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8 18:50  |  여행·도시

[이탈리아여행, 베네치아①] 베네치아에서 즐긴 충전의 시간

첫 번째 여행지, 물이 흐르고 음악이 흐르는 도시 '베네치아'

[웹데일리=김수인 기자]
이탈리아는 유럽 문화의 정수를 품고 있는 나라다. 이탈리아의 문화는 아름다운 건축물과 그에 걸맞는 고풍스러운 거리 풍경, 예를 다하는 식문화 등으로 대표된다. 덧붙여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살아 온 무대이기도 하다.

걷는 곳이 예술이 되고, 보는 것이 모두 작품인 나라 ‘이탈리아’. 그중에서도 베네치아와 피렌체, 로마에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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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투어리스트’의 한 장면
영화 ‘투어리스트’. 안젤리나 졸리와 조니 뎁의 찰진 연기와 적당한 액션 신을 즐길 수 있는 영화다. 거물급 두 배우의 궁합이 꽤 볼만하다. 하지만 화려한 두 톱스타의 출연보다도 더 눈길을 끄는 것이 있으니, 바로 영화를 가득 채우고 있는 ‘베네치아(Venezia)’의 풍경이다.

나의 이탈리아 여행은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시작됐다. 닿을 수 없는 상상의 섬 같던 베네치아를 여행한다는 생각에 설레어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베네치아에 방문하기 2주 전, 항공사로부터 베네치아행 비행기의 일정이 하루 늦춰졌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비행기 외에 다른 교통수단을 마련할 수 없었던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강제로 3박 4일 일정에서 2박 3일의 일정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기대감은 곧 불쾌감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도 잠시, 베네치아에 도착하자마자 펼쳐지는 모습에 불쾌감은 사라진다. 시선을 돌릴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낯설고 이국적인 모습에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게 된다. 베네치아의 첫 인상을 한 순간이라도 놓치지 않고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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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는 갯벌에 말뚝을 박고 그 위에 흙을 얹어 만들어진 인공섬이다. 118개의 작은 섬이 약 400여 개의 다리로 이어져 있다. 베네치아를 S자 형태로 가로지르는 대운하와 작은 운하들이 건물과 건물 사이를 파고들어 독특한 장관을 만들어낸다.

작은 섬들이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보니, 베네치아에서는 자동차를 운전할 만한 도로가 없다. 다리에는 계단이 있어 캐리어를 끌고 다니기 불편하다.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베니스에 오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바로 베니스의 독특한 교통수단 ‘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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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의 수상택시, 사진=웹데일리 김수인 기자
베니스의 교통수단에는 수상버스와 수상택시, 곤돌라가 있다. 도로가 없어도 뱃길로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다. 폭이 좁은 운하는 곤돌라를 타고 들어가거나 걸어가면 된다. 우리는 수상버스인 바포레토를 타고 곧장 산 마르코 광장(Plazza San Marco)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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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마르코 광장(Piazza San Mar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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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산 마르코 광장에 위치한 산 마르코 성당과 두칼레궁전, 사진=웹데일리 김수인 기자
베네치아 본토 사람들이건, 관광객이건 많은 사람들이 산 마르코 광장으로 모인다. 베네치아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베네치아 공화국의 총독관저였던 두칼레궁전(Palazzo Ducale)과 베네치아의 수호성인 성 마르코의 유해가 있는 산 마르코 성당(Piazza San Marco)이 있다. 산 마르코 광장이 너무 아름다운 나머지, 나폴레옹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의 수만큼 비둘기 떼도 모인다. 넓은 광장에 비둘기 떼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보기에 그리 좋지 않다. 그래도 산 마르코 광장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까닭은 낭만적인 음악이 함께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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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마르코 광장에서 연주하는 악사들, 사진=웹데일리 김수인 기자
‘ㄷ’자 모양으로 생긴 산 마르코 광장에는 여러 카페테리아가 있다. 각 카페테리아마다 한 팀 내지는 두 팀의 악단을 고용하고 있다. 단원들은 미리 약속이라도 했는지, 한 카페테리아에서 연주를 하고 있으면 다른 카페테리아의 악단은 그다음 순서를 기다린다. 그들 나름의 규율이 존재하는 듯했다.

산 마르코 광장에서 베네치아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많지 않다. 쫀득쫀득한 젤라또 하나면 충분하다. 젤라또를 맛보며 광장 어귀에 앉아 연주를 들으면 된다. 바이올린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성악가의 노랫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광장에 앉아 노래를 듣고 있다 보면 반복되는 일상에 닳아있던 몸과 마음이 절로 충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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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식의 다리, 사진=웹데일리 김수인 기자
다음 코스로 넘어가기 위해 바포레토에 타기 전, 두칼레궁전의 뒤편에 있는 탄식의 다리(Ponte dei Sospiri)를 봤다. 탄식의 다리는 두칼레궁과 프리지오니 누오베(Prigioni Nuove) 감옥을 연결하는 다리다. 두칼레궁에서 재판을 받고 나온 죄수들은 이 다리를 건너면 세상과 단절된다. 감옥에 한 번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다는 소문 때문에 다리를 건널 때마다 죄수들의 탄식이 튀어나왔다고 한다. ‘탄식의 다리’라는 이름을 갖게 된 배경이다.

탄식의 다리에 얽혀있는 비통한 사연과는 다르게, 관광객들의 표정은 한없이 밝기만 하다. 몇몇 사람들은 밑으로 내려가 인증 사진을 찍는다. 패션 화보를 찍는 것처럼 정성들여 찍는 모습에 덩달아 웃음이 난다. 다리 밑으로는 사람들을 태운 곤돌라가 물 위를 떠다닌다. 사람들의 입에서는 탄식 대신에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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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돌라와 리알토 다리, 사진=웹데일리 김수인 기자
바포레토를 타고 향한 곳은 리알토 다리(Rialto Bridge)다. 리알토 다리는 16세기 말 르네상스 시대에 지어졌다. 하얀 대리석으로 지어진 리알토 다리는 명성만큼이나 아름답고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베네치아까지 왔으니, 리알토 다리에 한 번이라도 올라가야지‘라는 생각으로 계단에 올랐다. 하지만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사람들이 많아 번잡스럽고 정신이 없었다. 지금의 리알토 다리가 건설되기 전에 두 번이나 붕괴가 되었다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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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알토 다리에서 바라본 석양이 지는 베네치아 풍경, 사진=웹데일리 김수인 기자
다리 위는 복잡했지만, 다리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저녁 해가 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리알토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석양의 모습은 너무 아름다워서 꼭 봐야했다. 운이 좋아 핑크빛 하늘까지도 만나볼 수 있었다. 리알토 다리 밑에 켜진 등불도, 바포레토 정류장도, 강 위를 둥둥 떠다니는 배도. 베네치아의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그림이 된다. 그리고 ‘이 순간을 보기위해 이탈리아에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잊지 못할 광경이다.

바포레토에서 맞은 바닷바람, 산 마르코 광장에 울려퍼진 음악, 리알토 다리의 멋진 석양까지. 눈과 귀가 모두 호강했던 베네치아의 완벽한 첫날이었다. 남은 베네치아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부푼 상태로, 둘째 날 일정을 위해 일찍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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