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29 10:13  |  패션·디자인

[인터뷰] 'SKY캐슬' 결혼반지 디자이너 '정재인', 주얼리로 대중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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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휘아트주얼리 정재인 작가 / 사진=민휘아트주얼리
[웹데일리=이지웅 기자] 치열하게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롱런하는 기업이 되려면 장기적인 안목으로 새로운 전략 프레임을 짜야 한다. 누군가가 예측하지 못한 시장을 찾아내고 선점하는 것이 핵심 역량을 보유하는 것보다 중요한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30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디자인이다. 산업과 학문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융합되는 미래에는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상상력과 창의성, 곧 디자인력을 갖춘 인재야말로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디자인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해외 명문대학교들 역시 앞 다퉈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인재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스탠퍼드대학의 D스쿨,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디자인경영통합(IDM) 과정 등 디자인만을 전문으로 하는 과정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우리나라의 디자인 브랜드가 있다. 바로 경계를 넘나드는 디자인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브랜드 '민휘아트주얼리'다.

민휘아트주얼리는 한국적인 디자인을 통해 한 국가의 디자인이 전 세계의 트렌드가 될 수 있음을, 디자인이 예술을 넘어 하나의 산업 모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한국의 디자이너 브랜드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이거나 종영된 드라마 '황후의 품격', 'SKY캐슬', '왜그래 풍상씨', '바벨', '신과의 약속', '계룡선녀전', '프리스트', '친애하는 판사님께' 등은 시대 배경과 장르는 다 다르지만 모두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이 선보여지고 있다. 작품 리스트에서 볼 수 있듯이 민휘아트주얼리의 작업은 한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작품들에 어느 하나 부족할 법도 한데, 어느 작품을 보든 그만의 존재감을 반짝반짝 빛낸다. 민휘아트주얼리의 정재인 작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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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캐슬' 윤세아의 민휘아트주얼리 결혼반지 / 사진=윤세아 인스타그램
Q. JTBC 금토극 'SKY캐슬'이 연일 화제다. 정재인 작가가 디자인한 결혼반지가 나오기도 하는 드라마다. 정재인 작가는 본인도 서울대학교를 졸업했지만, 부모님 역시 모두 서울대 출신이다. '스카이캐슬'에 참여하면서 공감이 되는 부분들이 있었나? 자녀를 서울대에 보내기 위해 입시 코디를 쓰는 등의 사교육 부분에서 말이다.

▶ 어느 정도는 공감했고, 어느 정도는 새롭다고 느낀 부분도 있었다. 내가 입시를 준비하던 때와는 또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는 생각한다.

Q. 특히, 아버지께서 서울대 의대를 나오셨고, 성공한 의사로 꼽히시는데 의사가 되라는 집안의 권유는 없었나?

▶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 언제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말씀해주셨고, 내 의견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셨다. 지금도 그렇게 해주신다. 그래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 지금 하는 일이 재밌고 좋다.(웃음)

Q. 이야기를 나눠보니 일을 정말 즐겁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점이 그렇게 재밌나?

▶ 디자인을 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새로운 영감이 필요한데, 늘 새로운 상황이 주어지고, 또 결과물이 바로바로 보여 지게 되니까 좋다. 최지영 감독님께서 우리 중에 가장 보여 지는 고생을 하는 일을 하지 않냐며 행복하겠다고 하신 적이 있는데 맞는 말씀 같다.(웃음)

Q. 일반 주얼리 디자이너와는 또 다른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 케이팝 등 대중문화의 한 축을 완성하는 일을 하고 있다. 장르를 초월해서 활동하는 것도 대단하지만, 동시다발적으로 하고 있고, 또 결과물들이 각기 다채롭다는 것이 놀랍다. 한 가지 틀이나 색에 얽매어있지 않다.

