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식품지원 '커뮤니티 프리지' 확산

'공공 냉장고' 2010년대 유럽서 시작...개인·기업 기부 의존
낭비없는 음식 공유 시스템 마련..."식료품 선호도 편중과 재고 문제 해결해야"

Culture | 2022-11-18 00:00:00
"지역 주민들이 잉여 식량과 기타 물품을 가져오고, 저소득층 사람들은 이것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마을 한 켠에 위치한 '커뮤니티 프리지'(공공 냉장고)라고 불리는 저장 공간을 통한 지원 활동이 일본에서 확산되고 있다.

식량 손실을 줄이고 생활 빈곤자들을 지원하는 제도다. 기증자와 수취인이 직접 마주치지 않고 하루 24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소득은 늘지 않고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커뮤니티 프리지 활동이 일본서 더 확대될 전망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지난 10월 초순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간 아르바이트 종사자인 한 여성(45)이 일본 소카시의 슈퍼 '젠에이(Zen-A)'에 병설된 커뮤니티 프리지를 방문했다. 무인 조립식 시설의 작은 크기의 규모다. 선반에는 양상추, 쌀, 레토르트 카레 등이 늘어서 있다. 그 여성은 스마트폰 앱으로 문을 풀고 냉동고에 들어간 냉동 감자튀김 등을 집어 들었다.

그녀의 무역일을 하는 직장인 남편은 코로나19로 수입이 90% 줄었다.

물가 상승도 그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그녀는 "누구도 만나지 않고 좋아할 때 올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하기 쉽다"며 "중학생 2명과 유치원생 1명이 있어 식비가 많이 들어 한 끼라도 절약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한다.

이 시설은 소카 상공회의소가 지난 6월에 설치했다. 현지 주민이나 식품 제조업체 등이 남은 식료품이나 생활용품 등을 가져온다. 자녀 양육비 수당 및 학교 출석 지원을 받는 적격 가구가 대상이 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발행한 급부증명서를 등록하면 입구의 전자키를 365일 24시간 사용할 수 있는 비밀번호가 부여된다.

젠에이를 운영하는 젠에이물산에 따르면, 10월 25일 기준 330명 이상이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의 90%가 20~40대 여성이다. 젠에이물산 관계자는 “ 매일 2~3건의 신규 등록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예상보다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뮤니티 프리지는 2010년대 유럽에서 시작됐다.

지난 2020년 커뮤니티 프리지를 개설한 사단법인 키타나가세 에리어 매니지먼트에 따르면 2022년 10월 시점에서 후쿠시마시나 사카이시, 사가 시 등 전국에 7곳이 있으며, 이 법인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개설을 희망하는 기업이나 단체에 운영 노하우 등도 유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커뮤니티 프리지 운영의 과제도 있다. 식료품은 개인이나 기업의 기부에 의존하기 때문에 종류가 편향되기 쉽다. 주식의 쌀과 빵, 냉동 식품 등은 재고가 없어지기 쉽다. 세제나 생리용품 등 생활용품도 인기가 높고, 재고 부족이 되기 쉽다.

토미오 고바야시 일본여자대학 식품시스템학과 교수는 "재고가 없는 식품 목록을 표시하고 운영자가 기부를 사용해 식품을 구매하는 것도 효과적"이라면서 "시민들이 쉽게 기부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지만, 불필요한 물건을 처리하는 장소가 아니라 낭비 없이 음식과 기타 품목을 효과적으로 공유한다는 목적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 내각부의 '2021년 아동 생활 여건 조사'에 따르면 현재의 생활이 "어렵다" 또는 "매우 어렵다"고 답한 보호자 중 소득이 158만엔 미만인 가구가 57%로, 전체 평균의 25%와 3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소득이 158만엔 미만인 가구의 37%가 지난해 "식품을 살 수 없었다"고 답했다. 한부모 가정도 30%를 차지했다.

이은수 기자 givenews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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