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7 16:06  |  WD뮤직

[인터뷰] 가수 제야 "음악 강국 스웨덴, 옆집 할아버지도 앨범 내는 나라"

스웨덴에서 활동 중인 가수 '제야', 세계 3위 대중음악 수출국의 음악 산업을 말하다

[웹데일리=취재 한예은 스웨덴 리포터 / 정리 이지웅 기자]

# "케이팝, 스웨덴에서 아직 크게 알려지지 않아... 10대 중심으로 인기"
# "레이블 중심 시스템... 오디션은 '스웨디시 아이돌' 단 하나"
# "스웨덴, 옆집 할아버지도 앨범 내는 나라"

스웨덴은 음악 산업 강국으로 유명하다.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 3위의 대중음악 수출국이자, 세계적인 음악 스트리밍 기업 스포티파이를 배출한 국가이기도 하다.

스웨덴의 음악 산업을 보다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스웨덴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가수 '제야(Zeya)'를 만났다. 제야는 2009년 한국에서 록밴드 '키텐스 라이(Kitten's lie)'로 데뷔한 후 어쿠스틱 여성 듀오 비온디와 솔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했다. 이후 스웨덴으로 건너와 2016년 미니앨범 'Happy for you'를 발매하고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한국과 스웨덴 음악 환경을 모두 경험해 본 아티스트인 제야를 통해 생생한 스웨덴 음악 산업의 모습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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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 활동 중인 가수 '제야(Zeya)'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가수 제야입니다. 한국에서 록밴드 멤버와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했어요. 현재는 스웨덴에서 활동 중입니다.

Q. 스웨덴에서 음악을 해야겠다고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째는 사회 안전망이 잘 갖춰졌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죠. 스웨덴 친구들을 통해 본 스웨덴은 하고 싶은 일을 한국보다 더 여유 있게 할 수 있는 나라였습니다. 한국에서 음악을 직업으로 삼고 버티는 게 힘들던 와중이라 스웨덴 가수 생활을 도전해보고 싶어졌어요.

둘째는, 한국에서 '록 음악을 하는 여자 아티스트'로 살아남기 힘들었습니다. 한국에서 록 장르 자체가 대중적인 장르가 아니에요. 특히, 여성 밴드나 여성이 록 음악을 꾸준히 하는 경우가 드물기도 하고요.

Q. 스웨덴은 록 장르가 주류(mainstream)인가?

록이나 메탈 음악을 좋아할 때 한국에서 '튄다', '왜 이렇게 센 노래를 하냐'는 구박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스웨덴은 록 음악이 주류입니다. 스웨덴은 어디를 가나 록 음악이 많이 나와서 놀랐어요. 한국에서는 인디 중의 인디인 헤비메탈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죠. 스웨덴은 맘껏 록을 좋아하고 부를 수 있는 곳 같다는 걸 단번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Q. 버스킹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나라 버스킹 문화와 차이점이 있나?

정반대인 점이 몇 가지 있어요. 일단 스웨덴에서는 너무 사람이 많은 곳에서 연주하면 안 돼요. 몇 번 버스킹 했더니 누가 와서 "여기서 이렇게 연주하면 경찰이 벌금 물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또 사람들의 이목을 너무 끌어도 좋지 않습니다. 스웨덴에서는 버스킹이 노숙자처럼 사정이 정말 어려운 사람들이 푼돈이라도 버는 수단이란 인식이 강해요. 저같이 그래도 먹고살 만한 사람들이 하면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 있죠. 이걸 깨달은 후부터는 거리에서 버스킹을 해도 쥐죽은 듯 조용히 하기 시작했어요. 한국에서 버스킹을 할 때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야 했다면, 여긴 반대로 해야 했습니다. 있는 듯 없는 듯 노래하다 사람이 너무 많이 모이면 피하기까지 했죠.

Q. 그럼 현재는 주로 어디서 활동하나?

정말 다양해요. 일단 주스웨덴 한국대사관 측에서 불러주는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편입니다. 아니면 친구들이나 단골 가게 사장님과 같이 기획해 공연을 열기도 하죠. 사실 스톡홀름은 스웨덴 수도인데도 클럽이나 큰 공연장이 한국보다 별로 없어요. 대신 일반 레스토랑이나 바에 전문 무대가 설치된 곳이 많아 주로 그곳에서 공연합니다.

Q. 우리나라처럼 스웨덴에도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많은가?

스웨덴에 대형 기획사는 없다고 보면 됩니다. 전부 레이블 시스템이죠. 대부분의 밴드 결성 과정도 우리나라와 좀 달라요. 보통 오랜 동네 친구들과 모여 같이 기타 치며 놀다 곡 써서 데뷔하더라고요. 그리고 앨범 내고 공연하러 다니죠. 한국에서도 대학가요제 시절까진 이런 식으로 했다고 들었습니다.