▶ 무엇을 하던지 큰 틀, 전체적인 흐름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숲을 먼저 보고 어떤 나무를 어떻게 가꿀지 결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다양한 결과물들이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일을 많이 하니까 범위가 넓어져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됐다. 영화 한 편을 하면 그 영화의 전체적인 그림을 다 알고 주얼리를 작업한다. 드라마들을 여러 개 같이 하니까 드라마 트랜드 가 함께 보인다. 케이팝 일도 하니까 더 큰 대중문화의 흐름이 보이는 식이다. 누가 어떤 드라마에 나오고 앨범으로는 언제 컴백한다는 스케줄도 알게 된다. 많은 작품에 이름이 걸려있으니까 어느 나라에서 어떤 드라마가 사랑 받고 있는지, 어떤 나라 사람들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도 더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예능 쪽에서도 의뢰들이 와서 작업해봤는데 예능 작업은 또 다른 면이 있다. 드라마에 유행했던 아이템을 예능에서는 조금 다르게 재해석해내기도 한다.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자꾸 더 큰 그림이 보이고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내가 하는 일도 더 잘해낼 수 있게 된다. 겹치지 않게 할 수가 있고, 어떤 아이템은 유행시킬 수 있기도 하게 되는 것 같다. 작업실이라는 작은 공간에서도 큰 판이 읽혀지니까 미래를 먼저 보는 느낌도 들어서 재밌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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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김정현이 황승언에게 선물한 민휘아트주얼리 목걸이 / 사진=MBC
Q. 민휘아트주얼리에서 수목드라마 네 개를 동시에 다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 KBS '당신의 하우스헬퍼', tvN '아는 와이프', MBC '시간' 동시간대 모든 드라마에서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을 봤다.

▶ 의미 있는 일이었다. 사실 동시간대 작품을 여러 개 진행한 적은 그동안에도 많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경쟁작에 참여하는 것은 피해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근데 이번에는 믿는다며 우리 작품에도 함께 하면 좋겠다는 말씀들을 해주셨다. 공통적으로 말씀해주셨던 것이라서 더 기뻤다. 시간이 흐르면서 믿음이 쌓였고, 한 단계 올라왔다는 생각을 했다.

Q. 그런 믿음은 쌓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 마음을 아니까 더 감사하다. 이번에는 사실 내가 먼저 못하겠다고 한 작품들도 있었다. 그런데도 다시 한 번 나와 꼭 함께 하고 싶다고 요청해주셨을 때 정말 감격했다. 내가 뭐라고 거절을 하나 싶고, 미안하고 감사했다. 다시 연락 왔을 때 진짜 너무 기뻤다. 대본이나 상황들이 다 오픈되니까 동시간대 작품에 참여하는 것이 싫은 수 있다. 작년에 좋은 기회가 왔을 때도 먼저 선택한 작품의 팀에서 싫다고 했을 때 망설임 없이 안했다. 근데 이번에는 작품마다 나를 믿는다고 해주시니까 내가 이때까지 해 온 방향이 맞다고 인정받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감사했다.

Q. 작품들이 다 거의 생방송 수준으로 촬영됐다고 들었는데 힘들었을 것 같다.

▶ 사실 작업 자체가 힘들지는 않다. 언제나 주어진 시간 안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려고 한다. 일보다도 사람간의 관계에서 부딪히면 힘든데 이번 드라마를 통해 만났던 분들은 진짜 다 좋으셨다. 우리 매장에서 촬영을 한 드라마도 있었고, 드라마 내내 우리 주얼리만 착용해주신 배우 분도 있었고, 우리 주얼리로만 이루어진 주얼리 패션쇼가 나온 드라마도 있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과 호흡할 일이 많았는데도 항상 감사한 일 뿐이었다. 배려를 많이 받았다.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분들과 동시간대에 4개의 드라마를 하는 일은 힘들 것 같다. 네 작품에 다 참여하기를 정말 잘했다.

Q. 2015년도 인터뷰에서 배우 이유영과 드라마에서 만나면 좋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인터뷰한지 2년 뒤인 2017년 이유영의 드라마 데뷔작 OCN '터널', 2018년 공중파 드라마 데뷔작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에 나오는 주얼리를 디자인했다.

▶ 내가 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닌데 인연이 이어져서 놀랐고, 신기했다.(웃음) 큰 생각 없이 말했는데도 돌이켜보면 어느새 이뤄져 있는 일들이 많더라.

