기 전 과카몰레에 나초와 닭 날개 중 어느 것을 먹을지 선택하기 어렵다"라고 언급할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아보카도는 '특별한 날 먹는 고급 과일'에서 '일상에서도 즐길 수 있는 과일'로 변신했다.

◇ 아보카도, 과일계의 월드 스타가 되다

미국에서 '핫한' 과일이 된 아보카도. 그러나 아보카도를 과일계의 '총아'로 만든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타임(TIME)지였다.

타임지는 아보카도가 가진 '풍부한 영양소'에 주목했다. 당시에도 아보카도가 '건강에 좋은 과일'이라는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타임지가 한 일은 단순했다. 아보카도를 '슈퍼푸드(SUPER FOOD)'로 소개한 것이다. 하지만 효과는 엄청났다. '슈퍼푸드'라는 마법의 단어는 사람들을 아보카도에 열광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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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달아 해외 셀럽들도 아보카도의 매력에 빠졌다. 이들은 자신의 ‘건강한 다이어트의 비결’로 아보카도를 소개했다. 지젤 번천, 제시카 알바, 셀레나 고메즈, 미란다 커 등 헐리우드 스타의 다이어트 식단에 아보카도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심지어 9kg을 감량해 많은 여성들의 '다이어트 워너비'가 된 마일리 사일러스는 팔에 아보카도 문신을 새기기도 했다.

헐리우드 스타들이 아보카도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자, 셰프들도 두 팔을 걷었다. 아보카도 토스트, 아보카도 샐러드 등 집에서도 직접 해먹을 수 있는 간단 레시피를 공개했다. 뒤이어 잡지나 블로그, SNS를 통해 각자의 아보카도 레시피를 '뽐내는' 사람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아보카도에 '멋'이라는 요소가 추가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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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는 곧 '아보카도 홀릭' 상태에 빠졌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발 빠른 트렌드세터들은 아보카도를 ‘핫한’, ‘멋있는’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국내에 소개했다. 한남동, 상수동, 가로수길 등 서울의 핫플레이스에서도 아보카도 식당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멋있고 깔끔한 인테리어와 탐스러운 초록색 과일을 이용한 감각적인 플레이팅은 젊은이들의 감성을 충족시켰다.

젊은이들의 관심이 아보카도에 쏠리자 외식 업계에서도 너나 할 것 없이 아보카도에 눈길을 돌렸다. 샌드위치 전문 프랜차이즈 서브웨이는 아보카도 캐릭터를 내세운 피크닉팩 프로모션을 내놓았다. 해당 프로모션은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못생기고 맛이 없어 천대를 받았던 아보카도. 하지만 이제는 없어서 못 먹을 정도로 인기 많은 건강 음식이 됐다. 더 이상 아보카도는 천덕꾸러기 과일이 아니다. 더 나아가 건강한 삶, 멋과 여유를 즐기는 삶을 상징하는 과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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