Q. 레이블에 들어가려면 뭘 해야 하는가? 오디션 같은 건 없나?

레이블 컨택은 보통 이메일로 음원을 보내는 형식입니다. 오디션 같은 경우 진짜 아마추어 가수를 대상으로 하는 건 '스웨디시 아이돌' 단 하나죠. 방송사에서 매년 진행하는 엄청나게 큰 규모의 오디션인데, 한국의 일반적인 오디션과는 다른 점이 꽤 많아요. 참가자 대부분이 기타 치는 젊은 여성 싱어송라이터고, 오디션 분위기도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보다 차분하죠.

Q. 스웨덴 음악 산업만의 특징이 있다면?

스웨덴에서는 한국 음악 산업이 가진 치열함과 역동적인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개인적으로 케이팝 발전 요인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한국 음악계는 스웨덴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아주 짧은 시간에 급격하게 발전된 만큼 정말 일을 열심히 합니다. 그런데 스웨덴에서는 그런 치열함이 없어요. 한국에선 프로듀싱 맡기면 보통 1주일 안이면 끝나는데, 스웨덴에서는 거의 1달이 걸려요.

또 음악 산업이 오랫동안 천천히 발전해와서 그런지 새로운 장르의 음악, 신인 아티스트를 받아들이는 걸 다소 어려워해요. 스웨덴에서는 오래된 가수가 사랑을 많이 받고 트렌드도 빨리 바뀌지 않죠. 녹음실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에요. 한국에선 최신 장비와 기술이 갖춰진 녹음실을 선호하는데, 스웨덴에서는 100년 이상 오래된 곳에서 녹음하는 걸 좋아해요.

Q. 두 나라 아티스트들의 성향도 큰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스웨덴은 되게 길게 보고 음악 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단기간에 빨리 성공해야겠다는 게 없죠. 스웨덴도 물론 생계를 이어나가기 힘든 아티스트들 있지만, 지금 당장 앨범으로 돈을 못 벌면 굶어 죽을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학생 보조금, 대출 등 비교적 안정적인 사회 시스템이 있어 한국 아티스트들처럼 성공에 대한 강박이나 근성 같은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여기는 음악 하는 사람들은 돈 생각 말고 음악에 충실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입니다. 아티스트가 돈 많이 벌려고 이것저것 하면 별로 안 좋게 본다는 거죠. 돈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음악에만 몰두하는 진정한 음악가의 태도를 지녀야 다른 아티스트들로부터 존중받는 것 같아요. 한국은 성공했거나 돈이 많은 음악가가 상대적으로 더 존중받는 분위기를 경험했던 바라 처음엔 놀랐어요.

Q. 스웨덴 아티스트들은 남녀노소 다양하다고 들었다. 실제로도 그런가?

사실이에요. 옆집 할아버지도 앨범을 내는 곳이 스웨덴입니다. 제 친구 할머니는 일흔이 넘으셨는데도, 기타를 너무 잘 연주하셔서 함께 록 블루스 즉흥 연주를 같이할 정도죠. 그냥 회사나 아르바이트 다니면서 여가활동으로 음악 작업하는 사람도 많아요. 그냥 음악이 좋으면 하는 거지, 직업이나 나이는 상관이 없어요.

제 생각에는 아무래도 노동 시간이 조금 더 짧고, 일과 여가가 잘 분리돼 있어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물론 한국에서도 회사에 다니며 앨범을 낼 수 있긴 하지만, 스웨덴보다 노동시간도 길고 야근이 잦다 보니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까요?

Q. 전 세계가 케이팝으로 뜨겁다. 스웨덴에서 느낀 실제 케이팝의 인기는 어떠한가?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도 케이팝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아무래도 케이팝이 10대 사이에서 주로 인기 있는 문화라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스포티파이에 케이팝 장르가 따로 등록된 만큼 확실히 인기가 커지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매년 스톡홀름에서 개최하는 케이팝 페스티벌에는 공연장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사람이 방문하죠. 케이팝 중에서도 특히 인기를 끄는 건 케이팝 댄스에요. 립싱크하며 춤 연습을 하는 스웨덴 케이팝 팬들도 많고 관련 커뮤니티들도 꽤 활성화돼 있습니다. 주변에 케이팝 댄스 전문 학원을 차린 친구들도 있을 정도죠.

Q. 끝으로, 스웨덴에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스톡홀름에서 열린 송 라이팅 캠프에서 만난 두 여성 프로듀서가 했던 말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제가 레코딩 레이블 회사와 잘 계약하는 비결을 물었죠. 그러자 "첫 3개월은 레이블과 아티스트가 함께 작업해보며 알아보는 시간"이라며, "그 시간 동안 그 회사랑 일하고 싶은지 직접 판단하고 회사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한국에서 아티스트로서 회사를 고르는 입장이 돼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큰 충격이었어요. 물론, 그만큼의 실력은 갖추고 있어야죠. 스웨덴에서 갑을 관계가 없다는 건, 내가 모든 걸 완성도 높게 해내야 한다는 말과 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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