Q. 실제로 그런 것 같다. 이전 인터뷰들을 살펴보면 하고 싶다고 했던 일들을 지금 거의 다 해냈더라.

▶ 진짜 말처럼 되는 일들이 많다. 그래서 평소에 부모님께서 말조심하라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웃음)

Q. 어떤 비법이 있나?

▶ 비법은 없는데 느낌이 잘 맞는 편이다. 상황이 잘 흘러가는데도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면 어디선가 문제가 생기더라. 그래서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되 억지로 하려고 하기 보다는 흘러가는 대로 두는 편이다. 작품이건 사람이건 인연이 다 있는 것 같다. 계속 이어지는 일과 관계들이 있다. 안하겠다고 해도 다시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고 그런다. 솔직히 하게 될 작품이면 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작품에도 인연이 있다. 두 번, 세 번 돌아오는 작품을 보면 이거 내꺼구나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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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판사님께' 이유영의 민휘아트주얼리 소원팔찌 / 사진=SBS
Q. 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의 소은팔찌 '소원팔찌'는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등장하며 스토리를 완성하는 역할을 했다.

▶ 마지막 장면 보면서 눈물 났다. 정말 감동적이었다. 겨울왕국의 엔딩이 생각나기도 했다.(웃음) 사람들마다 자기 자신도 미처 몰랐던 소원이 다 하나씩은 있는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이 드라마에서 아름답게 표현됐다. 사실 소원팔찌가 그렇게 중요하게 나올 줄 몰랐다. 원래 대본에 있던 아이템이 아니다. 감독님께서 언니가 죽으려고 하지만 죽지는 않는 장면에서 언니를 상징하는 액세서리가 언니 대신 바닥에 떨어지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떨어진 액세서리를 보고 시청자 분들께서 ‘언니는 어떻게 됐지?’ 궁금하게 만들고 싶어 하셨던 것 같다. 그 때, 자매가 나눠 끼는 팔찌에 대한 의견을 냈는데 드라마에 반영됐다. 갑자기 말한 의견과 급하게 디자인한 아이템이 그렇게 중요하게 다뤄질지 몰랐는데 정말 감사했다.

Q. 왜 팔찌라는 의견을 냈나?

▶ 팔찌는 일부러 착용하는 아이템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착용하다가 저절로 끊어지는 때에 소원이 이뤄진다는 이야기도 있다. 죽음을 생각하고 다리를 건너는 사람이 일부러 액세서리를 챙겨서 착용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Q. 본인이 낸 아이디어가 스토리의 중심에 녹여지고, 또 큰 역할을 했으니 기분이 더 남달랐을 것 같다.

▶ 감독님과 작가님께 정말 감사하다. 내 이야기를 흘려들으셨다면 팔찌도 없었을 것이고, 스토리도 다른 식으로 풀어졌을 것이다. 사실 나도 즉흥적으로 떠오른 생각들을 회의 때 말씀드렸던 것뿐이고, 나조차도 내가 하는 이야기들을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었다.(웃음) 근데 그 때 말씀드렸던 의미들을 회 차 마다 섬세하게 풀어주셔서 너무 놀랐다. 이미 완성된 대본에 새로운 것들을 더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말이다. 대본에 없었기 때문에 첫 촬영 때는 감독님께서 즉석에서 콘티를 짜서 촬영을 하셨다. 그렇게 풀어내실 수 있는 실력도 너무 대단하지만, 어쩌면 소홀하게 여겨질 수 있는 사항들도 소중하게 여겨주시는 마음이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감독님과 작업할 때마다 감독님은 어느 하나도 흘려보내지 않으시고, 굉장히 작품에 애정을 가지고 공들이신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감독님과 함께 하는 스태프 분들 모두가 작품에 자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스태브 분들 모두가 작품에 대한 애정이 넘친다. 나 역시도 그렇다.(웃음)

Q. 들꽃의 디자인은 어떻게 정했나?

▶ 들꽃의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은 감독님께서 내셨다. 자신의 힘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자매를 들꽃에 비유하셨다. 화려하지 않고,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자세히 보면 예쁜 그런 들꽃, 누군가가 가꿔주지 않아도 자신의 힘으로 꽃을 피우는 들꽃 말이다. 가장 적합한 들꽃의 이미지를 찾으려고 길거리도 열심히 둘러보고, 메신저 이모티콘에서도 찾아봤다. 요새는 메신저의 환경도 우리의 일상이 되었으니까. 그 중에서 '장미'나 '튤립'처럼 이름이 바로 떠오르지는 않지만 공통적으로 보이는 꽃의 이미지가 있었다. '데이지'와 비슷한 느낌인데 데이지의 꽃말이 마침 '희망'이다. 희망을 버리지 않고 부조리함에 꿋꿋하게 맞서나가는 소원이를 상징하기에 딱 이라고 생각했다. 활짝 핀 데이지의 이미지를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소원이가 약자를 도와주거나 언니를 생각할 때, 변호사의 프로포즈를 당당하게 거절할 때도 들꽃 모티브가 클로즈업 되어 더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Q.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자세히 보면 예쁜 꽃이라는 의미가 좋다. 실제로 많은 시청자가 공감해줬던 것 같다. 드라마 방영 내내 소원팔찌, 들꽃팔찌, 이유영팔찌, 판사님팔찌 등 검색어가 상당히 많이 생성됐다.

