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31 17:16  |  아트·컬처

임진우 건축가의 스케치여행 ⑨ 베트남의 비경 '하롱베이'와 역동의 도시 '호찌민'

[웹데일리=글·그림 임진우]
하롱베이를 보지 않고서 베트남을 가봤다고 말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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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롱베이 / 그림=임진우
수천 개의 뾰족한 섬들이 바다 위에 흩뿌려져 있는 하롱베이는 '하늘에서 용이 내려온 만'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바다 위에 초현실처럼 수직으로 솟구쳐 오른 많은 섬들이 마치 거대한 용이 헤엄치는 것 같은 형상으로 병풍처럼 둘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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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롱베이 / 그림=임진우
섬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보트의 갑판 위에서 호기심을 갖고 바라본 풍경은 점점 더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한다. 이 매력적인 장소는 우리로 하여금 베트남의 추억을 감동의 서사시로 남기게 한다. 몽환적인 장면 같은 하롱베이의 비경은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에게 평화로운 안식을 제공한다. 혹시 삶에 지쳐있는 자가 있다면 위로하며 그에게 치유의 손길을 말없이 내민다.

하롱베이 바다 위에는 작은 배에 과일들을 싣고 손수 장사를 하거나 바지선 위에서 방문자들에게 기념품을 파는 보트피플들의 애환도 공존한다. 또 이런 무더위에 낯선 이방인들을 뱀부 보트에 옮겨 태우고 비경 속으로 안내하는 일을 반복하며 뙤약볕에 노를 저어야하는 현지인의 어깨에서 고단한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하롱베이는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바다 위에 파노라마로 연출되는 수천 개의 섬들을 다 경험하지 못하더라도 마치 신들의 놀이터로 조성된 것 같은 하롱베이의 멋진 향연은 오늘 이곳을 방문하는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온 인류의 추억 속에 오래도록 살아 숨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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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찌민 / 그림=임진우
호찌민의 공항에 내리자마자 후덥지근 덥다. 1954년 베트남이 남북으로 갈라지면서 한 때 월남의 수도 사이공으로 불리던 도시 호찌민. 인도차이나 반도에 속한 여러 나라들의 기후조건들이 조금씩 다르다고는 하지만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나라에서 건너온 여행객들은 오히려 이 더위가 은근 반가울지도 모르겠다.

시내를 진입하면서 이방인의 눈에 비친 이면도로의 풍경은 베트남 특유의 색깔이 묻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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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찌민 / 그림=임진우
차로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들의 물결과 교통수단에 의해 철저히 소외된 보행자들. 매연과 소음으로 뒤엉킨 도로. 여기저기 물이 고여 지저분하게 보이는 보행로. 남루한 가게 앞에서 웃통을 벗고 휴식 중인 고단해 보이는 주민들. 알록달록 원색으로 치장했지만 대체적으로 조악한 건축물들. 뒷 골목 우후죽순(雨後竹筍) 같은 전봇대와 거미줄처럼 어지러운 전선줄. 낙후된 거주지마다 줄에 걸린 채 햇볕을 기다리는 빨래들.

이런 장면들을 체험하면서 때로는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무질서한 환경들에게 당혹감을 느낀다.

하지만 깨끗하고 쾌적함만 찾을 요량이었다면 굳이 여행이라는 수단은 무의미하다. 이런저런 나와는 다른 낯선 환경을 만나고 그런 환경에 익숙해진 현지인들과 소통하고 교제하는 일이 여행의 특성이자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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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찌민 사이공호텔 / 그림=임진우
무더위에 옷이 땀으로 젖거나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도로에서 경적 소리에 당혹감을 느끼더라도 무질서 속의 질서가 이곳 문화라는 사실을 직시해야한다. 일단 현지에서 제대로 만들어진 쌀국수와 시원하고 달짝지근한 베트남 냉커피 한 잔을 시작으로 호찌민의 거친 문화를 끌어안아보자. 전쟁과 식민지 수탈의 아픈 역사를 뒤로하고 하루하루 역동적인 에너지를 쏟으며 가파른 성장세로 치솟는 활력의 도시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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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우 건축가의 스케치여행> - 글·그림 임진우 정림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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