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23 11:04  |  기업

[공익법인 리포트 ② 삼성생명공익재단] 2018년 공익목적사업비 1조원 증가...알고보니 회계기준 변경 효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물산 주식 200만주 매입...이재용 부회장 '경영승계 도우미' 의혹

[웹데일리=김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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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공익재단이 지난 2018년 지출한 공익목적사업비가 1년 전에 비해 1조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수익사업으로 잡혔던 의료수익이 공익사업으로 지출 분류가 변경됐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삼성생명공익재단 홈페이지 제공


정부가 장학금·학자금 등 사회공헌활동에 이바지하는 공익법인에 대해 내년부터 규제·감시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그동안 공익법인은 주식출연시 상증세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을 정부로부터 받아왔다. 그러나 일부 공익법인은 이같은 혜택을 총수일가 지배력 강화에만 사용하고 정작 공익활동은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에 반해 대부분 공익법인들은 수입금액 대부분을 목적사업비로 지출하고 국세청, 홈페이지 등을 통해 매년 경영활동 사항을 투명 공시하는 등 원래 설립 목적인 사회공헌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펼치고 있다.

웹데일리가 목적사업비 지출내역, 계열사 지분 보유 현황, 이사회 구성원들과 총수일가간 이해관계 등 공익법인 현황을 기획시리즈로 분석한다.


삼성그룹이 운영 중인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지난 1982년 5월 31일 설립돼 도시 저소득층 보육, 노인복지증진, 의료사업 등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공익법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서울병원, 삼성노블카운티, 삼성어린이집,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 등 복지 관련 시설들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총수익 1조4161억원 중 불과 171억원(1.2%)만 공익목적사업으로 사용해 무늬만 공익법인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던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이듬해인 지난 2018년 총수익 1조5320억원 중 무려 1조5233억원(99.4%)을 공익목적사업에 지출했다.

이처럼 삼성생명공익재단의 공익사업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은 지난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공익법인회계기준에 따라 지출 분류가 변경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손익계산서를 공익사업과 수익사업으로 구분해 국세청에 공시했다. 공익사업 부문에는 기부금 수입, 사업비용 등의 항목이, 수익사업 부문에는 입원수익·외래수익·약품비·진료재료비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지난 2018년 회계기준 변경으로 공익법인의 손익계산서가 운용성과표로 바뀌면서 그동안 수익사업으로 분류됐던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의료수익·비용이 공익사업으로 분류됐다.

덕분에 삼성생명공익재단은 공익목적사업 지출 규모는 마치 1년 새 1조원 넘게 증가한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누리게 된 것이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지난 2018년 지출한 공익목적사업비용 중 1위는 의료사업으로 약 1조3614억원에 달했다. 이어 의료연구사업 1029억원, 노인복지사업 314억원, 보육사업 90억원 등의 순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개별사안을 모두 따져봐야 하겠지만 지난 2018년 1월 기획재정부가 고시·공고한 공익법인 회계기준에 따르면 의료수익·비용의 지출 분류를 수익사업이나 공익사업 중 어디에 포함시킬 것인지는 공익법인 판단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생명공익재단의 공시 투명성은 개선됐지만 미래에셋박현주재단 등 다른 공익법인에 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지난 2018년 국세청 홈택스를 통해 공개한 감사보고서 전문에는 전년과 달리 주석을 통해 공익법인 개황, 주요 사업내용,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채무 내역 현황 등이 상세히 담겨 있었다.

또 단순 상임 여부 및 출연자와의 관계만 공시했던 '이사 등 주요 구성원 현황 명세서'에는 출연법인·다른 이사와의 관계 여부, 직전 5년 계열기업 근무 여부 등의 항목도 추가했다.

하지만 재단 홈페이지 내에서도 이사회 회의록, 연차보고서 등 주요 공시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미래에셋박현주재단 등과는 달리 삼성생명공익재단 홈페이지 내에서는 어떤 정보도 공개되지 않았고 오로지 국세청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 삼성생명·삼성물산 등 핵심계열사 지분 보유...기재부, 세법개정안에 공익법인 의무지출제도 확대 내용 포함

2018년말 기준 삼성생명공익재단이 보유한 그룹 계열사 주식 수는 646만7027주(약 5670억원)로 이는 자산 총액(약 2조1210억원) 대비 26.73%에 해당된다. 이중 삼성생명 및 삼성물산 지분은 각각 436만주(2.18%), 200만주(1.05%)다.

특히 삼성물산 주식 200만주는 지난 2016년 2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생명공익재단이 당시 삼성물산으로부터 약 3060억원에 매입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공공이익 목적을 위해 사용해야 할 재원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지원을 위해 사용하는 등 공익법인을 총수일가의 지배구조 강화 수단으로 사용했다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같은 주식매입은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편법적으로 강화시키는 것"이라며 "공익을 가장해 사익을 취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문제점을 인지한 국세청은 작년 5월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지분 비율에 상관없이 일정 부분을 매년 공익목적으로 쓰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상속세·증여세법상 공익법인은 지분율 5% 이상 주식을 보유하지 못하지만 성실공익법인에 해당되면 최대 20%까지 보유 가능하다.

대신 성실공익법인이 5~10%의 지분을 가졌다면 초과분 가액의 1%를 매년 공익목적에 사용해야 하고 지분율이 10~20%면 초과분 가액의 3%를 지출해야 한다.

지분율이 5% 미만인 경우 이러한 공익목적 사용 의무 비율이 없는데 앞으로는 5% 미만이라도 일정 부분 매년 공익에 쓰도록 의무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이같은 내용을 기획재정부에 건의해 지난해 7월 발표한 2019년 세법개정안에 반영시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세청이 건의한 내용 그대로가 아닌 좀 더 변형한 내용을 이번 2019 세법개정안에 반영시켰다"면서 "자산규모 5억원 또는 수입금액 3억원 이상 공익법인은 주식 보유비율과 상관없이 주식·부동산 등 수익용자산이 일정 비율 초과시 의무적으로 공익목적사업에 지출하도록 개선했다"고 밝혔다.

기재부에 따르면 공익법인의 의무지출제도 확대 방안은 오는 2021년 1월 1일 이후 개시하는 사업연도분부터 적용된다.

김필주 웹데일리 기자 news@web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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