▶ 중요한 아이템들이 드라마에 나오면 우리 브랜드 민휘아트주얼리 옆에 검색어로 생성되고는 하는데, 소원팔찌만큼 다양한 검색어가 생성된 적이 없었다.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일이었다. 일에 대한 내 마음가짐도 다시 잡게 됐다. 제작진, 공감해주신 시청자분들 모든 분들게 정말 감사했다. 평생 못 잊을 작품 리스트에 소중한 작품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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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유기' 차승원의 민휘아트주얼리 영혼반지 / 사진=tvN
Q. 정재인 작가의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주얼리마다 스토리가 잘 녹여져 있다는 것이다. 디자인을 통해 다양한 의미와 가치들을 전하고 시청자들을 공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번과 같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았을 것 같은데 몇 가지 일화를 소개해준다면?

▶ 상품으로서의 기능이나 단순한 형태를 구현하는 것을 넘어서 의미가 잘 전달될 수 있는 디자인을 제안하려고 노력한다. 드라마는 가상의 세계이기는 하지만 또 하나의 세상이다. 거기에 이입하게 해줄 수 있는,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디자인적인 장치들이 필요하다.

tvN 드라마 '화유기'에서 차승원 씨의 반지가 오연서 씨의 피를 빨아들인다는 설정이 있었다. 원래는 원석의 색이 바뀌는 것이었다. 감독님께 스노우 볼처럼 투명한 볼 안에 핏방울이 들어오는 느낌이 좋겠다고 말씀드렸는데 바로 그 아이디어가 채택됐다. 화면에 내가 생각했던 그 느낌이 정확하게 구현돼서 너무 놀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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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마더' 김소연의 민휘아트주얼리 네잎클로버반지 / 사진=SBS
SBS 드라마 '시크릿 마더'에서는 김소연 씨가 헤어진 언니에게 선물 받는 주얼리가 있었다. 제작진의 요청사항은 따로 따로 봐도 완성도가 있지만, 두 개가 합쳐져서 하나로도 어우러지는 형태였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하트 모양의 세잎클로버와 하나의 하트로 합쳐지는 네잎클로버를 떠올렸다. 실제로 네잎클로버에서 마지막 네 번째 잎은 사랑을 의미하기도 한다. 언니에 대한 사랑으로 언니와 관련된 미스테리를 집요하게 풀어나가는 김소연 씨가 하트 반지를 가지는 것으로 설정했다. 드라마 팀에서 딱 이라며 마음에 들어해주셔서 매우 기뻤던 아이템이다.

또, MBC 드라마 '부잣집 아들'에서 김지훈 씨가 김주현 씨께 하늘에서 가장 크고 반짝이는 별을 따다 목걸이로 선물한다는 내용이 나왔다. 그래서 별모양으로 반짝반짝하게 커팅한 크리스탈 별을 하나 가운데 배치해 디자인했다. 하늘의 별을 점프해서 따다 선물한다는 설정이었기 때문에 영하(김주현)의 별자리를 크리스탈 별 주변에 라인으로 디자인하고 싶었다. 근데 영하의 별자리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배우 김주현씨의 실제 별자리인 물고기자리로 별목걸이를 디자인했는데 나중에 영하와 광재(김지훈)의 별자리가 물고기자리로 나왔다. 진짜 놀랐다. 내가 이 목걸이를 만들 운명이었나보다 싶었다. 이런 일들을 겪을 때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특히, 이번에는 들꽃이 디자인의 주제였기에 더 많이 생각났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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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잣집아들' 김지훈이 김주현에게 선물한 민휘아트주얼리 별목걸이 / 사진=MBC
Q. 대화하면서 문득 든 생각인데 정재인 작가는 이름 없는 들꽃을 본인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 그런 생각도 들었다. 나도 나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주얼리의 자리가 드라마 파트에 세분화되어 있지는 않다. 감독님께서 작품하실 때마다 내 역할이 작품에 잘 맞고, 필요하다고 격려해주셔서 말씀들을 많이 되짚어봤었다. 내가 정말 그만큼 잘 하고 있는 것인가, 용기를 주려고 하신 말씀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어쩌면 이전까지의 감독님 작품에서는 화려한 오브제들이 많이 필요했기에 내가 작게나마 역할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친애하는 판사님께'에도 내가 뭔가 기여를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내 역할이 한계가 있지는 않을까 고민도 했다. 근데 마지막 회를 보고 나서야 그 말씀의 의미를 이해하게 됐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됐다. 감독님께서 항상 큰 그림을 그리시기 때문에 작업하면서 많이 배운다. 정말 감사하다.

