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09 20:44  |  WD뮤직

유튜브 문화 연주하는 클래식 유튜버 '투셋 바이올린'

[웹데일리=조내규 기자]
'퓨디파이(Pewdiepie)'는 세상에서 제일 많은 구독자 8,500만 명을 가진 유튜버다. 비결은 'B급 문화'다. 퓨디파이는 인터넷 문화에 통달한 사람이고 자신의 유머 감각을 활용해 유튜브 왕좌에 오른 것이다. '퓨디파이' 왕국 아래엔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요소'를 뜻하는 '밈'과 게임이 반석처럼 깔려있다.

최근 퓨디파이와 비슷한 컨셉으로 급상승하는 해외 유튜버가 있다. 중국계 호주인 남자 두 명이 솔직하고 코믹한 개그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이 채널은 최근 4달 동안 구독자 수가 50만에서 80만 명으로 뛰어올랐다. 그런데 소재가 다소 생소하다.

이들은 '클래식 음악' 전문 유튜버 '투셋 바이올린(TwoSet Violi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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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오케스트라 단원 출신의 두 바이올리니스트 브렛 양과 에디 첸, 사진=TwoSet Violin
투셋 바이올린은 바이올린 듀오 브렛 양(Brett Yang)과 에디 첸(Eddy Chen)이 운영하는 클래식 전문 유튜브 채널이다. '투셋 바이올린'의 첫 시작은 유명 영화 OST를 바이올린으로 커버한 연주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것이었다. 미국의 유명 크로스오버 클래식 음악 그룹 'ThePianoGuys'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건 무대 위의 바이올리니스트를 그대로 유튜브로 옮겨 놓은 것에 불과했다. 투셋 바이올린은 비슷비슷한 연주 채널들을 답습하기보다 10~20대에게 바이올리니스트의 일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퓨디파이'처럼 인터넷 문화에 눈높이를 맞춰 소통하기 시작했다.

◇ 투셋 바이올린의 인기 비결은? 일상과 코믹!

유튜브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해 필요한 건 가벼운 '유머 영상'이었다. 빠르게 볼 수 있는 스낵 콘텐츠가 유튜브에서 엄청난 인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은 유튜브 유머 영상으로 만들기에 적절한 소재가 아니었다. 클래식 음악이 다른 장르에 비해 길고 복잡해서 젊은 세대에게 친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볍고 빠르게 볼 수 있는 스낵 콘텐츠와 너무도 상극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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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연주자의 다양한 모습을 꽁트로 담았다. 사진=TwoSet Violin
투셋 바이올린은 클래식 음악과 젊은 세대와의 소원한 사이를 메울 접점을 클래식 음악가인 자신들의 일상에서 찾아냈다. 클래식 음악가의 고충을 코믹하게 영상으로 담기 시작한 것이다. 투셋 바이올린의 영상을 살펴보자. 무대 위에서 단정한 모습을 자랑하던 연주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마치 대학교 기숙사 룸메이트가 바이올린을 들고 나타난 것 같다. 심지어 방금 자다 깬 듯한 머리와 흰 티셔츠를 후줄근하게 걸치고 영상에 나오기도 한다.

코믹하게 묘사한 바이올린 연주자의 모습이 '오케스트라 연주자 유형 21가지'와 같은 제목으로 짧은 꽁트 영상에 담긴다. 프로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을 비꼰 개그에 악기를 배우는 젊은 연주자들이 가장 먼저 반응하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투셋 바이올린 채널이 유명해지기 시작한다.

◇ 또 다른 인기 비결, 인터넷 밈과 패러디

8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한 투셋 바이올린의 또 다른 인기 비결은 인터넷 문화다. 인터넷 세대의 감성을 이해하고 유튜브 시청자를 채널에 붙잡아 두는 데 능숙하다. 유튜브 '밈'이 투셋 바이올린의 영상에서 펼쳐진다. 오래된 인터넷 밈인 'Nyan cat'에서부터 방탄소년단, 'Despacito(데스파시토)' 등이 패러디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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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이라는 틀 위에 유튜브 문화가 올라간다. 사진=TwoSet Violin
물론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Despacito'를 바로크 스타일로 편곡하고 바로크 음악을 연주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로 가사를 붙여 패러디 영상을 찍는 식이다. 거리 인터뷰, 슬랩 스틱, 리액션 영상, 댓글 읽기, 웃음 참기 챌린지 등의 유튜브 문화가 클래식 음악이라는 그릇 위에 올라간다.

◇ 최종 목표는? 젊은 세대가 클래식 음악 팬 되는 것

투셋 바이올린의 목표는 '유머와 재미로 젊은 세대를 클래식 음악 팬으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투셋 바이올린이 단순히 개그 패러디 영상을 올리는 데에 그쳤다면 흔해 빠진 유머 채널로 전락했을 것이다. 투셋 바이올린은 시청자들이 클래식 음악을 즐기고 실제 공연장에 찾아오길 꿈꾼다.

그래서 '투셋 바이올린'은 그들만의 클래식 음악 가이드를 선보인다. 이를테면 농담과 농담 사이에 핵심 정보가 넣는다.

만약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 중요한 감상 포인트'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만든다면 재미없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피아노 배틀 반응 영상'이라는 제목을 붙이면 훨씬 많은 시청자가 찾아온다. 그리고 영상에서 브랫과 에디는 '틀리지 않고 더 빠르게 연주하라'는 영화 대사에 한 마디 덧붙인다. "클래식 음악에서는 빠르게 연주하는 것보다 자신만의 해석을 들려주는 게 중요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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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셋 바이올린 월드 투어, 사진=TwoSet Violin 공식 페이스북
최근, 투셋 바이올린은 목표에 한 발짝 더 걸어갔다. 유튜브 시청자들을 위한 공연을 직접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크라우드 펀딩 웹 사이트 'Kickstarter'로 5만 달러의 펀딩을 모금해 2018년부터 전 세계 투어 콘서트를 시작했다. 격식을 벗어던진 진행 방식이 투셋 바이올린 콘서트의 무기다. 두 바이올리니스트가 객석과 무대를 오가며 연주와 코미디를 번갈아 선보인다.

투셋 바이올린은 인터뷰 기사를 통해 기존 클래식 음악 산업이 보여주지 않았던 음악가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리고 최근에는 유명 연주자들을 직접 소개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클래식 연주자 랑랑, 야니네 얀센, 힐러리 한 등이 투셋 바이올린 채널에 출연한 것이다. 힐러리 한은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에도 출연해 실시간으로 시청자와 소통하기도 했다. 유튜브 시대에 활동하는 클래식 음악가들에게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투셋 바이올린은 일상, 유머, 인터넷 커뮤니티로 무장한 새로운 클래식 음악 채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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