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광진 행정사의 국회 입법 속살 ⑭] 내가 낸 세금의 쓰임새, 어떻게 결정될까?

이해관계인들, 예산확보 위해 국회 예산 심의 과정 중 국회의원 상대로 치열하게 마케팅

정치 2020-10-21 14:14 함광진 행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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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연합뉴스]
[웹데일리=함광진 행정사]
지난 9월 정부는 555조8000억원 규모의 2021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때 ‘세입세출예산사업별 설명서’ 등 총 16종의 서류를 함께 제출했는데 그 분량이 1만 페이지에 이른다. 국회의원들이 이렇게나 많은 자료를 다 검토할 수 있을까?

정부의 예산은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을 전제로 편성된다. 다음 연도에 세금이 얼마나 걷힐 것인지를 예측해서 그에 따라 얼마나 쓸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규모가 방대하고 나라와 국민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우리 헌법 제54조는 예산안 편성권을 정부에 주고 심의·확정권을 국회에 부여하고 있다. 정부는 회계연도마다 예산안을 편성해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이를 의결해야 한다.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을 국회가 심의해서 확정하는 것은 나라의 살림살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것이며 국민의 대표가 검토하고 간접적 참여를 통해 국가 재정의 효율성과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헌법에 따라 정부는 매년 9월 초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지만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일인 매년 1월 1일의 30일 전인 전년도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제때 처리한 경우가 많지 않았다. 여야 정쟁으로 예산안 처리가 국회에서 법정 기한을 넘기기 일쑤였다.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의 국회 제출 시한은 국회의 예산심의 기간과 관련 있다. 국회 제출 시한을 앞당기면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하는 기간이 줄어드는 대신 국회의 심의기간은 늘어난다.

반대로 시한이 늦어지면 국회의 심의기간이 짧아진다. 실무상으로 국회는 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하기 전에도 국정감사나 업무보고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예산심사 준비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국회의 예산안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정부의 예산안 제출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예산안 제출 시한은 국회의 예산심의 기간을 결정하는 요소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국회의 예산안 심의·의결 절차는 ‘국회법’ 제45조 및 제84조 등에 규정돼 있고 다음과 같다.

정부의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국회의장은 예산안을 국회의원에게 배부하고 본회의에 보고한다.

다음으로 정부는 예산편성과 관련된 경제·재정 등에 관한 정책적 사항과 국정의 각 부문별 역점운용 방향 등에 관해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한다.

시정연설이 끝나면 예산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내지고 상임위원회의 심사·의결을 거치게 된다. 예를 들어 교육부 소관 예산은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담당한다. 상임위원회에 예산안이 상정되면 소관 부처 장관이 예산안에 대해 제안설명을 하고 국회 전문위원이 예산안을 검토·보고 한다. 다음으로는 소속 의원들의 질의 및 장관의 답변이 이뤄지며 회의 결과는 5~7인으로 구성된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로 보내진다.

소위원회에서는 상임위원회와 같이 의원들 질의와 정부의 차관 또는 국장의 답변 절차로 진행된다. 여기에서 최종 합의된 예산안이 마련되면 이를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 보내 의결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긴다.

상임위원회의 예산안 심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 전 수행하는 예비적 성격을 갖기 때문에 예비심사라 한다. 따라서 상임위원회 심사 결과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대해 어떠한 구속력도 없다.

그러나 ‘국회법’ 제84조 제5항에 따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상임위원회 심사 내용을 존중해야 하며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상임위원회에서 삭감한 사업의 금액을 증가하게 하는 등의 경우에는 소관 상임위원회로부터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50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교섭단체 소속 의원수 비율과 상임위원회 위원수 비율에 따라 각 교섭단체 원내대표 요청으로 의장이 선임한다. 임기는 1년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가 시작되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체회의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제안설명과 전문위원의 검토보고가 이뤄진다. 다음 예산안에 대한 종합정책질의 및 부별심사도 진행된다.

질의와 심사가 끝나면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조정소위원회에서 각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 결과, 종합정책질의, 부별심사, 소위원회 위원 및 전문위원, 정부 의견 등에 근거해 예산안을 조정하고 예산안의 최종 수정안을 마련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보고하고 의결한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막강한 권한은 소위원회에 있다. 여기서 모든 것이 최종적 결정된다. 때문에 여당 의원들은 소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에게 야당 의원들은 야당 의원에게 일명 ‘쪽지’ 민원을 넣어 본인의 지역구나 관심 예산을 확보하기도 했다.

최근까지 여야는 소위원회에서 심사를 완료하지 못한 안건을 ‘소소위’를 구성해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에 속도를 낸다는 이유로 교섭단체 간사 의원만 서너명 참여해 속기록도 남기지 않고 비공개로 진행해 왔다.

호텔 등 국회 외부에 방을 잡아 놓고 심사를 했다고 전해지는데 어디서 어떤 사안을 심사했는지는 당시에 참여했던 의원이 아니면 알 수 없다. 그리고 소소위에서도 합의가 안 된 사안은 여야 원내대표가 최종 결정을 했다. 여기서 예산과 연계해 여야간 쟁점이 있는 법안들까지 협상 대상이 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마지막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의결한 예산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예산안의 심사경과·결과를 보고한다. 정부의 예산안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의결된 대로 본회의에서 대부분 확정된다. 이후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결과를 정부에 이송함으로써 국회의 예산안 심의 절차는 마무리된다.

국회의 예산 심의 과정은 이해관계인들이 예산확보를 위해 펼치는 전쟁이다. 야당은 대통령의 역점사업 예산의 삭감을 요구하며 공세에 나선다. 이에 질세라 여당과 정부는 편성한 예산을 원안대로 유지하기 위해 공무원들과 방어논리를 동원해 철통방어에 나선다.

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는 기관이나 단체도 예산 확보를 위해 학연·지연·혈연 등을 동원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밀착 마케팅을 벌인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국회의원들은 지역구의 현안, 관련 이익단체의 민원 등과 관련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와 휴전하기도 한다. 정부 예산도 받아 본 사람이 받는다고 했던가. 지금도 누군가는 정부 예산을 따내기 위해 국회 문턱이 닳아 없어지도록 드나들고 있다.

정부의 예산은 국민이 피땀 흘려 따박따박 낸 세금이다. 국민이 관심 가져야 할 것은 지역구 의원들의 현수막용 예산이 아니라 세금이 어디에 얼마나 쓰이는 지, 누구를 위해 쓰이는 지다. 이제 곧 국회의 예산안 심사철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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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광진 행정사 ham987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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