사실 나는 내가 만드는 것들 모두 소중하다고 느끼긴 하지만, 내 일 때문에 누군가를 귀찮게 하거나 힘들게 하고 싶지는 않다. 이번에 '친애하는 판사님께'는 현장에 한 번도 안 갔다. 물론, 가보고 싶기는 했지만 '팔찌 하나 때문에 현장에 가는 것은 누군가를 귀찮게 하는 것은 아닌가?' 망설여졌다. 근데 종방연 때 많은 분들께서 '이번에 왜 현장에 안 왔냐'며 여러 가지 좋은 얘기들을 해주셨다. 팔찌 하나 때문에 가는 것이 맞나 싶었다고 했더니 혼났다. 제작팀장님꼐서 "팔찌가 얼마나 중요했는데 드라마 안 봤어요?" 하셨다.(웃음) 이영철 카메라 감독님께서는 누군가는 뭐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런 것 신경 쓰지 말고, 현장에 와서 역할을 잡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주셨다. 만든 의도, 촬영할 때 예쁜 각도 등을 설명해주는 것도 필요한 일들이라며 스스로의 역할을 작게 보지 말라고 하셨다. 김근수 조명감독님께서는 조명과 인테리어 조명을 분리해서 작업한 분의 일화도 들려주셨다. 정말 좋은 분들이 모인 드라마였다. 내 성장을 진심으로 바라는 분들이 모인 작품이었구나 싶어서 울컥했다. 더 열심히 해서 더 큰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Q. 주얼리라는 단순히 외형적인 틀이 아닌 그 속에 녹여진 스토리의 힘, 내면을 들여다봐주셨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개인적으로 '장옥정, 사랑에 살다', '가면', '친애하는 판사님께' 모두 재밌게 봤다. 가슴에 남는 드라마들이다. 드라마들 속에 나왔던 주얼리들 역시 또렷하게 기억난다. 검색어들도 상당히 많이 생성됐던 드라마들이다.

▶ 감독님께서는 항상 "너처럼 열심히 하는 사람이 어딨어"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럼 진짜 항상 열심히 해야 되는거다.(웃음) 개인적으로 미장센이 많을수록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배우의 얼굴 없이 물건만 화면에 잡혀도 이게 누구의 물건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세련된 방식으로 설명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독님께서 작품에 애정이 정말 많으시다. 소품과 장면 하나하나 중요하게 보시기 때문에 나도 내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런 부분이 작품에서 전달이 잘 되기 때문에 시청자 분들께서도 기억을 많이 해주시는 것 같다. 검색어는 나도 놀랄 때가 있다.(웃음)

이번에도 언니의 팔찌가 끊어지는 장면, 언니가 나쁜 일을 당할 때 팔찌가 클로즈업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듣고, 팔목만 잡혀도 누구의 팔찌인지 보여야된다고 생각했다. 같은 결을 지닌 자매니까 들꽃이라는 모티브는 같이 가져가되 끈의 색을 다르게 설정했다. 소은이는 사랑하는 언니를 위해 어려운 꿈도 이뤄낼 만큼 강한 사람이니까 강인함을 상징하는 검은색으로 설정했다. 소은이의 팔목에 상처가 나는 장면에서 피가 물들 수 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검은색이 피가 물들어도 가장 티가 안나는 색이다. 검은색이 소은이의 강인함을 상징해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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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트' 오연아의 민휘아트주얼리 십자가 귀걸이/ 사진=OCN
Q. OCN '프리스트' 작업도 인상적이었다. 목걸이나 귀걸이가 예쁘게 나오더라. 민휘아트주얼리의 연관검색어에도 프리스트 주얼리들이 있다.

