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28 16:44  |  아트·컬처

[인터뷰] 비디 그라프트 "내가 누군가의 작업물에 변형을 가한다면 그건 누구의 것인가?"

[웹데일리=이지웅 기자]

# 옐로우 콜라주 아티스트 '비디 그라프트' X 라이프패션 브랜드 '뮤트뮤즈'의 컬래버레이션 전시 'The Art of Yellow'.
# 6월 3일부터 7월 31일까지 성수동 뮤트뮤즈 팝업 전시장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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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우 콜라주 아티스트 '비디 그라프트(B.D. Graft)' / 사진=케이아티스츠
옐로우 콜라주 작업을 통해 예술의 경계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는 아티스트 '비디 그라프트(B.D. Graft)'.

그가 라이프패션 브랜드 뮤트뮤즈(MUTEMSE)와 함께한 컬래버레이션 전시 'The Art of Yellow'를 위해 오는 6월 3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독일에서 태어나 현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하는 비디 그라프트는 "얼마나 많은 변형을 일으켜야 나의 작업이 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옐로우 콜라주 작업으로 유명하다. 지금까지 그는 "내가 노란색을 더하면 내 작품이 되는가?"라는 슬로건으로 'ADD YELLOW'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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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xi 3' / 사진=케이아티스츠
Q. 어떻게 콜라주를 시작하게 됐나?

대학에서는 영화를, 대학원에서는 영문학을 전공했고 시나리오 작가가 되려고 했기 때문에 평소 레퍼런스를 찾느라 노트북, TV 등의 스크린을 굉장히 많이 보는 편이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아티스트인 친구를 통해 콜라주를 알게 됐고 직접 종이를 오리고 붙이는 작업을 하면서 차분한 즐거움에 푹 빠졌습니다.

그때부터 나만의 콜라주 스타일을 개발하게 됐죠.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이나 빈티지 엽서 위에 독특한 형태로 오려 노란색으로 칠한 조각을 붙이는 거였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질문 "내가 무언가를 덧입혀 누군가의 작업물에 변형을 가했다면 그것은 누구의 것인가?"를 통해 'Add Yellow'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Q. 'Add Yellow' 프로젝트는 현대미술의 논쟁적인 주제인 '아트와 소유권'에 관해서 은유적으로 다루고 있기도 하다. 당신은 이에 대해 음악 프로듀서가 기존의 곡을 샘플링해서 완전히 새롭고 흥미진진한 트랙을 만드는 일에 비유했는데, 솔직히 요즘 모든 예술, 음악, 패션 등이 그렇지 않나? '편집의 시대'다. 힙합의 샘플링과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 개념을 뒤섞어 패션 신에서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버질 아블로가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다. 당신도 그런 흐름의 일부라고 생각하나?

물론이죠. 내 프로젝트의 슬로건 'Is it mine if I add some yellow?(노란색을 약간 추가한다면 내 것이 될까요?)'는 예술 작업의 주체와 소유권에 대한 질문이자 성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차용하고, 리믹스하고, 리포스팅하는 문화 속에 살고 있잖아요. 버질 아블로는 모나리자의 이미지를 가져와서 티셔츠에 프린트하고 그 아래에 '오프 화이트'라고 써 넣음으로써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죠. 요즘에는 그런 일이 너무 빈번해서 사람들이 일종의 현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논쟁이 필요한 흥미로운 주제죠. 저는 음악에도 관심이 굉장히 많아요. 뮤지션들과 앨범 커버 작업도 여러 번 했죠. 그러면서 그들과 콜라주 작업과 음악 샘플링 작업의 유사성에 대해 종종 얘기를 나누곤 합니다. 나만의 노래가 되려면 얼마나 많이 리믹스하고 샘플링하면 될까요? 그 경계를 정하기란 어렵습니다. 물론 원작자는 당연히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매번 그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더라도 마음 속으로는 항상 원작과 원작가의 존재를 명심해야 합니다.

저는 종종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티스트에 대한 오마주로 'Add Yellow' 프로젝트를 활용합니다. 만약 제가 피카소 작품에 노란색을 더한다면 그건 "피카소, 당신 작품은 내 거야"라는 뜻이 절대 아니에요. 제가 사랑하는 피카소의 예술에 저만의 현대적인 해석을 담고 싶은 거죠.

Q. 그런데 왜 많은 색 중에 노란색을 선택했나?

노란색은 그렇게 많은 의미를 품은 색깔은 아니에요. 빨간색이나 검은색을 떠올려보세요. 빨강은 위험이나 열정을 곧바로 연상시키고, 검정은 우울이나 멜랑콜리를 떠올리게 하죠. 하지만 노랑은 보다 중립적이에요. 그래서 노란색에 저만의 의미를 부여하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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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Biographies', 2019 / 사진=케이아티스츠
Q. 당신의 콜라주 작품에서 주로 사용하는 소재는 '책'이다. 재료로서 책이 주는 매력이 있다면?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매체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어디에나 스크린이 있고,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 노트북 등 한두 개 이상의 전자기기를 가지고 다니죠. 그럼에도 책은 여전히 소장하거나 진지하게 몰두하기에 좋은 매체예요.

