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25 13:42  |  기업

[일감몰빵 톺아보기➁ 빙그레] 김호연 회장, 장남 개인회사 일감몰아주기에 ‘총선 출마’ 발목 잡히나

‘제때’, 내부거래 급성장·오너 일가 배당 독식…그룹 승계 위한 '밑그림'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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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사옥 전경.
[웹데일리=신경철 기자]
빙그레는 유제품과 빙과류를 주력으로 생산·판매하는 기업이다. 1974년 출시된 ‘바나나맛 우유’는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국내 가공유(초코우유 제외) 시장에서 약 8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편의점 인기브랜드 중 하나다. 가공유 외에도 요플레, 투게더, 메로나 등 수많은 ‘스테디셀러’ 제품을 보유한 빙그레는 현재 약 5개의 비상장계열사(해외법인 포함)를 거느리고 있다.

빙그레는 김호연 회장이 최대주주(36.75%)로 있다. 또 김 회장이 설립한 김구재단(2.03%)과 아단문고(0.13%), 자녀들이 지분 전량을 보유한 주식회사 제때(1.99%) 등 김 회장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지분은 40.9%에 달한다. 김 회장은 슬하에 장남 김동환, 차남 김동만, 장녀 김정화 등 2남 1녀를 두고 있다.

김 회장의 부친은 한화그룹 창업자인 고(故) 김종희 회장이다. 김종희 회장은 장녀 김영혜 씨에게 제일화재(현 한화손해보험)를 물려줬지만 장남 김승연 회장과 차남 김호연 회장 간 후계구도는 미처 정리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김 회장 형제는 무려 30차례 이상 재산분할 재판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김호연 회장은 빙그레를 비롯한 일부 계열사를 받고 한화에서 완전히 독립했다.

김 회장의 이력은 특이하다. 그는 2008년 18대 총선(충남 천안을)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2010년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돼 정치인으로 활동했지만 2012년 19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결국 그는 정계 입문을 위해 회사를 떠난 지 6년 만인 2014년 빙그레 등기이사직에 이름을 올리며 경영에 복귀했다. 업계에선 2020년 21대 총선이 1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김 회장의 재출마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19대 총선 당시 김 후보는 약 1.8%(1897표) 차이로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에게 석패했다.

김 회장이 지난 2008년 정계 진출을 선언한 이후 빙그레는 성장세를 유지했다. 2009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6286억원, 605억원을 기록했고, 2010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6854억원, 597억원을 달성했다.

김 회장 복귀 직후인 2014년 빙그레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8210억원, 418억원이다. 지난해 빙그레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8551억원, 393억원으로 매출 증가에 따른 외형은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 빙그레 일감몰아주기로 김동환 차장 개인회사 ‘제때’ 급성장…배당금도 ‘쏠쏠’

빙그레 경영승계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김 회장의 후계자로 평가받고 있는 장남 김동환 빙그레 차장이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키운 개인회사 ‘제때’(구 케이엔엘물류)를 발판으로 빙그레의 지분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비상장사인 ‘제때’는 물류대행과 식자재 유통물류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김 회장의 세 자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때’가 지난해 빙그레를 통해 올린 매출액은 512억원이다. 이는 제때가 지난해 올린 매출액(1745억원)의 약 30%에 달하는 금액이다. 2016년과 2017년 빙그레를 통한 내부거래 비율도 각각 36%, 40%에 달한다. 여기에 셀프스토리지, 한익스프레스 등 특수관계회사를 포함시키면 비율은 더 치솟는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제때가 빙그레의 일감몰아주기로 손쉽게 매출을 올리고 김 차장 등은 이를 바탕으로 두둑한 배당금을 챙기고 있다. 제때는 최근 3년간 총 24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같은 기간 제때의 순이익은 합계는 116억원으로, 연평균 배당성향은 21%에 달한다. 배당금은 전부 오너 일가 주머니로 들어간다.

◆ 제때, 빙그레 3대 주주…‘김동환→제때→빙그레’ 밑그림 관측

김 차장 등은 제때의 성장을 바탕으로 빙그레의 지분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때' 빙그레 지분율은 2015년 1.7%에 불과했지만 2016년과 2017년에는 2%, 지난해 1.99%로 현재 빙그레의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업계 일각에선 김 차장이 제때를 통해 아버지가 보유한 빙그레 지분을 넘겨받는 방식으로 승계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과거 재벌 대기업들의 상속 형태와 유사하게 제때를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으로 올리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선 제때의 성장이 필수적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스템에서 확인 가능한 제때의 가장 과거의 사업보고서는 1999년도다. 해당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제때의 자본총계는 4억45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빙그레와의 내부거래로 빠르게 성장한 제때의 지난해 자본총계는 323억원으로 80배 가까이 늘었다. 매출은 141억원에서 지난해 1745억원으로 12배 이상 커졌다.

김 차장이 빙그레의 주식을 직접 물려받는다면 막대한 증여세를 부담해야 하지만 제때를 이용할 경우 그가 직접 내야할 세금은 한 푼도 없다. 업계에서 제때를 주목하는 이유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금지’ 조항을 활용해 그 동안 자산 5조원 이상의 재벌 대기업집단에 초점을 맞췄던 ‘일감몰아주기’ 조사를 중견기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조사 대상 기업군으로 식품유통기업을 지목하고 있다.

신경철 기자 news@web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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