▶ 촬영 날짜까지 시간이 얼마 없어서 급하게 만들었는데, 수량도 많이 필요했다. 특히, 귀걸이는 같은 귀걸이들이 많이 있다는 설정 때문에 50개 넘게 제작했다.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 안에 디자인부터 원본 작업 등을 모두 했는데 예쁘게 나왔다. 감사하다. 아무리 힘들게 작업했어도 주얼리 타이트샷이 예쁘게 나오면 힘들었던 일들 싹 다 잊어버린다.(웃음)

Q. 그동안 로맨스 물에 많이 참여한 것 같은데, 새로운 도전일 것 같다.

▶ 겁이 많은 편이다. 같은 장르의 영화 '변신'에도 참여하고 있다. '변신'에서는 특수소품까지 맡아서 할 일들이 더 많다. 그렇게 할 일이 많으면 시나리오를 꼼꼼하게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무서운 것들을 진짜 싫어해서 안하려고 했는데 어떻게 다 하게 됐다.(웃음)

Q. 어떻게 다 하게 됐나?

▶ 공포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면 허구라는 것을 잘 알게 될 테니 무서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씀을 들었다. 그리고 감독님께서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하려면 여러 장르에 도전 해봐야 되지 않겠냐며 언젠간 해야 되는 일이라고 격려해주셨다. 영화팀에서 여러 가지로 정말 잘 챙겨주신다. 작업량이 많은 만큼 작업 비용도 많이 주셨다.(웃음)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고 있다.

이 일을 하면서 좋은 점은 스스로가 한정적이지 않게 된다. 자꾸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게 되고, 생각의 폭도 넓어진다. 시대도 장르도 넘나들고 재밌다. 사실 나 스스로는 한정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조심성이 많아서 이런저런 일을 과감하게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또,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해서 밖에 나갈 일이 있으면 약속을 하루에 다 몰아서 스케줄을 잡는 편이다.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이 일을 안했다면 정말 한정적으로 살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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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트' 연우진의 민휘아트주얼리 사제 목걸이 / 사진=OCN
Q. 드라마와 케이팝을 통해 작품들이 전 세계에 비춰진다는 것이 뿌듯한 면도 있겠다.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계속해서 일을 해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 같다.

▶ 감사한 일이고 좋다. 근데 사실 그런 것들은 남들이 보고 느끼는 것이니까 내게 직접적으로 와 닿지는 않는다. 말씀해주시면 '다 보시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그게 작업을 계속하고, 안하고를 결정하는 척도가 되지는 않는다. 이 일을 하면서 스스로가 계속해서 발전해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다는 점이 좋다. 나를 가만있지 않게 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게 해준다. 예를 들면, 시계는 절대 안한다고 했었다. 관심도 없는 분야였다. 근데 이번에 '시간'이라는 드라마를 통해서 다이아몬드 시계를 제작해보게 됐고, 회중시계를 디자인해보게 됐다. 이번에 '황후의 품격'에서도 회중시계를 디자인했다. 결국 다 하게 된다. 전통 장신구를 하던 현대극 장신구를 하던 계속 새로운 아이템에 도전하게 되고, 기존의 디자인도 발전시켜나가게 된다.

Q. 진정한 워커홀릭이 아닌가 싶다.

▶ 많이 듣는 말이다. 걱정도 해주시는데 내가 특별나게 워커홀릭인지는 잘 모르겠다. 함께 일하는 분들 다 정말 열심히 하신다. 나도 밤샘작업을 할 때가 있지만 소통하는 과정에서 대단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평소에 일만 하고 사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고양이랑 쉬는 것도 좋아한다. 그냥 일상에서 사소한 일들이 주는 행복도 많이 느끼면서 산다. 만족의 기준점이 높지 않은 것 같다.(웃음)

Q. 방송일 특성 상 쉬는 날이 일정하지는 않을 것 같다.

▶ 급변하는 상황들이 많아서 당황할 틈도 없이 그냥 바로 해내야 되는 일들도 있다. 아무리 짧은 시간이 주어져도 그 안에서 최상의 결과물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근데 꼭 주말에 쉬어야 되는 것도 아니고, 빨간 날에 놀아야 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들 안 쉴 때 쉬게 될 때도 있는데 오히려 붐비지 않고 더 좋은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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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의 품격' 장나라의 민휘아트주얼리 사파이어 목걸이 / 사진=SBS
Q. 정재인 작가는 매우 긍정적인 것 같다.