예술의 재료로서 책의 쓰임새는 다양합니다. 전시장에 쌓아놓거나 책장에 꽂혀 설치작품이 되기도 하고 낱장으로 뜯어져 콜라주의 재료가 되기도 하죠. 그리고 책은 아주 오랫동안 역사와 지식이 기록된 주요 매개체로 인류사에 공헌한 역사가 있어요. 무엇보다 저는 헌책방에서 발견한 낡은 책의 누렇게 변색된 종이에 적힌 옛 예술가들의 정보를 읽는 걸 좋아해요. 온종일 컴퓨터 화면과 씨름하는 것보다 책과의 작업이 훨씬 고요한 즐거움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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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Mein Kampf)' 시리즈 / 사진=케이아티스츠
Q. 이번 전시 작품 중 아돌프 히틀러의 자서전 'Mein Kampf(나의 투쟁)'를 가지고 한 작업인 'MK' 시리즈가 눈에 띈다. 어떻게 이 책을 작품화하게 됐나?

'왜 'Mein Kampf'를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불법을 저지르는 일이 되고, 지금까지 금서로 분류되어 왔는가'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서 이 작품의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나는 그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Mein Kampf'는 단지 책일 뿐이고 그 책에 어떤 종류의 존경심, 파워, 오라도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우연히 기사를 통해 암스테르담의 한 서점에서 그 책을 구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제가 독일인이기도 하거니와 그 책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죠. 추악한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바꾸는 일은 해볼 만하잖아요?

젊은 시절 미술가를 꿈꾼 히틀러는 고전적인 화풍에 집착한 나머지 일체의 모던 아트를 혐오했어요. 1937년에는 뮌헨에서 '퇴폐미술전'을 열고 칸딘스키, 클레, 에른스트 등 거의 모든 당대 작가들의 작품을 퇴폐 미술로 낙인 찍어 지하실에 처박거나 불태웠죠. 책을 구입해 돌아오는 길에 그들이 그토록 싫어한 현대미술로 한 방 먹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의 'MK' 시리즈는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우리는 이런 종류의 증오와 편견을 지지하는 게 아닙니다. 현대미술을 차용해서 말 그대로 그들의 책에 붙여 넣은 겁니다. 증오로 가득한 히틀러의 말들을 무장해제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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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rl' / 사진=케이아티스츠
Q. 콜라주 작품을 만들 때 마티스(Matisse)의 종이오리기(Cut-outs) 작품과 존 발데사리(John Baldessari)의 작품들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빌럼 데 쿠닝(Willem De Kooning)을 매우 좋아한다고도 들었다.

흥미롭게도 제가 존 발데사리의 작품을 알게 된 건 'Add Yellow' 시리즈를 시작한 이후였어요. 'Add Yellow'는 특정한 컬러를 가져와서 사람들의 얼굴에 덧붙이는 방식이 과거에 존 발데사리가 했던 작품과 꽤 유사합니다. 현대사회의 문화적 특성을 투영하고 그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다는 것도 공통점인데 발데사리는 이미 30년 전에 그런 작품을 선보였어요. 정말 대단하고 흥미로운 작가죠.

마티스는 언제나 내 작품에 영감을 줍니다. 그의 모든 그림을 사랑하지만 특히 컷 아웃 작품을 좋아해요. 그가 사물을 실제처럼 재현하는 데 관심이 없다는 게 좋아요. 아주 단순하고 시선을 끌어 모으면서도 미니멀하죠.

그리고 빌럼 데 쿠닝의 회화를 오랫동안 좋아했습니다. 컬러와 구성, 모든 면에서요.

Q. 콜라주로 시작한 당신의 작품 세계는 드로잉, 페인팅, 그리고 그것들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물감, 목탄, 파스텔 등 다양한 재료를 폭넓게 사용해 생명력 넘치는 식물과 꽃으로 캔버스를 채운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작품들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저에게 예술이란 아름다움, 긍정적인 감정의 전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진지하고도 심오한 예술을 보는게 좋고 또 존경스럽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제 작업은 일종의 치유 활동이기도 합니다. 다채로운 식물이 자연스러움을 지닌채 캔버스를 밀도 있게 채울 때 만족감이 들어요. 전 그 행복감을 제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제 작품이 세상을 바꿀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어떤 날들을 좀 밝게 해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Q. 현대미술에서 패션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은 하나의 장르라 할 만큼 매우 빈번한 일이 됐다. 이번 뮤트뮤즈(MUTEMUSE)와의 컬래버레이션에 대해 소감을 듣고 싶다.

패션과 미술은 오랫동안 밀접하게 연관돼왔어요. 사람은 벽에 걸린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만족감에서 나아가 자신이 누구인지 보여주길 원해요. 그럴 때 패션이 중요합니다. 뮤트뮤즈와의 협업은 매우 즐겁고 유익한 경험이었습니다. 제 작품이 뮤트뮤즈 제품의 완성도를 높여줬고 또한 뮤트뮤즈의 제품이 저의 작품 세계를 풍성하게 해줬죠. 아트와 패션의 완벽한 공생관계를 경험한 작업이었습니다.

Q. 혹시 또 다른 컬래버레이션이 예정돼 있나?

몇 달 전에 버질 아블로에게서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를 받았어요. 저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함께 작업하고 싶다더군요. 그렇게 올 여름 말에 선보이는 컬래버레이션이 성사됐죠. 오프 화이트(Off-White)에서 제 작품이 프린트된 제품들을 곧 만나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제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노란색이 지닌 힘을 보여주는 브랜드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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