▶ 그렇다. 그냥 크게 불만 잘 안가진다.(웃음) 한 번만 더 생각해보면 불만 생길 일이 잘 없다.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야지 내 마음이 편하다.

Q. 일에 집중하다보면 사람관계에 소홀해지기도 할 것 같은데 어떤가?

▶ 일이 딱 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일을 통해서 사람간의 관계에 신뢰가 쌓이고, 더 좋아진다. 서로 약속을 지켜가면서 일하다보니까 일 자체가 사람 관계를 단단하게 해주는 매개가 된다. 근데 생각만큼 만나지 못하기는 한다. 이번에 '황후의 품격'을 하면서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 함께 했던 미술팀 선생님을 만났다. 간간히 안부도 주고받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는데 작품으로 다시 만난 건 진짜 오랜만이다. 선생님께서 "아직 우리 밥 한 번도 못 먹었어. 이번에는 꼭 밥 먹자"고 하셨는데, 아직 만나지도 못했다. 또 전화만 주고받고 있다.(웃음) 심지어 최진혁 씨와 신성록 씨가 촬영한 수영장 장면은 우리 아파트 지하에서 촬영했는데 그 날 작업 때문에 가보지 못했다. 너무 아쉬웠다.

Q.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나?

▶ 스트레스 많이 받지는 않는 것 같다. 정말 예쁜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우고 있는데 고양이 덕분인 것 같다. 주변에 고양이 키우라는 말을 많이 하고 다닌다.(웃음) 너무 피곤하다가도 고양이 한 번 보게 되면 피로가 싹 없어져버린다. 그냥 너무 예쁘고, 마냥 예쁘다. 나를 매 순간 행복하게 해주는 존재다.

Q. 누군가를 만나도 좋을 나이다.

▶ 사실 누구를 크게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잘 안 든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길 줄 알았는데 마음가짐은 예전하고 비슷하다. 아직은 일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많기도 하고. 일단 일이 많고 시간이 없기도 해서 누구를 만나도 신경을 많이 못써줄 것 같다. 정말 운명이라고 느끼는 사람을 만나면 또 모르겠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부모님 보면서 결혼을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는데 지금은 일이 진짜 재밌다. 나도 일에 빨리 질렸으면 좋겠다. 300부작 이런 작품에 한 번 참여해봐야 될 것 같다.(웃음)

Q. 자신에 대한 만족감이 큰 것 같다.

▶ 그런 편이다. 더 발전해야 된다는 것은 늘 인지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언제나 내가 좋았다. 항상 현재에 어느 정도 만족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2개를 얻으려고 가지고 있던 1개를 거는 일은 하지 않으면서 살았던 것 같다. 뭘 더 가질까보다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을 잃지 않는 게 항상 더 중요했던 것 같다. 많은 부분을 조심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기회를 놓친 적도 있었겠지만, 마음은 편하게 지냈다. 천천히 확실하게 가는 것이 성향에 맞는 것 같다. 지금 잘 가고 있는 것 같다.

Q. 간절하게 하고 싶은 일들이 있나?

▶ 많은 일들을 경험해보면서 좀 차분해진 면은 있다. 일을 시작하고 하루도 바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짧은 기간 안에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다 해보게 되는 신기하고 감사한 일들을 경험했다. 예전 인터뷰에서 하고 싶다고 했던 일들 그 이상을 다 해봤다. 예전엔 뭐 한다고 하면 빨리 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순리대로 가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하는 일 열심히 하면 막연하게 생각했던 일들도 어느 순간 다 이뤄지는 것 같다. 인연이 닿는 일들, 주어지는 일들을 잘해내고, 함께 하는 사람들과 계속해서 잘 지내고 싶고, 나도 뭔가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 지금처럼 일이 계속 주어지고, 가족 건강하고, 우리 고양이 계속 예쁘고 그러면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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